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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JTBC 뉴스룸 작가의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신간] JTBC 뉴스룸 작가의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 기자명 손수영 기자
  • 입력 2017.10.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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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주말 뉴스룸 메인작가가 무대 뒤 보도일기를 엮었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지난 1년 동안 겪은 굵직굵직한 사건을 모아 들려준다. 피가 마르는, 전쟁 같은 하루하루가 모여 오늘날의 JTBC 뉴스룸을 만들었고, 역사가 됐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보도를 100일 동안 이어가면서 스튜디오 뒤에서 자주 울어야 했던 날들을 돌아본다. 또 저자는 베테랑 메인작가로서 그간 쌓은 방송 노하우와 뉴스보기 팁을 이야기한다.

독자는 자신이 듣고 싶었던 내용이 담긴 이른바 ‘사이다’ 발언도 의심해봐야 한다. 현실은 생각 이상으로 복잡하고, 현상에는 늘 반대편이 있다. 따라서 뉴스가 어떤 사안을 한 번에 명쾌하게 설명한다면, 그것은 사이다가 아니라 오히려 그 뉴스가 놓치는 것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뉴스를 의심하고 따져보는 자세가 뉴스 소비자들에게 필요하다고 작가는 전한다.

임경빈 지음 | 부키
임경빈 지음 | 부키

"자기 영역의 경계가 뚜렷한 다른 직군에 비해 방송작가는 전천후에 가깝다. 일면식도 없는 전문가의 연락처를 알아내 질문하고 취재하고 섭외한다. PD · 기자와 논의해 취재 방향을 정하고, 자료를 취합하고 분석해 CG 디자인을 만든다. 진행되는 방송을 모니터링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대응한다. 동시에 다음 아이템을 선정하고 준비하는 작업도 필수다. 때론 기자처럼, 때론 리서처(researcher)처럼, 때론 디자이너처럼 1인 다역으로 일하며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러나 “뉴스에도 작가가 있어요?”라는 질문이 익숙할 만큼 방송작가의 존재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p.8)"

"시청자들이 응원 편지를 보내는 뉴스, JTBC [뉴스룸]은 그렇게 ‘이상한 뉴스’다. 눈물 쏙 빼는 드라마도 아니요, 유재석 · 강호동이 시종일관 웃겨 주는 예능 프로도 아니다. 정치와 사건 · 사고 소식을 주로 다루는 뉴스 프로그램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JTBC 뉴스를 보며 위로 받는다, 힘내시라, 퇴근 후 [뉴스룸]으로 마음을 달랜다’고 고백한다. 계약직 프리랜서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내가 [뉴스룸] 작가라는 것만으로 호의적인 기대를 담아 질문한다. “[뉴스룸]에서 일하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p.17)"

"한마디로 ‘스토리가 있는 뉴스’, 참여형 뉴스라는 말이다. 과거 지상파 채널이나 보도 채널의 뉴스는 ‘틀어 놓는 뉴스’였다. 대개 “이런 사건들이 있습니다”식으로 이슈를 소개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거기서 화제거리를 얻는다. 그 화제는 저녁 밥상이나 술자리 테이블에 올라 거기서 따로 요리된다. 사람들은 뉴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해당 이슈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평은 뉴스 프로그램과 연결되지 못하고,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인식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한다. 뉴스에서 ‘노동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를 다뤘다면 “정치인놈들은 맨날 저렇게 싸움만 한다”거나 “비정규직이 너무 많아서 큰일이야”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흐른다. 토론은 이슈의 표면을 뚫지 못한다. '뉴스룸'은 ‘덩어리’를 만들어 그 표면을 뚫어버리는 전략을 택했다. 이슈의 표면에 여기저기 구멍을 뚫고 ‘스토리의 다발’로 만든 가이드라인을 내려뜨려 시청자들이 이슈의 핵심까지 갈 수 있게 안내한다.(p.23)" 

"2016년 겨울, ‘취재 겸’ 광화문 촛불 집회에 나갔던 어느 주말. 시청 앞에 늘어선 시위용 방송 차량 화면에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를 정리한 편집 영상이 나오다가 문득 팩트체크가 등장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능한가?’를 따졌던 얼마 전의 방송이었다. ‘현직 대통령을 수사해도 되느냐’는 물음에 팩트체크는 대법원의 1995년 판결문을 인용해 답했다. “대통령에게 일반 국민과는 다른 그 이상의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국정농단에 대한 진실 규명과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광장에서 내가 만든 방송을 시민들과 함께 보는 건 기묘한 체험이었다. 그런데 더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킨 건 화면을 응시하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시민들의 얼굴이었다. 그들이 광장에 나선 이유가 무엇이고 그걸 통해서 무얼 얻고자 하는 것인지, 내가 만든 팩트체크의 내용이 그중 일부를 해설해 주는 것처럼 보였다. 헌법이 선출직 권력자에게 준 권한의 한계가 무엇인지 분명히 선을 그었던 그 방송은, 광장의 시민들이 가진 권한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다.(p.26)"

서울시정일보 손수영 기자 hmk06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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