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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 마라토너로 돌아온 김명민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 마라토너로 돌아온 김명민

  • 기자명 황문권 기자
  • 입력 2012.01.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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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은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마라톤을 뛰는 ‘페이스 메이커’로 나온다.
괴팍한 천재 지휘자,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 딸을 잃고 파괴본능에 사로잡힌 목사까지, 김명민의 연기 변신은 끝이 없다. 오는 1월 19일 개봉하는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 그는 마라토너로 또 한번 변신을 시도했다. 이번엔 어떤 모습일까.

김명민은 극중 인물과의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 기법인 ‘메소드 연기’의 달인으로 통한다.
“저의 목표는 마라토너 ‘주만호’처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려고 몸을 만든 거죠. 훈련량이 많다 보니 살이 붙질 않더라고요.”

지난 1월 3일 열린 <페이스 메이커> 시사회에서 “그동안 살을 많이 뺀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명민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일부러 몸무게를 감량하진 않았다”며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 마라토너가 되려고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극사실주의’ 연기의 달인으로 주목

지난 2009년 개봉했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김명민은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로 열연하며 20킬로그램을 감량한 바 있다. 당시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연기 열정은 영화 관계자들과 관객 사이에서 숱한 화제를 낳았다.

‘메소드 연기(극중 인물과의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기법)’라는 그의 연기 스타일이 주목을 받은 것도 이때부터였다. 실제로 그는 영화 촬영이 모두 끝난 뒤에도 주인공 ‘백종우’에게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것처럼 보였고, 앙상하게 마른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팬 중 일부는 “김명민이 정말 (극중 ‘백종우’처럼) 아픈 것 아니냐”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의 연기가 매번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온 신경을 거기에 쏟는 것이다.

<페이스 메이커>에서 김명민은 절박한 심정의 마라토너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인공치아를 끼우고 연기를 했다. “‘주만호’의 애끓는 마음과 절절함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했죠. 예전에 문득 말을 타면서 봤던 말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코로, 입으로 숨을 가쁘게 내뿜으면서 뛰어가야만 했던 병든 말의 얼굴이요.”

그는 “말의 얼굴에서 가장 애처로워 보이는 부분이 바로 입이었다”며 “그래서 인공치아를 끼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본을 받곤 제 치아를 살펴봤는데, 이 정도로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제 치아가 비교적 고른 편이라 ‘주만호’를 표현해 내기엔 부족할 것 같았거든요.” 그는 결국 제작진에 인공치아 착용을 제안, 치아 디자인까지 함께하는 열의를 보였다.

4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소화한 것은 물론이다. 김명민은 영화 <스턴트맨>을 촬영하던 지난 2004년 오른쪽 다리에 부상을 당해 장시간 걷거나 달려서는 안 된다는 진단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주만호’를 연기하기 위해 무려 두달간 실제 마라톤 선수들과 함께 일주일에 3~4회씩 훈련을 받았다.

“대신 뛸 수 없는 게 배우와 마라토너 공통점”

영화 <페이스 메이커>는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뛰어온 마라토너가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주만호’는 30킬로미터까지는 어느 누구보다 잘 달리지만 그 이상은 달릴 수 없는 페이스 메이커다. 페이스 메이커는 마라톤이나 수영 등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 후보의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입된 선수를 말한다.

김명민은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마라톤을 뛰는 ‘페이스 메이커’로 나온다.

주만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며 마라톤 완주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면에서 김명민과 유사하다. 김명민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배우와 마라토너는 비슷하다”며 “죽으나 사나 혼자 뛰어야 하는 것, 그 누구도 대신 뛰어줄 수 없다는 것이 배우와 마라토너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김명민이 ‘뛰고 싶은’ 연기의 길은 무엇일까. 그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한다.

“옛날에 팀 로빈스가 어느 인터뷰에서 ‘내 아이를 위해 밝은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말에 공감해요. 저도 어두운 부분을 파헤치는 영화보다는 밝은 부분을 조명하는 영화를 찍고 싶거든요.”

그는 어렸을 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꿈을 꿨고, <구니스>를 보고 희망을 키웠다고 했다. “<페이스 메이커>를 본 아이들이 ‘어렸을 적 김명민 아저씨의 영화를 보면서 희망과 꿈을 키웠다’고 말했으면 좋겠어요.”

그가 영화 <페이스 메이커>를 선택한 데에도 이런 생각이 작용한 듯했다. <페이스 메이커>의 김달중 감독은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페이스 메이커일 수 있다. 선택받은 소수나 특별히 성공한 사람들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은 ‘만호’와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꿈을 잊은 40~50대 가장들에게 희망을”

김명민은 “<페이스 메이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이자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라고 강조한다. “꿈은 꾸지만 그 꿈을 드러낼 수 없는 분들이 많잖아요.

특히 40~50대 가장의 경우엔 자기 자신을 위해 살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도 영화를 통해 울컥하는 감동을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인생의 페이스 메이커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 인생의 페이스 메이커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지인들”이라고 대답했다. “배우들은 듣기 좋은 말만 듣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자만이나 나태에 빠지기 쉽죠. 하지만 저를 위해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서 항상 노력하게 돼요. 이분들이야말로 제 배우 인생에 있어서 꼭 필요한 페이스 메이커가 아닐까요.
글·사진:위클리공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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