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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책방] 소리 책력

[지식인의 책방] 소리 책력

  • 기자명 손수영 기자
  • 입력 2018.01.0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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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시인) 저ㅣ민음사)
(김정환(시인) 저ㅣ민음사)

민음의 시 241권. 한 편의 시가 한 권의 시집으로 묶이는 장시집. 쉽게 가시화되거나 언어화될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순환을 ‘책력’이라는 구성 안에 ‘소리’라는 형식으로 담아냈다. 하루, 한 달 그리고 한 해가 끝나면 다음 해가 시작되고 그다음의 해는 그 이전의 해가 끝나는 시간의 영향력을 올곧이 받는 것처럼, 모든 시어는 서로가 서로를 순서에 상관없이 호명하며, 책력 안에 소리로서 놓인다.

의식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언어의 연쇄 속에서 시간과 세월을 포착한다. 거기에서 사물들은 태어나고 죽는다. 죽음이 있고 슬픔이 있다. 슬픔, 그다음은 무엇인가? 시는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지만, 가끔 시는 모든 것을 대신하기도 한다. '소리 책력'은 지난 세월의 슬픔을 대신 품어 아름다운 시집이다. 미래에서 온, 오래된 책력이다.

"무명 씨도 미래의 처음이다. 
라틴어 성경
소리 아닌 문구보다 새롭고 또 새로운
미래의 거처지. 그렇게 말하는 소리
책력이 있다.(p.9)"

"사물이 사물 묘사다.
단 하나의 사물이 단 하나의 사물 묘사다.
어리굴젓도 목재 문도 죽은 생명이 
명사로 다시 태어나는 언어 기쁨으로 몸을 떤다.(p.52)"

"인간의 연민과 죽음이 다시 의인화하여 인간을
인간적인 슬픔으로 보챈다는 거, 우리가 그것을
인간의 불행이라고 부를 자격이 우리에게 없다.
우리는 슬픔으로 나름 고귀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가장 슬픈 것이 먹이사슬이건만
슬픔의 우리 속에 여전히, 아니 갈수록 참칭하는 
인간밖에 없다.(p.91)"

"죽음에 생각과 사실의 차이가 
무슨 소용인가, 그렇게도 말하는 소리 
비슷하지만 아니다. 죽음이 피아노 무덤과 
다를 게 있겠느냐는 소리에서 온갖
부정(否定)이 씻겨 나간 소리의 피아노
무덤이 있다.(p.106)"

서울시정일보 손수영 기자 hmk06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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