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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Book]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푸드 Book]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 기자명 손수영 기자
  • 입력 2017.10.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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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저ㅣ따비
박상현 저ㅣ따비

에도의 패스트푸드에서 일본이 집어삼킨 외래음식까지 일본의 음식문화를 만나다!

밥 위에 문화를 얹은 일본음식 이야기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이 책은 일본의 음식문화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한국의 음식문화를 비추어 볼 수 있도록 한 책이다. 

일본 중에서 규슈로 선정한 이유는 2007년 일본 농림수산성이 일본의 47개 도도부현의 향토요리를 선정하고 발표한 100가지에 규슈의 향토음식이 31개가 선정 되었고, 예로부터 한반도와 뱃길로 이어진 지역으로 한반도 식문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자 외래음식의 유입통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일본의 음식문화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설명하는데, 외래음식의 유입을 받아들여 일본식으로 재해석 하는 돈카쓰, 카레라이스, 단순함 속에서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소바, 지역 밀착형으로 탄생한 에키벤, 음식을 대하는 일본인들의 진중한 태도를 소개한다.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저자가 책의 모든 내용을 실제로 존재하는 음식점, 인물, 료칸을 사례로 풀어내어 독자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알기 쉽게 접근했다.

"이렇게 지켜 오던 육식 금지가 난관에 봉착한 것은 개국과 더불어 외국인이 몰려오면서부터다. 일본인은 자신들과 체급에서 현격히 차이가 나는 서양인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 차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근대화고 뭐고 말짱 도루묵이라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근대화를 이끌었던 정치가들은 왕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서양의 관료들을 접대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음식을 낼 필요도 있었다. 급기야 메이지왕은 1872년 1월 24일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을 궁으로 불러 서양식 만찬을 열었다. 1,200년간 지켜 왔던 육식 금지의 역사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p.18-20)"

"돼지국밥, 고기국수, 돈코쓰라멘, 오키나와소바는 돼지를 활용했다는 공통점 외에도 국토의 남단이며 해안 지방이라는 지리적·환경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의 남해안과 제주도, 일본의 오키나와와 규슈는 오래전부터 뱃길로 연결되어 있었다. 음식의 역사를 교류의 역사로 본다면 이는 만만치 않은 단서들이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는 없다. 이처럼 한반도와 일본 열도 간의 ‘음식교류사’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p.54)"

"바로 이 지점에 외래음식을 받아들이는 일본인의 무섭도록 냉정한 태도가 숨어 있다. 일단 외래음식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더없이 개방적이다. 하지만 그 음식을 일본의 것으로 만들 것이냐 말 것이냐는 철저히 계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이를 가족에 비유해 보자.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손님(외래음식)은 언제나 환영한다. 대신 그 손님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족’(일본음식)으로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가풍을 이어받을 자질이 있는지, 대다수 가족 구성원이 동의하는지 꼼꼼히 따진다. 그래서 자격이 되는 손님은 가족으로 대접받고, 그렇지 못하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객의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일단 가족이 되고 나면 무한한 애정을 쏟는 것은 물론이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뼛속까지 가족으로 대한다. 10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라멘과 단탄멘은 가족이 된 반면, 잔폰은 아직도 객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잔폰은 여전히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예나 지금이나 별다른 변형과 발전이 없다.(p.96)"

서울시정일보 손수영 기자 hmk06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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