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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근 “연기는 끊임없이 배우는 삶의 한 과정”

유동근 “연기는 끊임없이 배우는 삶의 한 과정”

  • 기자명 송성근 기자
  • 입력 2012.01.0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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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중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배우 유동근 씨.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큰 획을 그은 공로로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을 받은 거장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들이 말하는 인생과 예술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강한 카리스마와 깊은 내면연기를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 배우 유동근 씨(56). 이방원(태종), 연산군, 수양대군, 연개소문 등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역할로 우리들에게 익숙한 그를 지난해 12월 초,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검정색 외투를 걸치고 온 그는 브라운관에서 비춰지던 강한 이미지와는 달리 부드럽고 소박했다.

유동근 씨는 지난해 11월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1 대한민국 대중문화 예술상 시상식에서 대중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소감을 묻자 그는 대중들에게 받은 관심과 사랑 덕분이라며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연기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최근 ‘결정적 한방’으로 7년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유동근 씨는 연기를 인생에 비유하며 말을 이어갔다.

“신인 시절에 몸으로 부딪혀가며 터득한 경험들은 세월이 지나며 자연스레 제 것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 농익는 연기처럼 인생도 그러하다고 여기며 살아왔어요. 그걸 잊지 않고 사랑해준 대중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대학 재학 시절 친한 선배의 권유로 시작한 연극활동, 그것이 그의 연기인생의 시작이었다. 그 당시 젊음의 거리였던 종로와 명동을 누벼가며 그는 다양한 역할로 무대에 섰고, 1980년 T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면서 본격적인 연기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작품을 고를 때 흥행을 바라고 고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렇게 하면 다양한 역할을 선택하는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죠. 대중들에게 지금껏 다른 색깔을 보여주려고 노력해 왔어요. 꾸미지 않고 순수하게 한 길만을 걸어왔기 때문에 제 연기도 무르익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1980년대부터 안방무대에서 다양한 역할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유동근 씨에게 개인적으로 아끼는 작품이 있냐고 물었더니 ‘용의 눈물’ ‘애인’ ‘명성황후’라고 화답했다.

특히 용의 눈물은 유동근이란 배우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대표작 중의 하나다. 용의 눈물을 촬영할 때 에피소드를 물어보니 용의 눈물 연출자인 고 김재형 감독의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1980년 방송사 공채로 막 탤런트가 됐을 무렵, 당시 드라마국장이던 고 김재형 감독을 만나 인연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당시 신인 배우였던 저에게 어느 날 김 감독님이 음료수 심부름을 시켰는데 급하게 가져오는 바람에 음료수를 따는 순간 거품이 솟구쳐 곤욕을 치렀죠. 그런데 감독님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뭐든 열심히 하려는 제 모습이 기특하셨나봐요. 그렇게 김 감독님과의 인연이 시작됐죠. 당시 김 감독님 밑에서 연기의 기본부터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는 김재형 감독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스승이며, 아버지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가 데뷔할 당시만 하더라도 방송 스탭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연기자들도 다 스탭처럼 촬영을 돕곤 했어요. 물론 저도 그랬고요. 김재형 감독님 밑에서 다양한 일들을 배웠죠. 어릴 적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기 때문에 저는 그분을 아버지처럼 따랐어요. 제 연기 인생에 있어서 스승이었고 아버지였죠. 용의 눈물에서 김재형 감독님과 촬영할 때도 참 좋았어요. 사실 사극이 긴 호흡의 극이기 때문에 배우들이나 스탭들이 지칠 수도 있는데 김 감독님은 언제나 든든한 산처럼 현장을 지키셨죠.

연기경력이 30년이 넘는 유동근 씨는 아직도 연기는 “계속 배우고 다듬어가야 하는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연기는 끝이 없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안다고 여기는 순간 교만이 되고 말죠. 연기는 계속 탐구하고 배워나가야 하는 과정이예요. 인생과도 비슷하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섭외되는 배역도 아버지 역할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동안 왕 역할만 주로 맡아 아버지 역할은 이제 시작이라 생각해요. 선배들처럼 깊은 연기를 보여주려면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죠.”

그는 오랜 시간 연기와 함께 하며 그는 왕으로, 때론 가정을 지키는 아버지로 대중들과 호흡해왔다. 그가 생각하는 배우의 조건이 따로 있을까. 그는 연기는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지만 배우는 ‘끼’나 의욕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단순히 끼만으로 배우생활에 뛰어들었다가 금방 한계가 드러나고 말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이란 타이틀이 아닌 정말 한 사람의 인생을 진심으로 담아내는 배우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기자의 뜻을 갖고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지치지 말고 계속 전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그 길을 걷는다면 결국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빛을 보는 시기가 올 테니까요.”

유동근 씨는 현재 드라마나 영화 제작 환경이 핵가족화 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덧붙였다.

“예전에는 분장실도 함께 쓰고 현장에서 모든 일을 서로 돕는 이른바 ‘대가족 제도’였어요. 하지만 요즘은 점점 핵가족 제도로 변하는 것 같아요. 대기실이나 분장실도 따로 쓰고 함께 촬영하는 일이 없으면 서로 얼굴보기도 어렵죠. 요즘은 그런 따뜻함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쉬움이 들어요. 한 자리에서 선·후배가 같이 공유하는 그런 분위기로 돌아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그는 사극에서 왕 또는 장군 등 카리스마 있는 역할로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받았으나 늘 순탄치는 않았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그는 소중한 가족이 있었기에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동근 씨는 인터뷰 도중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 생각에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어릴 적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혼자 2남 2녀를 키우셨어요. 항상 제 곁을 지키셨죠. 얼마 전 대중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표창을 받았을 때 기억이 나요. 상을 받고 집에 돌아가니 어머니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더군요. 병상에 누워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어요. 나중에 병원에 가서 어머니께 상을 보여드리니 무척 좋아하셨어요. 오랜만에 자식으로 효도할 수 있었던 값진 상이었죠.”

인터뷰 내내 옆집 이웃처럼 소박하고 유쾌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유동근 씨, 그동안 강한 카리스마로 각인됐던 빈틈없고 강한 모습과는 달리 따뜻함 그 자체였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접고, 아내이자 연기인생의 파트너인 배우 전인화 씨와의 러브스토리를 들려달라고 조심스레 물어봤더니 그는 멋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1980년대 초반, 유동근 씨와 전인화 씨는 연극무대에서 상대배우로 만났다. 그녀는 낙랑공주로, 그는 호동왕자로 무대에서 만나게 됐다.

“그 당시 저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심신이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는데 아내가 상냥하게 잘해줬어요. 이십대 초반이었던 아내는 꽤나 성숙하고 어른스러웠죠. 당시 유명배우도 아니었고, 가진 것도 없는 저를 만나 아내가 고생이 많았어요. 어머니를 모시고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한결같이 저와 함께 해준 제 아내에게 참 고맙죠. 배우로서 본받을 점도 많아요. 아내는 외면보다 내면이 훨씬 아름다운 사람이예요.”

지난해 11월 21일 개최된 ‘2011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전인화 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유동근 씨는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부부가 나란히 수상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유동근 씨는 대중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그간 배우로 활동하면서 많은 상을 받았지만 이 상은 정말 의미가 컸어요. 아내와 함께 상을 받게 되어 더욱 뜻깊었고요.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대중들에게 성실한 연기자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용의 눈물, 명성황후 등 굵직굵직한 역사적 인물을 도맡아온 그에게 사극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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