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시작의 변>
인간은 나약한 동물이다. 나약하기에 그 무엇, 절대적, 전지전능에 기대기를 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종교적 매개로 이어져 불교, 기독교, 이슬람, 힌두 등, 이름을 달리한 최고 정점의 도(道)를 이룬 절대자에게 기도라는 의식을 통해 존경과 숭배, 공경을 하게 된다. 결국 누구나, 그 성자(聖者)를 닮고 싶은, 다만, 무슨 무슨 종교라는 허울만 썼을 뿐, 결국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은 다 똑같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반론의 변(辯)도 있겠으나, 그 추구하는 다양한 기도의 방편(方便)으로 그 옛날, 축조된 사원이나 사찰, 대성당의 인간 한계를 초월한 현대과학으로도 풀지 못한 불가사의(不可思議)에 대해 간혹, '저걸 사람이 만들었어?' 감탄을 하며, 혹여! 신들의 영역이 아니었을까? 위험에 처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순간적 발휘되는 어머니의 위대한 힘, 모성애 같은 거, 간절한 바램으로 만들어졌을, 보로부두르(Borobudur) 사원이 그런 힘으로 만들어진 건 아닐까? 나는 그런 관점을 두어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아담한 빠원사원과 문듯사원>
보로부두르(Borobudur)사원의 감동을 뒤로 근처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예정된 '빠원사원'과 '문듯사원' 방문을 위해 버스에 오른다. 20여분, '빠원사원'이 있는 작은 마을에 내렸다. 개인 행상들이 부채나 치마같은 보자기를 들고, 물건을 팔아 줄 것을 애원한다. 원 달러! 원달러! 나는 그런 현지에서 물건이 좋든 나쁘든 선뜻 사는 인품이 못되어 구매하지는 않았다. 기대를 한 '빠원사원'은 붕대를 칭칭감고 치료를 받고 있었다. 가이드의 열심한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아담한 환자 빠원을 카메라에 담는다.
빠원(Pawon)이라는 이름은 자바(Jawa)언어로 부엌이라는 뜻을 가졌고 그 어원은 먼지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보잘 것없는 이 꼬마 사원은 제일 맏형 격인 보로부두르 사원과 제법 규모가 큰 '문듯(Mendut)사원'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중간에 위치해 있다. 문득, 보로부두르 사원과 무슨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증이 인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문듯사원을 거쳐 '빠원사원'에 이르러 마음을 정화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저 위대한 보로부두르에 오르라는 어떤 묵시적 계율 같은 것이 깔려 있다고 했다.
남방불교인 인도네시아에서는 불자들의 최대 경축일은 와이삭(Hari Raya Waisak)이라고 하는 태음력과 태양력을 기초로한 인도 달력 4월(현, 5월)인 비사카(Visakha)월의 보름날인 15일이다. 북방불교에서는 석가탄신일을 음력 4월 8일(2017년은 5월 3일)로 정하고 있지만, 남방불교에서는 비사카 월의 보름날(음4월15일)을 경축일로 삼고 있다. 올 해는 5월 11일이었다. 이 날을 베삭(Vesak)이라고 하는데, 이 나라 발음 편의에 따라 와이삭(Waisak)으로 불린다. 북방불교의 석탄일과는 달리 남방불교에서는 석가모니의 ‘탄생’, ‘성불’, ‘열반’이 모두 이 날, 하루에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와이삭을 공식 국가 종교휴일로 제정 기념하고 있다. 87%가 이슬람 교도인 나라에서 채1%도 안되는 불교도들을 위한 배려가 심오하다.
해마다 와이삭(Waisak), 이 경축일을 맞아 문듯사원에 인도네시아 불자를 비롯, 전 세계 불자들과 이슬람교도 등, 타 종교인들도 합세, 대탑 사원 '보로부두르' 까지 약 7km에 이르는 거리를 불경을 독송, 낭독하며 도보 대행진을 하는 장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중도 빠원사원에 들러 대열을 정비하고 다시 경건하게 마음을 추스르고 대탑사원, 보로부두르에 이르는 순례의 길, 결국 보로부두르, 빠원, 문듯, 이 세사원이 일직선 상으로 순례의 길을 만들기 위해 의도된 계획으로 건설 축조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에 이르러 이 와이삭 경축행사가 부처의 탄생과 관련도 없는 종이연 날리기, 등불축제 등, 관광 상품화되어 변질되는 것을 걱정하는 인도네시아 불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지근 거리에 문띨란(Muntilan) 마을에 있는 문듯(Mendut)사원으로 향한다. 문듯이라는 어원은 '대나무 숲'이라는 말이다. 거대한 반얀트리(보통 보리수라고도 함.)나무가 반긴다. 이 사원도 수년의 열대 햇빛을 받아 검죽죽한 발묵의 먹물 색을 입고 있다. 족자카르타 이 곳 사원들은 돌 벽돌들을 쌓아 만든 탑과 같다. 문듯 사원도 거대한 하나의 탑이라 할 수 있다. 정방형 돌들을 정교하게 깍아 짜맞추어 돋을 조각, 31면이 벽면을 형성, 불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단(높이 2m)을 지나 계단(14단)을 오르니 이 곳도 베란다형 회랑이 나타나고 중앙으로 삼존불이 모셔져 있는 ㄷ자형, 불당이 나온다.
삼존불은 중앙이 주불인 석가모니 부처이고 협시불로 왼쪽에 관세음보살, 오른쪽이 문수보살이라고 했다. 가이드가 해박한 지식으로 설명을 잘하니 불자인지를 알아봐야겠다. 저명한 불교 미술의 관계자들은 이 석불 삼존불상은 자바 미술의 최고 걸작, 정수라고 칭송했다. 이 사원도 8세기~9세기 중부 자바에서 번영한 샤일렌드라 왕조 때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보로부두르 사원과 같이 밀림에 감춰져 있다가 1834년에 발견되어 아직도 복원 중이다. 사원의 높이는 26.5m이다.
문듯사원 옆으로 소담하고 잘 정돈된 전시 공간이 나타났다. 고행시절에 부처동상과 문듯(대나무 숲)이라는 낱말을 증명하듯 오래된 대나무 군락이 있고, 와우 불상과 붉은 옷을 두른 현지 승려도 만날 수 있었다. 생각으론 관광객들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불교 유물, 전시정원 같았다. 같이한 동료들과 "언제 또, 이 곳에 오겠노!" 많은 사진을 찍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열대 노을이 버스 차창에 붉다.
<2편 終>
보로부두르 사원의 어마어마한 감동으로 빠원사원과 문듯사원의 감동은 그리 크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의 사찰은 한옥에서 오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면, 이 곳 불교사원들은 우직한 돌들을 정방형으로 다듬어 직선의 방식을 택해 올곧음을 강조했다. 불상 또한 우리나라는 얼굴의 윤곽 어깨선 등에 곡선이 완만, 부드러운 반면, 문듯사원의 불상은 의자에 앉아 있는 불상의 다리 선이라든가 어깨의 선이 거의 직각으로 직선이 강조 됨을 볼 수 있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 인가? 우리나라 불국사가 훨씬 더 아름답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하루, 둘러본 사원들은 모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내일은 쁘람바난(candi Prambanan) 힌두사원 탐방이 예정되어 있다.
<제3편▼ 물의 궁전 따만사리와 쁘람바난(candi Prambanan) 힌두사원>
(서울시정일보 박용신 논설위원장baga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