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서인석의 유머칼럼] 취중천국 대한민국
3탄 ... 건배사가 인격을 좌우 한다
이제 술자리에서 첫 잔을 들기 전에 ‘위하여’와 같은 건배사가 일상화 되었다. 술을 마실 때의 건배사는 때때로 시류를 반영한다. 1991년 노태우대통령 당시 그해 연예대상을 탄 연예인들을 청와대에 초청하는 바람에 kbs에서 연기대상 신인상을 탄 나도 청와대 구경을 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여,야의 많은 지도자들도 그 자리에 있었고 건배를 하게 됐다. 여당 대표가 ‘위하여’라고 하자 야당 대표는 ‘위하야’라고 외치는게 아닌가? 장내는 곧 웃음파도가 이어졌지만 난 그때 그런 차가운 웃음파도는 처음 느꼈었다.
건배사에도 당대적 삶이 배어난다. 삶은 진화하는 것이므로 건배사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 진화하는 모양이다. 건배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비우기 위해서고, 또 하나는 다시 채우기 위해서다.
“오늘 이 자리는 그동안의 짜증났던 스트레스 모두 비워버리고, 웃음으로 가득 채워나가는 행복한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자가 “비우자”라고 외친다.
乾杯(乾 마를 건 杯 잔배)는 글자 그대로 술이 들어 있는 잔을 비우자는 것이다. 그냥 비우자고 하는 것 보다는 한 마디 하고 큰 소리를 외치면 더 멋있고 단합의 분위기가 되므로 건배사를 하는지 모르겠다.
보통은 “위하여~”'라는 건배 제의가 일반적이지만 건배사 제의를 받았을 때 멋진 건배사를 하게 되면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어 평소 재미있는 건배사 한 두 마디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특히 요즘은 톡톡 튀는 다양한 건배 제의가 유행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맨 날 하는 건배 제의보단 분위기에 걸 맞는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건배 제의를 한번 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건배법은 어떨까? 대.한.민.국.이다~
<대>가리 박치기 일삼는 정치인들
<한>한마음으로 일치단결하여
<민>중을 위해 일 하거라
<국>민은 지금 다 죽어간다
북한에서는 강냉이로 만든 술을 마시며 “무력통일!”이라고 외친다는데, 그 뜻이 의미심장하다.
<무>지막지 잔인무도한
<력>사의 죄인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통>통살찐 손자 김정은을
<일>찌감치 쫓아내지 못한 게 한이로다!
술을 마시되 德이 없으면 亂하고 주흥을 즐기되 禮를 지키지 않으면 雜스럽다. 술을 마실 때는 덕과 예를 갖춘 바른 태도를 지녀야한다.
파출소 앞 게시판에 국회의원 입후보자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 를 본 술 취한 사람이 경찰에게 비틀거리며 다가가 물었다.
“경찰아저씨! 여기 붙어있는 이놈들은 도대체 무슨 나쁜 짓을 한 놈들입니까?”
“여보세요, 이건 현상수배 사진이 아니라 선거용 포스터예요!”
그러자 술 취한 사람이 말했다.
“아하~! 앞으로 나쁜 짓을 골라서 할 놈들이군!”
이렇게만 술 취하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술을 마시게 되면 곧잘 솔직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그 솔직함이 좋아서 흰 눈이 소록소록 내리는 날 밤 뒷골목 포장마차의 목로에 앉아 고기 굽는 희뿌연 연기를 어깨로 넘기며 마주 앉아 술을 마시는지 모른다. 그러나 술로 인해 인생의 행복을 망치니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