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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 ‘1987’, 진정한 악인은 누구인가?

[칼럼] 영화 ‘1987’, 진정한 악인은 누구인가?

  • 기자명 황문권 기자
  • 입력 2017.12.31 14:39
  • 수정 2017.12.3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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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스틸컷
영화 '1987' 스틸컷

본 칼럼에는 일부 영화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선택하라우. 월북자니? 애국자니?” 영화 ‘1987’에서 박처원 대공수사처장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이 조한경 반장 역을 맡은 배우 박희순에게 던지는 대사이다.

영화 ‘1987’에서 이 짧은 대사 한마디는 이 영화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모든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 반공이란 이름으로 독재가 미화되고 독재에 부역한 자들이 애국자로 포장되던 시대, 그야말로 암울한 시대를 상징하는 한마디의 대사이다.

영화 ‘1987’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6월항쟁’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의 오프닝은 박종철 군으로 분한 배우 여진구가 고문을 당하는 모습으로 시작되며, 마지막은 이한열 열사의 죽음 이후 분개한 대중이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 모여 불의한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의 초반 중심은 박처원 대공수사처장으로 분해 열연한 배우 김윤석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마지막은 이한열 열사 역을 맡은 강동원과 배우 김태리가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필자가 느끼기에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장준환 감독은 실존인물을 그린 각 캐릭터에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던 이유’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시켰다.

영화에서 악인인 김윤석(박처원 역)이 자신의 과거를 말하며 유해진(한병용 역)을 협박하는 장면에서 그런 감독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김윤석은 유해진에게 자신이 어린 시절 북에서 가족들이 인민재판을 받은 이야기를 한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김윤석 집안에서 양자로 받아 들여 키우던 자신의 형이 자신의 집안을 인민재판에 넘겼고 자신의 아버지를 직접 죽창으로 찔러 죽인다. 허구의 설정이지만 영화에서 광기를 보이며 공산당에 반감을 보이는 김윤석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악인은 누구일까? 영화는 카메라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악인을 간혹 보여준다. 검사실에도 남영동 대공분실에도 관공서라면 어디에나 벽에 걸려있는 당시 권력, 자신의 정당하지 못한 독재를 이데올로기의 싸움으로 포장해 이용한 권력, 바로 그 분이다.

서울시정일보 황문권 기자 hmk0697@msnews.co.kr

※ 본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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