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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에 속살 속으로, 절경과 비경의 마침을 보다.

동강에 속살 속으로, 절경과 비경의 마침을 보다.

  • 기자명 박용신
  • 입력 2017.07.04 09:30
  • 수정 2017.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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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의 트레킹, 래프팅, 완전 정복.


▲ 잣봉에서 내려다 본 어라연 계곡.

[서울시정일보=박용신 기자]<동강변에 서서 나뭇잎 하나 띄웁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바다에 닿겠지요. 강뚝에 시원한 바람도 맞고, 협곡에 급류를 만나 아파도 하며 결국, 바다에 이르겠지요. 강물의 끝은 바다의 시작입니다. 당신이 바다의 시작점에서 내가 띄운 나뭇잎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뭇잎이 들려주는 강물의 여정 안에서 나의 여행문학을 이해하는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방랑의 벽으로 짐만 되어 온 내가, 미안한 마음에 나뭇잎에 "자유(自由)라 적었습니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도. 그대! 여러 모두, 나에게서 이제 자유입니다. 지향이 다한 '나' 강물이기보다는 지향의 시작인 '그대' 바다이기를, 저 희망의 바다로 나아 가십시요. 이제, 고래 잡으러 신나게 떠나십시오.>

▲ 비온 뒤 동강의 안개가 산을 넘고 있다.

<동강에 어라연과 잣봉>
노랑 등황각시 원추리가 화사하게 피어 강물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동강 '어라연' 물길 따라 걷는 발걸음이 가뿐하다. 간혹, 모난 돌들이 발길을 불편하게 하지만, 강물에 비쳐 너울대는 산 그림자가 마음을 다독인다. 어라연과 잣봉을 빼놓고 동강을 얘기할 수는 없다. "어라연(魚羅淵)"은 '고기가 비단결 같이 떠오르는 연못'이라는 뜻으로 안내판을 인용하면, "선인들이 전하기를 '사람은 절경에 홀리고 비경에 몸을 던진다'고 하듯이 천하 절경을 본 사람은 많아도 천하 비경을 본 사람은 많지 않다. 비경은 숨어 있어 속세인에게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라 적혀 있다. 그만큼, 동강에서 '어라연'에 경관이 가장 빼어나다는 말이다. 묵언(默言), 명상을 하듯, 무심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유유자적이 제격이다. 침묵하는 나무들에게 숨소리조차 들키지 말고 아름다운 것들은 있는 그대로 마음에만 담을 일이다. 가슴으로 송사리 뛰노는 투명하고 맑은 물빛이 가득 찬다.

▲ 등황각시 원추리가 한창이다. 어라연 가는 길에서...

잣봉(537m)을 오른다. '어라연' 물길은 나를 정화하는 명상(瞑想)의 입정(入定)이었다면, 잣봉에선 발아래 펼쳐진 '어라연 계곡'의 비경을 미술관에서 겸재(謙齋) 정선, '금강전도'를 감상하듯, 느릿느릿 신들의 미려한 붓질을 감탄하며 곡주를 마신 노승의 포행(布行)처럼, 안거(安居) 끝낸 행자승, 가부좌 풀고 만행길 나선 들뜸처럼, 그렇게 경치를 만만하게 감상할 일이다. 호락호락, 격식, 규제 다 풀고 그냥 그렇게.


제법 경사가 심한 비탈길, 몇 올 안 남은 머리칼이 바람에 날린다. 정상이 가까울 수록 꼬리진달래(참꽃나무겨우살이)가 군락을 이루어 피어 있다. 꽃이 피기전에 보면 꼭 진달래 나무로 속고 만다. 잣봉 전망대에 섰다. 단애(斷崖)와 단애 사이로 장승같은 노송들이 어깨를 겨루며 서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수려한 강폭이 보인다. 강의 중앙으로 큰 바위섬이 하나있고 올망졸망 작은 바위들이 솟아 있다. 거북이, 사람 같기도 하고 불상 같기도 하다. 가운데 제일 으뜸 바위가 옥순봉이다. 옛날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었다는 삼선암, 정자암이라고도 한다. 절경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바위틈 사이로 유유히 레프팅 보트가 지난다.

▲ 동강에 속살에는 시계바늘이 없다. 멈춰 있는 풍경속에 바람만 지날 뿐.

<배 건너는 집, 그리고 거북이 마을>
연포를 거쳐 굽이굽이 동강 길이 끝나는 지점, 가정마을에 '배 건너는 집'이 있다. 행길 건너편 험준한 산 밑, 길을 낼 수 없는 곳, 그래서 배로 건널 수 밖에 없는, 동강에서 유일하게 쪽배를 줄을 당겨 건너는 곳에 금슬 좋아 보이는 두 부부가 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팔며 살고 있었다. kbs의 1박2일이 여기를 다녀간 뒤 '배건너는 집'은 유명세를 타 사람들로 넘쳐 났고 장사도 잘 되었다. 그전 내가 알던 '배 건너는 집'은 정말 진솔하게 우리를 대했었고 음식 맛도 흔히 말하는 '어머니 손 맛' 이었는데, 유명세를 탄 뒤, 많이 변해 있었다. 데면 데면 사람들을 대했고 초심을 벗어난 상술이 눈에 보였다. 그래! 그게 대순가.


▲ 가정마을 `배 건너는 집`으로 가는 쪽배가 보인다. 에전에는 가정호라는 쪽배가 하나 있었는데 배가 세대 있었다. 가정마다 자가용인가보다.

한 동안 잊고 살았다. 배신당한 느낌이 들어 그 멋들어진 곳에 가지 않았다. 동강에 가도 먼 곳을 돌아 다른 맛집을 찾았다. 그런데 얼마 전 풍문으로 그 사람들의 소식을 들었다. 부부같던 두 사람은 그렇게 저렇게 만나 잠시 동거하던 사이였는데, 누군가 마음이 변해 여자는 집을 나와 바로 밑에 딴 살림을 차리고 영업을 했었따나. 가려거든 멀리나 가지 턱밑에서, 그걸 지켜 본 남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초심을 잃은 여인은 결국 일이 뜻 때로 안돼 그 곳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얘기. 지도에도 표기되는 '배 건너는 집' 이름은 영월 사는 금자씨가 지어준 이름이다.

▲ 어머니와 거북이 민박을 운영하는 정용회씨 본인이 직접 깍고 조각한 솟대 작품들과 귀한 약재술들을 공개했다. 언젠가 전시회를 할 꿈을 갖고 있는 건실한 청년이다.

▲ 산야초 약차를 대접 받았다. 동강에서는 입으로 들어가는 것 모두 보약이다.

'거북이 마을'은 배 건너는 집 나루터를 조금 지나면 나온다. 동강의 가장 깊은 곳, 길이 끝나는 곳에 있다. 말만 마을이지 집이 달랑 한 채이다. 이 곳엔 젊은 총각 둘이 어머니를 모시고 단란하게 산다. 장남은 산야초 약차의 달인이고, 차남은 솟대장이 조각가이다. 8대를 이어 이 곳에 산, 이 들은 민박집을 운영하며 매운탕을 끓여 판다. 그냥, 혼자이고 싶은 날, 훌쩍 떠나 다리 밑, 주어 온 고아처럼 나를 학대 하고 싶은 날, 거기에 가라 말하고 싶다. 조그만 방하나 얻어 륙색을 풀고, 슬리퍼 질질 개울물에 발 담그고, 물끄러미 고기 낚는 백로나 구경하는 나이기를... 산야초 차 한잔에 인생이 녹는다.

▲ 본래 동강은 이렇게 생겼다. 절벽에 암봉들이 줄을지어 늘어서 뱀처럼 구불댄다.

<동강(東江)과 그리고 동강(桐江)>
동강은 영월의 합수머리(서강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정선 남쪽 가수리까지 56km 구간의 강을 말한다. 예전에는 조양강(朝陽江)으로 불렸으며 흘림의 알파벳 m자를 여럿 나열한 형국으로 강은 구불 구불 겹쳐 흐른다. 그래서 소리를 질러도 들리는 곳이 길을 낼 수 없어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곳도 있다. 영월에서는 동강을 한자로 쓸 때, 동쪽에 있는 강, 해서 동녘 동(東)자를 쓰고 정선에서는 오동나무 동(桐)자를 쓴다. 같은 강이지만, 다른 한자를 쓰는 이유는 정선에 가수리와 귤암리에서는 오동나무를 많이 심어 딸들이 시집갈 때 오동나무 장롱을 혼수로 만들어 주어 오동나무 동(桐)자를 썼다는 설이 있다.


동강은 1997년 건설교통부가 동강에 댐을 건설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 환경단체 등, 국토 전문가들의 극심한 반대가 일어나며 전국적으로 유명한 강이 되었다. 물론 김대중 정부 들어 댐 건설은 백지화 되었지만, 다시 이명박 정부들어 '대운하 건설' 안에 동강을 경유하는 계획이 들어 있어 동강의 운명은 또 다시 풍전등화가 된 적이 있었다. 다행히 '사대강 사업'으로 방향이 바뀌며 동강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동강의 속살을 보기 위해서는 래프팅를 권한다. 보트를 타고 천천히 계곡을 내려가면 어라연 계곡의 암벽, 거기에 기생하는 이끼, 돌단풍, 부처의 손 등, 희귀 식물들을 코 앞에서 구경할 수있다. 사실 동강은 물길을 따라 산들이 직하 절벽으로 되어 있어 병풍처럼 둘러 처진 곳들이 많다. 이 절벽들을 '뼝때', 또는 '하늘벽 뼝때' 라 부르는데, 주로 석회암에 잘자라는 도장나무가 주류를 이루며 겨울에는 붉은 색을 띄어 '붉은 뼝때'라고도 한다. 뼝대는 절벽의 정선사투리이다. 2009년 제장~연포마을 생태탐방로 중간, 바새마을 앞 뼝대에 정선군에서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 통유리로 '하늘벽 구름다리'를 설치했다. 길이는 13m이고 높이가 105m에 이르러 밑을 보는 아찔함과 시야 파노라마 절벽에 경치가 일품이다.

▲ 래프팅을 못해 보고 동강을 얘기하는 건 괜실히 미안하다. 전국 최고의 래프팅 코스가 동강에 있다.

<너의 강, 나의 강, 그리고 어머니의 강>
동강은 우리들의 젖줄이다. 오대산에서 발원 하여 동강에서 자연을 품고 한강을 거쳐 바다로 간다. 동강은 누구라도 귀천에 차별없이 우리들을 반긴다.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당신이 아무도 모르게 숨을 곳은 이제 동강 밖에 안 남았다. 우리나라의 강들은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무참히 짓밟히고 으깨졌다. 당신이 아끼고 가꾸어야 할 마지막 남은 마음의 강, 어머니 같은 고향의 강을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아야겠다.

◆어떻게 가나
○ 어라연
거운분교 앞에서 안내판이 잘 설치되어 있는데, 왼쪽 산길로 접어들지 말고 오른쪽 강길로 먼저 가기를 권한다. 잣봉을 먼저 선택하면 제법 산에 비탈길이 힘이 들어 경치를 제대로 감상 못할 수 있다.

○ 거북이 마을
거북이 마을은 정선군 신동읍 연포길 787에 있다. 주소를 치고 가면 네비케이션에 안 나온다. 영월에서 태백, 사북로를 가다 예미교차로에서 유문동방향으로 좌회전, 고성안내소에서 다시 좌회전, 시멘트 다리를 건너 조금가면 "선생 김봉두"를 촬영한 연포분교가 나온다. 이 곳에서 이정표가 잘되어 있다.

서울시정일보 ,

논설위원/문화부 기자 (팸투어/여행문학작가)

백암 박용신의 "풀잎편지" (Photo Healing Essay)

취재여행 2017.6.22/ 기사등재. 2017.7.4

(박용신 기자 bagam@hanmail.net)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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