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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Book]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푸드 Book]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 기자명 손수영 기자
  • 입력 2017.09.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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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왜, 어떻게’ 먹는가?

‘먹방’에서 ‘쿡방’을 넘어 ‘푸드 포르노’까지, 이제 음식과 요리의 가치는 단순한 먹거리를 벗어나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확장됐다. 하지만 화려한 색감, 깊은 향과 풍미, 다채로운 식재료, 마술 같은 조리 과정에 매혹되고 환호하는 동안 정작 우리는 먹는다는 행위의 가장 중요하고 궁극적인 목적, 즉 ‘무엇을, 왜, 어떻게’ 먹는가를 잃어버리고 있다. 

먹는다는 행위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첫째로 동물이, 다른 생명체가 지닌 유기물과 무기물을 섭취해 자신의 몸과 그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바꾸는 일종의 화학적 자리바꿈이다. 바로 ‘생존’에 필요한 기초적인 양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는 육체적 양분뿐만 아니라 ‘즐거움’이라는 정신적 양분을 얻는 과정이다. 먹는 즐거움은 삶의 가치를 더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먹거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 그리고 이 먹거리를 보다 맛있고 즐겁고 건강하게 먹는 것은 ‘무엇을, 왜,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의 진정한 가치가 여기에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음식과 요리는 단순한 먹거리에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변모했다. 이제 제대로 먹고 즐겁게 소화시킴으로써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과 요리의 가치를 ‘알 거리, 배울 거리’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맛있고 아는 만큼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의 실체를 확인하도록 도와준다. 

"아밀로펙틴으로만 구성된 반면 멥쌀은 아밀로오스가 10~3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멥쌀로 지은 밥은 찹쌀로 지은 찰밥에 비해 식으면 더 빨리 굳어진다. 보온 도시락이 없던 시절, 선조들이 먼 길을 떠날 때 일부러 찰밥을 지어서 가져갔던 이유는 아밀로펙틴 성분의 찰밥은 시간이 지나 밥이 식어도 덜 굳기 때문이었다. 찹쌀로 만든 인절미나 찰떡의 경우 호화 상태가 잘 유지되기 때문에 얼렸다가 녹여도 여전히 쫀득하고 부드러워 다시 찌지 않아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멥쌀로 만든 밥은 갓 지었을 때는 더없이 부드럽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아래쪽으로 물기가 배어 나오고 위쪽은 딱딱하게 굳어서 식감이 나빠진다. 이렇게 살펴보면 찹쌀이 멥쌀보다 더 좋은 쌀인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는 우열이 아니라 용도의 차이다. 일례로 떡국을 만드는 가래떡은 반드시 멥쌀로 만들어야 한다. 더 말랑말랑하고 더 쫄깃하다고 찹쌀로 가래떡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우리는 설날 아침에 떡국 대신 끈적거리고 느른한 풀국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p. 26)"

"콩은 인간의 도움 없이도 뿌리혹박테리아와의 사이좋은 공생 관계를 통해 질소를 풍부하게 공급받기 때문에 식물 중에서 가장 많은 단백질 함유량을 자랑한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콩은 고기를 충분히 먹을 수 없었던 가난한 이들에게 거의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콩은 콩일 뿐 고기는 아니었고, 사람들은 고기를 꿈꾸면서 콩을 먹었다. 하지만 고기가 풍부해진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콩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고기는 단백질뿐 아니라 지방과 콜레스테롤까지 다량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열량 과다 상태인 현대인들에게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는 콩을 ‘가난한 자의 고기’가 아니라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부른다. 인간은 이제야 콩이 지닌 영양학적 우수성을 제대로 인식한 셈이다.(p. 69~p.70)"

음식과 요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져 이제 예능도 접수한 상태다. 하지만 전통 식품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고 과학적 접근 역시 미미하다. 전통 식품을 테마로 삼아 음식의 과학을 풀어내는 이 책이 반가운 이유다. 일 년 열두 달을 대표하는 음식과 바탕에 깔려 있는 과학을 음미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게 된다.

서울시정일보 손수영 기자 hmk06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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