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홍색 신비로운 진도 홍주
선홍색 신비로운 진도 홍주
  • 전송이 기자 <webmaster@msnews.co.kr>
  • 승인 2011.02.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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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홍주의 명성이 가장 높은 것 같습니다.
소주고리.
진도 홍주 맛보신 적 있는지요?
홍주는 붉기 때문에 얻은 이름입니다. 우리술에는 붉은 색이 도는 술이 몇 종류 있습니다. 진도홍주처럼 지초를 넣어서 빚은 증류주로 감홍로, 관서감홍로, 내국홍로주가 있고, 붉은 누룩 홍국을 넣어서 빚은 발효주로 천태홍주, 건창홍주, 홍국주가 있습니다. 현재 상품화되고 있는 것으로는 파주에서 빚는 감홍로가 있고, 배상면주가에서 빚는 천대홍주가 있는데, 아무래도 진도홍주의 명성이 가장 높은 것 같습니다.


진도홍주의 유래설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신뢰할 만한 얘기는 진도에 터잡고 사는 양천 허씨 집안에서 전해오고 있습니다. 1608년에 광해군이 즉위하자, 신하들은 왕의 형 임해군을 역모죄로 몰아 진도로 유배를 보냅니다. 그런데 광해군은 형을 먼 진도까지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강화 교동도로 유배지를 바꿉니다. 충청도 아산까지 내려갔던 임해군의 행렬이 다시 길을 돌리는데, 임해군을 맞이하기 위해 진도로 먼저 내려가 있는 임해군의 처조카 허대(1586~1662)는 이 소식을 듣지 못 합니다.

그 때 허대는 임해군에게 드릴 소주 내리는 법까지 알고 있었던가 봅니다. 임해군이 영창대군과 함께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난 뒤로, 허대는 아예 진도에 눌러앉아 진도의 양천 허씨 가문을 열게 됩니다. 이때부터 진도에 홍주가 터잡게 되었고, 지금은 허대의 11대손인 허화자씨가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진도홍주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대동여지도를 작성한 김정호 선생도 진도홍주를 맛보고서 “홍매화 떨어진 잔에 봄눈이 녹은 듯하고, 술잔에 비친 홍색은 꽃구경 할 때 풍경이로다."라고 찬탄했습니다. 나랑 안에서 소문난 명주였던 거지요.

이런 역사성을 인식했는지, 최근에 그러니까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동안 국책사업으로 진도홍주 명주 프로젝트인 진도홍주 신활력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한 200억원 정도가 투자되었는데요, 유사이래 이렇게 큰 자본이 전통주에 투자된 적이 없지요. 그래서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진도홍주 공동브랜드로 40도 루비콘과 35도 아라리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 공동브랜드는 진도군수가 품질인증을 하고, 전통주 최초로 지리적 표시제가 실시되고, 표준화된 제조법에 따라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어떤 전통주도 시도하지 못한, 야심찬 노력을 하고 있지요.

공동브랜드인 루비콘은 예전 진도홍주보다 훨씬 맑고 깔끔해졌습니다. 선홍색이 더 맑게 돌고, 알코올의 짱짱한 기운도 더 세련되었습니다. 지초의 맛과 누룩의 향기도 잘 조절되어 있는 편입니다. 이 루비콘 제품은 2010년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에서 리큐르 부분에서 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진도홍주의 매력은 그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진도군에는 5개의 홍주 양조장이 있고, 올해는 2개의 홍주 양조장이 더 생길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진도홍주 체험마을인 홍주촌을 만들었는데, 사실 진도홍주의 가장 큰 힘은 진도 민가에서도 홍주를 내릴 줄 안다는 것이지요. 술을 정책적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그 지역 사람들이 모두 공유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진도홍주는 섬 지방의 특성상 상당히 오래도록 소주를 내리는 문화를 주민들이 공유해 왔습니다.

보리가 들어간 홍주는 뒷맛이 구수하고 진합니다. 옹기로 만든 고소리로 소주를 내렸는데, 현재 양조장에서는 감압식 증류기를 사용하여 홍주를 내립니다. 홍주의 빛깔과 특유의 향기는 지초라는 약재에서 우러나온 성분입니다. 마지막 제조 단계에서 소주를 지초에 통과시키면, 선홍빛 홍주가 됩니다. 지초의 향과 맛은 독한 알코올의 향을 가려주는데 그 맛이 아주 도도하게 느껴집니다. 지초는 관절염에 효과가 있고, 최근 경희대학교 연구에서는 당뇨와 비만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내놓았습니다.

저는 진도홍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진도홍주 문화재기능 보유자인 허화자씨에게서 배운 적이 있는데요. 마실 때 꿀을 조금 타서 마시라더군요, 그러면 알코올의 쓴맛과 지초의 약재맛이 꿀과 어우러지면서 술이 입에 착 감깁니다.

요사이 진도사람들은 맥주와 홍주를 칵테일해서 붉은 노을이 바다에서 출렁거리는 것처럼 만들어 일출주 또는 일몰주라 하여 마시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진도홍주에 가장 어울리는 안주는 아마도 진도 소리일 것입니다. 진도홍주를 맛보러 진도 여행 계획을 잡아보시고, 진도 소리와 함께 진도 홍주를 맛보시기 바랍니다. 예전 유배객들이 즐겼을 진도의 기품있는 문화의 한 자락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허시명은?

허시명은 대한민국 1호 술평론가이자, 술 기행가, 막걸리 감별사다. 현재 ‘막걸리학교’ 교장이자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문화부 전통가양주실태조사사업 책임연구원, 농림수산식품부 전통주품평회 심사위원, 국세청 주류질인증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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