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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원 교사가 말하는 학교폭력 예방법

한 소년원 교사가 말하는 학교폭력 예방법

  • 기자명 황문권 기자
  • 입력 2012.01.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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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엄정하고 반성한 이에 대한 용서는 따뜻해야”

[인터뷰] 서울소년원 홍갑운 교사
흔한 말로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래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내 자신, 혹은 내 가족 등이 피해자가 됐을 때 죄와 사람을 분리하는 일, 그리고 그 사람을 용서하는 일이 과연 쉬울까 싶다.

요즘 우리 사회는 연일 터져나오는 학교폭력 소식에 미처 숨 쉴 틈이 없다. 가해 학생들이 저지른 일을 보면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싶고, 피해 학생들을 보면 홀로 감당해야 했을 고통의 크기에 절로 가슴이 아파온다. 다시금 죄의 용서와 단죄, 뭐 그런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법무부는 소년보호기관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올해의 교사’를 선정해 시상했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몸으로 누군가에게 심한 생채기를 낸 아이들을 보듬고 가르치는 역할을 맡은 이들이다. 영예의 대상은 서울소년원에서 근무하는 홍갑운(45) 교사에게 돌아갔다. 16년 동안 소년원 아이들과 함께 지내온 베테랑이다. 흐린 하늘 위로 하얀 눈발이 날리던 지난 3일, 서울소년원에서 그를 만나 죄의 처벌과 용서를 물었다.

“법은 단호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왜 근절되지 않는 줄 아십니까? 그건 학교측에서 외부 평판을 생각해 쉬쉬하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강하게 나서서 처벌하지 못하니, 가해자는 ‘일진’으로 행세하고, 피해자는 도망다니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죄에 대한 처벌은 엄하고 단호해야 합니다”

홍 교사에 대한 첫인상은 선하고 부드러웠다. 인터뷰 약속을 잡는 전화상의 대화에서도 그는 낮은 목소리로 그저 단단형의 대답만을 해 과연 인터뷰가 잘 될 수 있을까 걱정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처음 학교 폭력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핵심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법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학교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학교는 바로 ‘나쁜 학교’로 낙인이 찍힙니다. 기피학교가 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학교가 먼저 나서 학교폭력을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이제는 오히려 먼저 나서, 소위 말하는 ‘일진’을 소탕한 학교들을 칭찬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엄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제2, 제3의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엄하고 단호해야 합니다.” 홍 교사의 변이다.
홍갑운 서울소년원 교사
사실 홍 교사의 이런 면은 의외였다. 그가 제시한 해법에 한편으로 수긍이 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가해자에 대한 이해와 용서를 먼저 이야기할 것이라는 예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와 용서요? 당연히 필요하지요. 하지만 그건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지은 죄가 있다면 당연히 죗값을 치러야합니다. 그러나 그 죗값을 다 치른 후 반성하고 새 삶을 살려고 한다면 그 때는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진심어린 반성이 있었는데도 계속해서 돌팔매질을 하는 건 안되는 일이지요.”

지난 16년간 소년원 교사로 일해온 그는 성선설을 믿었다. ‘밖’에서 무슨 나쁜 일을 저지르고 들어왔건 대부분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자신의 과거를 후회한다는 설명이다.

“한 때 혈기를 누르지 못해 소년원에 들어온 아이가 있었습니다. 씨름을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하던 아이였지요. 헌데 시간이 흘러 그 아이가 이번에 소년원의 종교지도위원으로 들어옵니다. 저는 이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잘못된 길을 갔던 아이들도 제대로 된 보살핌과 교육을 제공해 바른 길을 가도록 돕는 것이지요”

홍 교사에게 힘들지는 않냐고 물었다. 밖에서 ‘거침이 없던 아이들’이었으니, 대하기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홍 교사는 힘들지 않다고 대답했다. 오히려 보람이 더 크다고도 했다.

“이곳에는 교권이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학업보다는 인성 교육을 더 강조하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정(情)도 더 큽니다. 교육은 정이 들어간 다음에 가능합니다. 다행히 아이들도 선생님들을 잘 따라와 줍니다.”

정(情)으로 교육…'아빠같은 선생님'

지난해 초 홍 교사는 안양소년원에서 서울소년원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그 시기를 전후해 모두 140여통의 편지를 받았다.

‘밖의 선생님들은 절 인정해 주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더 공부도 안하고 방황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달랐어요. 존경하고 사랑합니다.’(2011. 1.10 제자 김OO)
‘중2반이 지정되고 선생님을 만나서 OO의 하루하루가 변화해가는 모습에 대견함과 의젓함과 믿음까지 생겼습니다. 이제는 엄마인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1. 5.12 학부모 윤OO)

그가 받은 편지들의 내용이다. 홍 교사는 늘 아이들에게 말한다. 잘못해서 소년원에 들어온 것도 나쁘지만 이곳에서 빈둥거리다 퇴원하는 것은 더 나쁘다고. 그래서 그는 아이들에게 학업이 됐건 자격증이 됐건 무엇이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한다. 공부하는 습관이 배어 있어야 소년원을 나가서도 그동안 뒤쳐진 부분을 쫓아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 겨울 홍 교사는 안양소년원에서 아이들과 눈비를 맞으며 축구를 했다. 평소 운동하기를 꺼려했던 아이들이었지만, 어느새 그 매력에 빠져 교사와 아이들이 모두 궂은 날씨도 마다않고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홍 교사는 말했다. “바람이요? 글쎄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러하겠지만, 저 역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홍 교사는 16년 전 친구의 권유로 소년원 교사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이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다. 소년원 교사로서 그의 기준은 명확했다. 법은 엄정해야 하며, 반성한 이에 대한 용서는 따뜻해야 한다는 것이다. 냉철한 법 정신과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품은 홍 교사. 그는 오늘도 그 마음을 담은 채 소년원 철문 안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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