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랑을 찾아서 길을 나서다- 꽃무릇(석산)
붉은 사랑을 찾아서 길을 나서다- 꽃무릇(석산)
  • 박용신 기자
  • 승인 2017.09.25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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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세파에 찌들여 메마른 가슴으로 감당할 수 있겠니?

 

▲절집 고요가 머무는 빈터에 애절한 사연을 지닌 꽃무릇, 일명 상사화가 피기 시작했다.

[서울시정일보= 박용신 논설위원장]

꽃무릇(석산)이 피기 시작했다. 절집 고요가 머무는 빈터에 애절한 사연을 지닌 일명 상사화가 강렬하게 붉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대여! 감당할 수 있겠나? 저 붉음을. 저 붉은 색들의 유영을.. 꼿꼿하게 자존심의 키를 키운 한자도 넘는 여린 외줄 꽃대에 붉은 별화관을 하늘 보란 듯, 치 받들어 쓰고
당당하게 버티고 서서, "나만의 세상" 뽐내고 있다.

 

▲애절한 사랑이 궁금한 페가수스가 밤을 새다 두고 간 별꽃화관

▲꽃무릇이 페가수스의 별꽃화관을 쓰고 여름의 끝, 계절 태양에게 시위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 괴물의 목을 칠 때 흘린 붉은 피가 날개 달린 천마가 되어 하늘에 올라 별이 된 페가수스가 산사, 행자승이 불공드리러 온 젊은 처자를 첫눈에 반해 사랑하다 상사병으로 죽은 사연이 궁금하여 밤새 꽃대 위에 앉아 날을 새다 잠이 들고 새벽이 되어 돌아갈 시간, 부랴부랴 붉은 별꽃화관을 두고 갔는데, 그 화려한 붉은 별화관을 쓴 꽃무릇이 어제부터 꽃을 피워 붉은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찌 보고픔과 그리움을 말로 만 표현 할수 있겠는가? 그대여! 몸짓.

 

▲한자(尺)도 넘는 꼿꼿한 자존심의 키를 키워 코앞으로 "와락" 달려들고.
꽃무릇(석산), 일명 상사화는 대비되는 잎이 없이 강렬하게 꽃만 피는 관계로 보는 순간 턱밑으로 숨막히게 "와락" 달려드는 인상을 받는다. 기겁할 정도로 고혹한 색(色), 왜, 이 꽃은 그 뜨겁던 태양의 여름을 뒤로 하고 가을 초입, 잎이 지고 나서 꽃대를 세워 저리도 애절하게 계절의 시간들을 꽃을 피워 메워 가고 있는 것일까? 그 황홀한 붉은 색의 사연을 찾아 길을 나서보자.

▲붉은 색의 유영을 보고싶다면 선운사, 용천사, 불갑사에 가라. 거기서 감당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라

<붉은 색의 유영을 보고 싶다면?>
고창 선운사,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에 가라.

선운사 일주문부터 제법 너른 공터에 펼쳐진 붉은융단을 밟으며 4km 남짓, 좀 멀지만 도솔암까지 느리게 걸어 얻는 휴식과 평안의 시간, 이 숲 거리에 툭툭 무리 지어 자연스레 피어 있는 꽃을 보며 걷는 가벼운 공간 트레킹은 아마 국내 최고가 아닐까?

▲햇살 그리운 나른한 오후, 먼 옛날 슬픈 사랑 전설을 노스님에게 들었다 . (선운사 차밭 옆댕이)

▲툭툭 무리 지어 피어 내내 수군 수군 , 두런대는 사랑이 익는다 (선운사 차밭 사이)

▲바람이 불면 저 붉은 바다가 일렁거려 멀미가 나고 내 가슴에도 파문이 인다. <선운사 일주문 옆>

또한 함평 용천사, 꽃무릇 공원으로 조성된 화원을 따라 지루하지 않게 배치된 나무와 나무들의 사이,
넉넉하게 펑퍼짐한 둔덕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붉은 꽃무지 무덤들, 사찰 경내, 빈터 어디에 건,
심지어 석탑에 기단 밑까지 자리한 꽃의 침범, 난리도 아니다. 한참 지나 꽃구경이 시들해지면
사찰 뒷편의 왕대밭과 차밭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산책로를 따라 걷는 맛, 또한 휴식 삼매의 점입이다.

 

▲석탑에 그늘까지 점령한 꽃무릇, 영역이 위태롭다 <함평 용천사에서>
 

▲숨을 곳도 더이상 없다. 저 나무들 군불 지필 때까지 목빼고 기다려 주려나.(함평 용천사에서)

불갑사는 어떤가. 사찰로 들어서는 주변, 누가 일부러 심지도 않았는데,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과 밭 뚝에도 꽃무릇은 피고, 포장된 도로의 가장자리 나무들 틈새에도 툭툭 꽃무릇이 자리했다. 용천사 못지 않게 잘 조성된 꽃무릇 화원과 저주지 뚝방 길을 끼고 소담하게 핀 붉은 꽃들이 들풀들과

물에 어리어 걸음을 옮길 때 마다 천경자의 원색 미인도가 파노라마처럼 흐르는 착각이 들게 하는  꽃무릇의 고향 불갑사.

▲논뚝에 오두마니 서서 누굴 기다리는 걸까? <영광 불갑사 가는 길>

▲맨드라미의 터까지 차지한 기다림이 오후를 너머 초저녘까지 이어졌다. (함평 불갑사에서)

고만, 고만 거리도 지척인 이 사찰들은 아주 오래된 천년 고찰로 진입로 일주문 근처 반경 4km 까지 아름들이 소나무나 느티나무, 갈참나무 숲으로 조성되어 있어 숲길, 걷는 것 만으로도 편안하고 그 숲 나무들, 그늘의 빈터에 피어 있는 꽃무릇, 솔바람 불어 붉은 색의 유영을 보노라면 당신은 힐링(Healing), 그 정점에 서게 된다.

▲우리나라 대표 승보사찰 송광사 경내. 둘러 보려면 족히 하루는 걸린다.

▲선암사 들어가는 입구에는 보물 400호인 아취 다리 승선교가 빼어난 자태로 서 있다.


<새색씨 수줍은 사랑색을 보고 싶다면?>
순천 송광사, 선암사에 가라.

유서 깊은 우리나라 대표 승보 사찰인 송광사는 아름다운 누각과 전각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족히 하루는 걸릴 것이고, 캐 묵어 이끼 낀 돌서덜 담장 틈새로 삐죽 툭툭 자라 꽃을 피우고 자태를 자랑하는 꽃무릇에서 어찌 잊어버린 첫사랑의 기억을 되찾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돌서덜 담 공터에 조붓애처롭게 핀 꽃무릇 (송광사에서)

▲풀섶에 자리해서 붉은색, 푸른색의 대비가 청초하다.( 송광사에서)

 

▲돌담 틈으로 겨우 버티고 서서 누구을 기다릴까.(송광사에서)


그리고, 꼭 선암사에 들리라 권하고 싶다. 물론, 이 사찰도 정유재란 당시 전각들이 불에 탄 이후 중수 되어 그리 오래지는 않았어도 단청을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아 본래의 나무 색이 살아 있어 고색창연이라는 말이 어울리며, 전각 건축 미 또한 수려하다. 전각과 전각을 구분하는 경계, 돌담 길을 끼고 아담 조붓하게 조성된 화단으로 너더댓씩 무리를 지어 피어 있는 꽃무릇, 물론 인위적 만듬의 흔적이 역력하지만, 시야에 액자틀로 보면 너무나 멋진 정물화로 다가선다.

 

▲풍경소리 귀 기울여 한 시름 놓고. (선암사 꽃무릇)

 

▲ 액자틀에 가두어 내방에 걸고 두고두고 나만 볼까나 (선암사 꽃무릇 )

▲햇볕 좋은 날, 꽃대도 덩달아 붉어졌다. (선암사 뒷뜰 꽃무릇)

<서울근교에서 볼 수 있는 곳>
대단지 화려한 꽃무릇 군락지가 아니어도 서울근교에서도 맛보기 꽃무릇을 구경할 수 있다. 법정스님과 인연이 있는 길상사와 성남시에 있는 신구대학 식물원에 가면 꽃무릇을 볼 수 있다. 시간이 허락치 않아 아쉽다면 이 곳에라도 가서 초가을 붉은 사랑을 그려 볼 수 밖에.

<終>

꽃무릇의 본 한자 이름은 석산(石蒜)이다. 산이 마늘 산자이니 돌마늘이란 뜻인가? 왜 이꽃은이렇듯 사찰 주변에 뿌리를 내려 번성한 걸까? 일설에 의하면 꽃무릇은 전분이 함유되어 있어 예전엔 독성을 빼고 식용으로 활용했다고 하며, 절집 주변에 많이 키우는 이유는 뿌리를 말려 풀을 쑤면 그 속에 포함된 방부제 역할을 하는 독성 때문에 좀이 슬지 않고 쥐도 갉아 먹지 않아 불교의 탱화를 배접하는데 사용하여 절 주변에 많이 심어 재배 되었다고 한다.

꽃무릇 뿌리에 독 성분이 방부제 역할을 하여 절의 탱화를 그리거나 창문 만들 때, 빻아 함께 사용하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하여 절 주변에 많이 심었다고 하나 현재는 사용치 않는 단다.

추석 연휴 아직 늦지 않았다.위에 열거한 장소에서 꽃무릇 축제들이 다투어 열리고 있다.
무언가 짓누르고 답답함이 팽배한 이 시절, 무작정 그 곳으로 달려가 한 시름 잊고 꽃, 붉음에
취해 보는 건 어떨까?

 

서울시정일보 박용신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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