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를 방해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소속 변호사 유족이 사망 경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24일 ‘정치호 변호사 유족협의회 변호인단’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기관은 이 사건을 단순한 자살로 단정하고 종결한 것이 아니라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분명하게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또 유족은 타살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충족된다면 살인죄 등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숨지기 전 국정원 직원들에게 힘든 속내를 토로했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 친형인 A씨는 이날 “동생이 실종된 당시 국정원 직원에 설명에 의하면 숨지기 며칠 전 ‘내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분위기가 되고 있다’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 등의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변호인 쪽은 국정원을 향해서도 “중요사건마다 국정원 직원들이 번개탄으로 자살시도를 반복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이날 정 변호사 사망과 관련한 5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5대 의혹은 정 변호사가 숨지기 전날 투신한 바다의 수심이 깊지 않아 자살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는 점, 사용한 휴대전화 3대 중 한 대가 종적을 감춘 점, 기록을 담았을 것으로 보이는 보자기 3개 중 2개가 가위로 잘린 흔적, 부검 결과 손에 번개탄이 흔적이 없는 점, 2015년 국정원 해킹프로그램과 관련해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고 있던 국정원 직원이 갑자기 차량에서 번개탄 피워 사망한 것과 유사하다는 점 등이다.

한편 정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9시께 춘천시 소양강댐 인근 한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차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전날 오전 강릉시 주문진읍 해안도로의 10여미터 다리에서 뛰어내렸다가 해경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서울시정일보 박찬정기자 ckswjd2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