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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세상에서 가장 허망하고 실속이 없는 일

[섬진강칼럼] 세상에서 가장 허망하고 실속이 없는 일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04.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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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웠었고 지금도 어려운 일이 누군가와 연애를 하는 일이며, 다시 인생을 산다하여도 내게는 끝내 풀지 못하고 덮어버리는 난해한 숙제가 될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사진 설명 : 우리 시대의 작가 김만근 선생의 작품 그림 속의 미인 “누드”다.
사진 설명 : 우리 시대의 작가 김만근 선생의 작품 그림 속의 미인 “누드”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흔히 거울에 비친 미인을 뜻하는 경중미인(鏡中美人)은 삼봉 정도전이 팔도의 산천과 인심을 논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사람들의 특질을 평한 것으로, 거울 속의 미인처럼 단정하다는 의미인데. 거울 속의 미인이라는 이 말에 숨겨진 뜻은, 보기만 그럴싸하지 아무런 실속이 없다는 의미다.

이와 유사한 그림 속의 미인을 뜻하는 화중미인(畵中美人) 역시 화려하기는 하여도 아무런 실속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옛 사람들이 풀어 쓴 의미가 무엇이든, 문자 그대로 경중미인(鏡中美人)이나, 화중미인(畵中美人)이나, 예를 들어 서로 사랑하면서도 멀리 있어 만나지 못하는 연인들에게는 그리움만 더하게 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주린 배를 채울 수도 없으면서, 배고픔만 더하게 만드는, 그림 속의 떡이라는 화중지병(畵中之餠)과 같은 것으로, 사람에 따라서는 고통이 되기도 하고 기쁨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거든 저거든 세상에서 가장 허망하고 아무런 실속이 없는 일이 이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네 사람이 사는 실상을 보면, 거울 속의 미인이 어떻고, 그림 속의 미인이 어떻다는 것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장난이고, 고전적인 풀이를 하면, 이른바 주색잡기에 이골이 난 바람둥이 난봉꾼들이 자랑삼아 하는 희롱일 뿐......

외로운 이들에게는 거울 속의 아름다운 미인 또는 그림 속의 화려한 미인보다는 조금은 못생겼어도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사랑하는 여인이 훨씬 더 좋고, 마음 속 여인이 어떻다 하여도, 눈 속에 든 여인 즉 지금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인이 지상 최고로 아름다운 미인이라는 사실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옛 사람들이 나그네 외로운 객창에 음풍이 불면 못생긴 추녀도 아름다운 미인으로 보인다는 것이 맞는 말이고, 그것이 부정 할 수 없는 인간의 심리다.

며칠 전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는 제하의 글과 함께 게재했던 강 건너 국사봉과 아름다운 미인과 같은 산세를 보신 존경하는 원로 교수님께서, 섬진강 국사님(국사봉)의 경중미인(鏡中美人) 화중미인(畵中美人)이라는 문자를 보내오셨기에, 심중미인(心中美人)이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존경하는 원로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섬진강 국사님은 촌부를 빗댄 것으로, 촌부에게 날마다 실속 없는 미인을 사랑하며 힘 빼지 말고, 백 년 만에 꽃들이 만개했다는 아름다운 이 봄날을 함께 즐길 진짜 애인이라도 만들어보라는 말씀이지만, 그거야말로 인연으로 만나기 전에는 불가한 일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개인적으로 이 나이 먹도록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웠었고 지금도 어려운 일이 누군가와 연애를 하는 일이며, 다시 인생을 산다하여도 내게는 끝내 풀지 못하고 덮어버리는 난해한 숙제가 될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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