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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학교생활 고민 내게 털어놔봐”,,,학교폭력·왕따 한 해법 ‘또래상담자’를 아시나요

“친구야! 학교생활 고민 내게 털어놔봐”,,,학교폭력·왕따 한 해법 ‘또래상담자’를 아시나요

  • 기자명 황문권 기자
  • 입력 2012.01.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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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개교 5000여명 활동 중…올해 3320개교로 확대

전남 목포에 사는 한기주(가명·고3) 군은 얼마전까지 학교 가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같은반 남학생들이 자신이 ‘여성스럽다’며 조금씩 따돌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교실에서 여럿이 둘러싸고 때리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목에 끈을 걸고 끌고 다니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겁이 많은 한군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얘기했다가는 더 큰 보복을 당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요즘 한군은 학교 다니는 게 별로 겁나지 않는다. 같은 반 친구인 오승정(가명) 군이 다가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런저런 ‘힘’이 나는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오 군은 한 군이 친구들로부터 맞는 장면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다만 다른 아이들로부터 한 군의 상황을 전해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오 군은 적극적으로 한 군에게 다가가 그의 상황을 공유하고, 지역의 전문상담기관에서 상담받기를 조언했다. 또, 청소년 수련원 등을 다니며 자신감을 키우는 훈련을 받기도 권했다. 그리고는 한 군으로 하여금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찾아가 직접 “나를 괴롭히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보는 건 어떠냐고 조심스레 물어보기도 했다.

애초 한 군은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 군이 권한 이런저런 활동하면서 조금씩 생각을 달리했다. 자신을 괴롭혔던 아이들과 마주할 용기가 생긴 것이다. 마침내 한 군은 자신을 아프게 했던 아이들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물론 폭력은 없었다. 그저 당당한 목소리로 따져 묻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더 이상 아이들이 한 군을 얕보거나 괴롭히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어른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 친구와는 나눈다

요즘 우리 사회가 학교 폭력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학교폭력을 뿌리뽑을 수 있을까 고민도 깊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목포에서 있었던 한 군과 오 군의 이야기는 의미하는 바가 깊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가 개입하기 전,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부친 또래 친구 오군의 행동이 기특하다.
사실 오 군은 그냥 ‘평범한’ 학급 친구는 아니었다. ‘또래상담자’라는 이름으로 나름의 상담 전문교육을 받은 ‘특별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청소년 또래상담자 캠프에 참가한 전국의 또래상담자.

지난 2007년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폭력, 가출, 자살 등의 문제를 조기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청소년 또래상담’ 제도를 도입했다. 교사나 학부모들이 미처 모르는 청소년들의 고민들을 가까운 친구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찾아감으로써, 청소년들이 다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또래상담자의 역할은 이러했다. 먼저 전문상담기관인 한국청소년상담원 등을 통해 상담자로서의 교육과 실습을 받는다. 그리고는 주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또는 방과후 시간 등을 활용해 폭력이나 왕따 등의 피해 소지가 있는 친구와 고민을 나눈다. 주변 아이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면 이메일이나 채팅 등 온라인을 통할 수도 있다. 물론 아이들끼리 풀기 힘든 문제는 전문상담기관 등 외부에 도움도 구한다. 2011년 현재 전국적으로 활동중인 청소년 또래상담자는 578개교 5000여명에 이른다.

또래상담자들이 말하는 학교폭력 예방법

이달초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은 전국 각지에서 활동중이 청소년 또래상담자들과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또래상담자들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각종 아이디어들을 쏟아냈다.

아이들은 학교 폭력 문제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교원·학교평가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학생들은 신고나 상담 요청이 바로 가해자의 보복으로 돌아올 것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익명성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신고·상담·지원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4일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이 청소년 또래상담자들과 자리를 함께 해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 자신들과 같은 또래상담자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에게 털어놓기 힘든 문제도 또래상담자에게는 상담을 구하는 일이 많으며, 더욱이 또래상담자들은 이미 피상담자와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어 일반적인 상담 교사나 전화보다 다가가기 쉽다는 이유이다.

폭력 피해학생들이 보다 쉽게 신고하고 상담·도움 받을 수 있도록 1388 청소년 전화 등 현재 작동중인 위기지원체계에 대한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두 어린 아이들의 말이라며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는 의견들이었다.

올해 정부는 또래상담자를 늘려 모두 3320개교에서 또래상담자들을 활동시킬 계획이다. 또, 이들 또래상담자들을 선발하고 양성하는 전문상담사 교사 등 지도자 교육도 늘릴 예정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위기상황 속에서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친구들을 지키러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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