인도네시아 4일차 발리
<더 느리고 액티브하게 그리고 숭배>
[서울시정일보 발리 =박용신 기자] 인도네시아 4일차 발리, 어제 저녘 도착하자마자 안내 가이드 아가씨가 목에 걸어준 천리향, 깜보자(Kamboja) 꽃향이 아직도 방안에 가득한 이른 아침, 적당히 짐들을 정리하고 1달러를 테이블에 놓고 바다로 나왔다. 그리고 아침 햇살이 빗살로 쏟아지는 해변을 걷는다. 양말을 짝짝이로 꿰고 떠밀려 지하철을 타던 일상이 잠시 멈춰 서서 모처럼의 여유를 지켜본다. 파도 타고 밀려온 갯바람이 상큼하게 두 볼을 스치고, 저 멀리 시선의 끝, 하늘과 바다의 경계선이 샤프하게 눈을 가르고 날렵한 요트 하나가 빠르게 수평선을 지운다. 어디 하나 버리고 싶지 않은 풍경, 액자 틀 속에서 불쑥, 과다한 노출로 정숙을 깨는 비키니 여인의 등장도 용서가 되는 행복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신들의 섬 발리>
발리는 가는 곳 마다 사원이 있고 집집마다 정성스럽게 조상을 모시는 사당이 있는 신들의 섬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제물의 섬'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햇빛이 비껴 닿는 신비한 에메랄드 빛 아름다운 해변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세계적 휴양 명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 자바 섬 중부산맥의 연장 부분인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고, 최고봉은 해발 3,142m 높이의 아궁산, 또는 발리봉이라고 부르는 산이 있다. 현지에서 '세계의 배꼽'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이 산은 활화산으로 1963년 3월에 폭발해 1,5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이재민을 내기도 했으며 현재, 다시 화산이 분출을 시작해 화산재로 비행기가 뜨지 못해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고립되기도 했었다.
<발리 불교사원, 보안궁>
해변 산책을 마치고 그럴싸한 호텔, <이나야 푸트리 발리 리조트 : INAYA Putri Bali Resort> 식당에서 우아하게 식사를 마치고 일행과 발리 유일한 불교 사원 <보안궁, 保安宮>으로 향했다. 사원에서 간단한 예불을 드리고, 그간 여행 일정 중, 화엄경 구절을 필사한 사경지를 소각하는 소전 의식을 일행과 함께 진행했다. 본래 어떠한 종교이든 행해지는 여러 의식은 그 추앙하는 절대자에게 소망과 발원을 담아 평안을 추구하는 기도 의식이다. 평소 번거로운 의식들을 좋아하지는 않아 잘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두 손을 모아 예의를 올리니 마음이 편해졌다.
<아융강 래프팅(Rafting)-그 짜릿한 쾌감.>
소전의식을 마치고 일행과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액티비티 스릴이 넘치는 계곡 "래프팅"을 즐기기 위해 우붓 "아융강"으로 향했다. 야자수 등, 열대우림이 빼곡하게 들어찬 계곡을 끼고 강이 흐르고 있다. 우리나라 한탄강, 동강, 등의 래프팅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길이의 강줄기를 따라 아슬아슬 모험을 즐기는 맛이 쏠쏠하다. 먼저 입구 오두막 초가지붕 안내소에서 티켓팅을 하고 4,5명씩 조를 이뤄 현지 래프팅 조교의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고 강줄기가 있는 계곡, 제법 경사가 진 비탈을 내려 갔다.
아래로 아래로 계곡을 내려 갈수록 우리나라 한여름 계곡의 장마철 우기처럼 눅진한 습기가 코끝에 끈적댔지만 싫지는 않았다. 나는 간혹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 금수강산 참, 아기자기 하고 아름답지만, 규모와 웅장, 스케일 면에서 외국 정글이나 협곡 등에 견주어 참 왜소하다는, 드디어 "아융강", 래프팅 시작점에 닿았다. 안내 교관의 안전수칙을 경청하고 4,5명씩 고무 보트에 분산 탑승, 유속이 제법 빠른 강물을 따라 구령에 맞추어 노를 젓는다. 강물은 맑지 않은 비온 뒤 구정물을 품고 있다. 급격하게 빠른 속도로 아슬아슬 강줄기 바위들을 피해 앞으로 내닫다가 느닷없이 쏟아 붓는 물벼락, 그리고 유순하게 수면 위를 미끄러지는 스릴과 낭만의 반복, 지레 겁을 먹고 래프팅을 할까 말까, 안 왔더라면 두고 두고 후회할 뻔했다.
<해변 밤바다에서 유등 축제>
이국 땅에 밤이 찾아 왔다. 하루를 이색 체험으로 잘 보냈다. 일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해변, 밤 바다로 나아갔다. 손에 손에 연꽃, 유등에 불을 밝히고 파도소리를 들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거기에 유등을 띄우고 소망을 빌었다. 파도의 너울따라 해변 밤바다는 잠시 초롱 불빛들을 품었다가 어둠으로 삼켜 버렸다. "쏴아" 우리들은 유등 불빛들이 모두 소멸 될 때까지 바다 곁에 있었다.
<5일 차, 울루와뚜 원숭이 사원>
5일차, 발리의 7대 명소인 울루와뜨 절벽사원(Pura Luhur Uluwatu)으로 간다. 이 곳은 일명 원숭이 사원으로도 유명하다. 버스 안에서 가이드는 수 차례 선글라스, 모자, 안경 등을 원숭이에게 강탈 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울루와뜨"란 '고귀한 절벽'이라는 뜻으로 전설에 의하면 ' 바다의 신, '드위다누'의 배가 변해서 만들어진 것이라 했다. 바다로부터 80여m나 되는 깍아지른 해안 절벽 위, 빼어난 경관 위에 세원진 사원, 마침 사원에서 제례 의식을 치루고 있어 합장 참관한다. 그리고, 돌아 나와 시야에 한 부분이라도 놓칠 새라 아슬아슬 단애(斷崖)의 끝, 벼랑에 매달려 최대한 무게 중심을 지탱하고 이국 풍경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아직은 남아 있는 열정이 대견하다. 멋진 사진 몇컷 건졌다.
이 곳은 명작 '빠삐온' 영화에서 마지막 절벽탈출 장면을 촬영한 장소로도 유명하고, 우리나라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타 쉽게 우리나라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절벽 관광 로드는 길게 S자로 구부러져 한 시간 여, 눈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곳이 그렇게 여러 번 가이드가 원숭이를 조심하라 했었는데, 원숭이 사원이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가족회의 갔는지 원숭이를 한 마리도 구경 못하고 돌아 나오는 길, 겨우 가로수에 쉬고 있는 딱 한 마리의 원숭이를 만날 수 있었다.
<따나롯 해상사원>
점심을 발리 현지식당에서 뷔페식으로 해결하고 발리의 명소 중 하나인 '따나롯 해상사원'으로 향했다. 사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여러 행상들이 진을 치고 과일, 아이스크림 등과 옷가지를 팔고 있었다. 이해상 사원은 높은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가 커다란 바위 위에 세워져 있는데, 자바에서 건너온 승려가 이곳에 와서 풍광에 감명을 받고 바다의 여신을 모시기 위해 사원을 세웠다고 했다. 우리나라 서산 간월도와 같이 밀물 때에는 바닷물이 밀려와 마치 바다에 떠있는 섬 위에 사원이 되고, 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되어 걸어서 갈 수 있는 독특한 사원이다. 이 곳은 석양 노을이 황홀하게 아름답다. 발리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히는 곳으로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쭈구리고 앉아 과일을 파는 길거리 아낙에게서 과일 하나 사서 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다. (발리 기온은 33,4도 우리나라 한여름 날씨이지만 그늘은 무척 시원하다)
<에필로그>
인도네시아 5박6일, 아주 특별한 여행이 되었다. 보로부두로 불교사원, 프람바난 힌두사원 등, 불가사의와 인간의 한계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절대적 성자와 신들의 존재에 대하여, 또한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인생에서 과연 어떤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에 대해, 현지 가이드는 한국 사람들은 금방 보면 안다고 했다. 왜 그렇게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오늘 못 하면 내일 하면 되는 것을.
♣ 작년 여행 포스팅을 올해 마무리 하는 게으름을 피웠다. 그 동안 몸에 이상이 생겨 두 번 수술을 하고 6개월의 치료 시간을 보냈다. 이만 하길 참 다행이다. 쉬엄, 쉬엄, 쉬어가라는 신의 충고로 알고 뒤도 돌아보며 천천히 가야겠다. 나를 알고 기억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서울시정일보 백암 박용신 기자의 여행문학 풀잎편지 (Photo Healing E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