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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Book] 쉽고 편하게 해먹는 자연양념과 제철밥

[푸드 Book] 쉽고 편하게 해먹는 자연양념과 제철밥

  • 기자명 손수영 기자
  • 입력 2017.10.0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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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달력 제철밥상', '자연 그대로 먹어라'의 책을 통해 바른 먹을거리와 자연요리법을 소개해온 장영란. 사 먹는 데 익숙한 도시 부엌에서 자연을 되찾기 위해 그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로 귀농한 지 15년이 된 그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자연스럽고 건강한’ 밥상 노하우를 전달한다. 

저자는 모든 맛의 기본인 양념 만들기와 밥상의 중심인 밥 짓기에 초점을 맞춰 쉽고 소박한 요리법을 선보인다. 쉽긴 해도 ‘빨리빨리’와는 거리가 멀다. 된장, 고추장, 조청, 식초 등 평소 사 먹던 각종 양념을 직접 담그는 데는 무엇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자신의 솔직한 경험담과 함께 스스로 터득한 간편 조리법을 소개해 독자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응용력. 집에 제대로 된 양념과 제철 재료만 있으면 누가 하든, 무얼 하든 맛있다. 같은 양념이라도 봄에는 쑥, 여름이면 깻잎을 만나 다른 반찬이 되고, 된장 하나로도 국, 나물, 장아찌, 샐러드 등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무궁무진하니 밥상 차림이 하루하루 즐겁다. 좋은 선생님을 따라 직접 밥을 짓고 장을 담그다 보면, 어느새 부엌에는 돈 대신 자연이 가득하다.

저자처럼 시골에 살지 않아도, 직접 농사짓지 않아도 괜찮다. 가까운 시장에 나가서 제철 재료를 구하기만 하면 특별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 특히나 우리에게 자연의 기운을 전하는 곡식 맛을 제대로 알고 먹으면 어떤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다. 이 책은 단순히 계절에 나는 재료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각 곡식을 먹어야 할 철과 궁합이 잘 맞는 체질을 설명한다. 

예를 들면, 더운 여름에는 추운 겨울을 난 밀과 보리를, 추운 겨울에는 여름의 기운이 담긴 팥을 먹어서 몸의 균형을 맞추는 게 좋다며 여름 밥상으로 보리밥과 호박잎쌈, 겨울 별미로 팥칼국수와 팥떡국을 소개한다. 1년 내내 입뿐만 아니라 몸까지 즐겁게 해주는 지혜로운 조리법 47가지를 모았다.

"아침은 배부르게 먹어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기분이다. 낮 동안 부지런히 움직여서, 먹은 걸 다 써서 그런가 싶다. 점심은 그저 그렇게 먹고 저녁은 대충 건너뛰거나 일이 많은 철에만 간단히 먹고. 이렇게 저녁을 안 먹으면 속이 비어서 편하다. 간단히 간식을 먹을 때도 있지만, 배불리 먹는 일이 없다. 저녁 시간이 여유롭고, 밤에 잘 때 몸이 편안하고, 아침이 기다려진다.(49쪽)"

"장 담그는 일은 어찌 보면 참 단순한 일이다. 항아리에 메주를 넣고 소금물을 부으면 되니까. 어렵게 생각할 거 없이 할 수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장 담그기에 관한 자료가 많고, 그것만으로 엄두가 안 나면 여기저기서 열리는 장 담그기 행사에 참가해 배울 수도 있고, 장을 손수 담그는 이를 찾아가 어깨너머로 보고 배울 수도 있다. 중요한 거는 장을 내 손으로 꼭 담가야겠다는 절실함이리라.(60쪽)"

저자 장영란 | 들녘
저자 장영란 | 들녘

"지금 우리나라는 음료수가 넘쳐 난다. 길거리를 걸어 보라. 시냇가에 물 흐르듯 음료수가 흐른다. 콜라, 사이다, 옥수수수염차, 기능성 음료, 과일주스, 심지어 건강식품인 홍삼액... 이 모든 음료에는 액상과당이라는 단맛이 들어 있다. 이 액상과당은 값싼 수입 옥수수를 산화해 만든 정체불명의 당이지만 사람 혀에는 깔끔한 단맛이 '끝내준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당이니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비록 효소차도 설탕범벅이지만, 액상과당의 위험한 단맛에서 벗어나기 위한 징검다리로 효소차를 추천한다.(108쪽)"

"우리말에 '짓는다'는 말이 있다. 이 '지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걸 마련할 때 쓴다. 옷 짓고, 밥 짓고, 집 짓고, 농사지어 보니 밥을 짓는 일은 집을 한 채 짓는 만큼 온갖 손길과 여러 사람들의 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부엌에서 밥을 짓는 일은 단순하다. 쌀 씻어 물 잡은 뒤 전기밥솥에 넣고 단추를 누르면 끝! 아무리 간단한 빵도 밀을 가루로 내고 물만이 아니라 소금이나 효모를 넣고 숙성시켜서 구워야 하지만. 밥은 쌀에 물만 넣고 끓이면 된다. 이리 간단한데 '밥하기 귀찮다' '밥하기 어렵다' 이런 생각이 왜 들까? 밥이 주인공 자리에서 점점 뒤처지기 때문이 아닐까?(208쪽)"

"봄이 한 발 한 발 깊어지면 쑥이 여기저기에서 돋아난다. 3월 말이 되면 한 바가지 뜯어올 수 있다. 향긋한 봄쑥은 겨울을 이기고 다시 푸르러진 대파와 궁합이 잘 맞는다. 쑥에 대파를 넣고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그 향긋하고 달큰한 맛에 봄이 온 걸 실감할 수 있다. 봄비가 내리고 해가 길어지면 쑥이 쑥쑥 자란다. 그러면 쑥은 온갖 음식에 들어가는데 그 가운데 가장 별미는 쑥버무리가 아닐까 한다. 쑥에 쌀가루를 듬성듬성 섞어서 찌면 쑥 향내가 온 집안으로 퍼지고 식구들이 모여든다.(257쪽)"

서울시정일보 손수영 기자 hmk06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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