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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이 시(詩)가 되는 고품격 여행

캠핑이 시(詩)가 되는 고품격 여행

  • 기자명 박용신
  • 입력 2017.06.27 08:41
  • 수정 2017.09.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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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산에서의 야영! 그리고 별헤는 밤.

[서울시정일보, 평창=박용신 기자]

캠핑이 시(詩)가 되는 고품격 여행.

접산에서의 야영! 그리고 별헤는 밤.

▲ 나는 언제나 가진 것 다 내어 주는 산, 숲으로 간다.

마음에 구김이 생기는 날, 나는 그 산에 간다. 산에 품안으로 걸어 들어가 나도 나무가 된다. 그리고, 마고할매가 들려주는 아주 옛날, 까치호랑이 동화를 듣는다. 남녘 하늘로 별똥 별이 흐르고, 초승달 지는 새벽이 오면, 그대에게 사랑얘기 들려 주고 싶다. 그 때, 그 시절, 가슴에 담고 살아온 사랑 고백을 오늘은 꼭 들려주고 싶다. 시와 별과 동강이 흐르는 그 산에서.

▲ 이런 멋진 길을 달려 도착한 거기. 발 아래 펼쳐지는 동강에 장관을 보라.

◎ 너희들이 산딸기를 알아?
산에 그림자 안으로 들어갔다. 들여다보는 풀섶마다 산딸기가 지천이다. 손 바닥에 빨간 꿀물이 들어도, 손가락에 따끔따끔, 가시가 박혀도, 한 움큼, 입안으로 또, 한 움큼, 바구니로, 새콤, 달콤, 맛에 홀려 정신이 없다. 평창, 정선, 영월, 지금, 이 지역 산들에 속살에는 빨간 빨강, 산딸기가 한창이다. 하늘 가린 나무들, 푸름이 깊은 언덕에 낮은 자리마다 경이롭게 펼쳐진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놓는다. 혹여, 신들의 유희, 무도장은 아닐까? 그저 '아!'라는 짧은 감탄사 외마디 뿐.

▲들여다 보는 곳마다 산딸기가 맺혀있다.

 

▲ 골절, 관절염에 효능이 있는 접골목, 일명 덧나무 열매와 잘 익은 산딸기다. 덧나무 열매는 지금이 제철인데 새들이 좋아해 남아나지를 않는 단다.

 

 

금방, 이것 저것 가져간 푸라스틱 통들을 모두 채웠다. 어린 시절, 춘궁기 시절에 산딸기는 허기를 메워 주던 아주 고마운 먹거리였다. 버찌와 찔레꽃이 지나간 계절을 이어 자연이 선사한 유일한 주전부리, 내가 자란 양평쪽에 산딸기는 나무처럼 허리까지 꼿꼿하게 서서 가지 끝에 산딸기가 달리지만, 이 곳 강원도 산, 산딸기들은 넝쿨도 아닌 것이 넝쿨처럼 쭉쭉 늘어져 누워 마디마다 딸기가 달린다. 양평산은 낮은 구릉지대 주로 묵밭 가에 자라고, 강원 산은 산 입, 초입에 살다가 언제부턴가 산으로 올라 올라 이제는 산중턱 위에 터를 잡았다. 산딸기 따는 재미, 그대들이 알아?

 

▲ 산 넘어 또 산, 또 산, 그리고 강과 강, 화엄 경전보다 깊은 자연을 본다.


산골에 밤은 도심에 밤보다 한 뼘은 일찍 온다. 서둘러 야영 준비를 한다. 한편에선 텐트를 치고 한편에선 식사 준비를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분업이 잘된다. 어수리, 곤드레, 나물반찬에 오늘은 특별식으로 소고기 몇 점 굽는다. 산토끼들이 도망도 안가고 빤히 쳐다보며 킁킁댄다. 진동하는 맛 익는 소리, 소리, 왜 산에서 먹는 밥들은 다, 이렇게 맛있는 거야. 어둠이 내리는 산 위에서 오붓하게 만찬을 즐긴다. 포만한 배를 두드리며 누워, 별을 헤아린다. 밤이 새도록 노래를 부른다. 누가 뭐라지도 않는 방임(放任)의 , 캠핑이 시(詩)가 되는 행복한 시간이 흐른다.

▲ 중중무진의 바다 속에서 결국, 그대도 시인이 된다. (동강에 일출)

◎ 오지 <돈너미 마을>에 사람들.
접산에서 야영을 마무리하고 413번 국도, 평창 미탄면(육백마지기)을 가려다 문득, <돈너미 마을>이라는 산 쪽으로 난 이정표에 끌려, 어, 저 산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까? 그 외딴 곳, 사람들이 그리워 어느새 산을 오르고 있다. 구불구불 30여분 약2km, 구부러진 산길을 오르니, 산정(돈네미산768.9m) 부근, 갑자기 너른 분지가 나타났다. 꼭 청옥산 육백마지기를 닮았다. 서너 울룩불룩한 분지에 시야로 한 두 가구가 보인다. 이 곳은 평창군 미탄면 율치리, 산위에 위치한 "돈너미 마을"이다.

▲ 돈대(墩臺)처럼 높은 산 위에 있어 '돈대너머', '돈너미 마을'이라했다. 이 지역은 전형적 카스트르지형이다. 하나 둘, 사람들이 떠나고 묵밭에는 개망초만 무성했다

 

박정희 정권의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청옥산(1,200m) 육백마지기(1백여호에 집과 학교도 있었다함)처럼, 여기 저기 흩어져 살던 이 일대, 화전민들을 집단 이주시켜 조성한 마을로 예전에는 30여호가 넘게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이라 하기엔 너무 조용하고 한산하다. 안내판에 이 곳은 전형적 '카스트르지형'이라 했다. 지질학적 어려운 용어를 굳이 알 필요는 없지만, 아주 그 옛날, 석회암이 빗물에 녹아 분지 웅덩이를 만들고 그것이 돌리네(doline)라 하고, 돌리네가 모여 형성된 지형을 '우발라(uvala)'라 한단다. 가장 낮은 지형이 525m이고 가장 높은 지형이 7백m이다. 울룩불룩 지형에 높낮이 편차가 175m나 된다. 갑자기 이 지역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았던 가난했지만 착한 사람들이 보고 싶어졌다. '우발라'에 완만한 곡선과 부드러움 때문에 꼭 마음이 착했을 것 같은...

◎ 서울간 딸이 그리운 마지막 토박이 유영수씨.

"아! 글쎄, 우리더러 11월까지 이 마을을 떠나레유." 고추밭 김매기를 하고 있던 유영수(75세)씨는 5십년이나 여기 살아 왔는데, 웬 청천벽력이냐고 필자가 건네준 캔음료를 받아 마시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갑자기, 외지 자가용을 탄 사람들이 빈번하게 드나들었고 어느 날, 군청으로부터 11월까지 이사를 가라는 통보를 받았단다. "돈도 없는데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고. 유영수씨는 국유지에 농사를 지어왔기 때문에 보상도 못 받는다고 했다. 요즘 들어 부쩍, 이 일대 햇볕이 잘 들고, 바람 잘 부는 화전민이 살았던 산에는 '풍력발전소'와 '태양광발전소'가 세워진다는 소식을 듣는다고 했다. "공해가 심해서 탄광도 읍새고 원자력발전소가 죽으니께 신청만 허믄 허가가 난뎌!." 이미, 이 일대 산정상에는 어김없이 풍력발전기가 높다랗게 서서 '윙,윙' 돌아가고 있었다.

 

자연 친화적 에너지 정책이 필요한 정부에 머리 좋은 업자들이 사유지가 적은 만만한 국유지를 찾아 사전답사를 하고 군청과 손잡고 잘 살고 있는 산촌에 힘없는 사람들을 거리로 내몬다는 풍문. "돈너미 마을"에는 '태양광발전소'가 들어 온다고 했다. 고향을 등지게 된 그에게 어떤 위로의 말이 필요할까? 눈물을 글성이던 촌노가 빙그레 웃으며, 서울 사는 우리 딸이 인터넷에 여기를 소개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 심심치는 않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눈물을 글성, 딸이 그리운 아버지가 곁에 있었다.

 

▲강원도 어디를 가나 이런 풍경은 쉽게 볼 수 있다. 접산에 세워진 풍력발전기.

"근데 올핸 젬병이여! 먹을 물도 없당게." "이렇게 비가 안 오는데 뭔 곡식이 되것써." 사실, 영월, 평창, 정선을 거쳐 펼쳐진 산들은 물이 귀하다. 이미 이 곳 샘터는 마른지 오래고 아랫마을 물맛 좋기로 유명한 마차샘터도 바닥을 보였다. 탄광촌이 번성했던 석회암 지형이라 물이 귀하다. "일주일에 한 두번 물차가 오긴 오는데 그 것 가지곤 택도 없제!" 유영수씨는 오늘도 고양이 세수를 했는데, 사진이 잘 나오냐고 반문을 하며 씽긋 웃었다.

 

뭐랄까. 웬지 그냥 미안했다. 가져간 보냉 물통에서 시원한 얼음물을 컵, 가득 따라 건네고 돈너미 마을을 내려 왔다. 먹먹한 가슴으로 사람 때 묻지 않은 산속에 청 바람이 스쳐 갔다. 사는 게 뭐, 다 그런거지. 그가 얼마간 보상을 챙겨, 서울로 가서 그리운 딸과 말년을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멋진 야영지를 말해 볼까?
○접산, 패러글라이딩 활강장 옆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바로 밑에 자동차 대여섯 대를 주차하고 야영할 수 있는 패 러글라이딩 할강장이 명소이다. 이 곳에서는 동강을 넘나드는 아침안개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이 곳 또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정상 여러 곳 빈터에서 야영할 수 있다. 오래된 원시림의 숲, 자생하는 다양한 여름 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어떻게 가니?
○접산

네비케이션에 강원도 영월군 마차리, 영월 석탄박물관을 치고 박물관 앞에서 길을 건너면 새로 조성한 자동차도 오를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닦아 놓았다. 길이 꼭 네팔, 버스 도로처럼 아찔아찔, 스릴이 넘친다. 이 도로를 오르면 지형의 켜를 감상할 수 있다.

○돈네미 마을

평창 미탄면 창리에서 가는 것도 좋지만, 접산에서 1박을 하고 지나는 길에 들려보는 것이 좋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미탄면 면사무소 앞으로 도로가 잘 닦여 있다. 신도로, 구도로 두 갈래인데, 왼편이 신도로로 오르기 편한 도로이다.

 

서울시정일보

논설위원/문화부 기자

팸투어/여행문학작가

백암 박용신의 "풀잎편지"

(Photo Healing Essay)

취재여행 2017.6.22/ 기사등재. 2017.6.27

(박용신 기자 bagam@hanmail.net) 무단 전재 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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