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칼럼] 무엇이 진심을 다한 정성의 차례(茶禮)인가?
[섬진강칼럼] 무엇이 진심을 다한 정성의 차례(茶禮)인가?
  • 박혜범 논설위원 <hmk0697@hanmail.net>
  • 승인 2021.02.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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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정월 초이틀 오후 봄볕이 가득한 섬진강 국사봉(國師峯)의 모습이다.
사진 설명 : 정월 초이틀 오후 봄볕이 가득한 섬진강 국사봉(國師峯)의 모습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어려서 어른들이 지키던 설날 세시풍속을 생각해보면, 세배와 성묘는 정월보름까지(음력 15일)로 양력을 따지면 26일까지 지속하지만, 크게는 정월 한 달이 관례이고, 쉽게 갈 수 없는 먼 곳에 사는 백리 밖 집안 어른을 뵙는 등, 아주 특별한 경우는 한식(寒食)까지 세배가 용인된다.

설날 당일에는 집안에서 가족들과 함께하고, 다음날에는 이웃들과 지내고, 사흘째부터는 쉽게 찾아 뵐 수 없는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집안 어른과 사회적 인연들을 찾아 세배를 드리거나, 먼 산에 있는 조상들의 묘를 찾아가 지난겨울 유택(幽宅 산소)을 짐승들이 파헤치는 등 피해는 없었는지 살피며 인사를 한다.

부연하면, 지금과 같은 교통과 통신의 편의가 전무했던 관계로, 보통은 3~40십리 길을 걸어서 가야하는 연유로, 세배와 성묘가 하룻길이지만, 어떤 곳은 종일 눈길을 걸어서 갔다가, 밤길을 걸어서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코로나 역병의 창궐로 인하여,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설을 쇠다보니,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탄식과 함께, 이상한 일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데........

예나지금이나 분명한 한 가지는, 흔히 말하는 차례(茶禮)와 세배는, 차(茶)와 음식을 마련하여, 부모와 조상들께 인사를 하는 것이므로, 거창한 허례허식이 아닌, 마음의 정성과 존경이 전제되어야 하고, 그것이 전부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촌부의 생활 습성을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금연에 소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설날 또는 생일날 누군가로부터 고급 담배와 비싼 소고기를 선물로 받거나 대접을 받는다면, 달갑지도 않을 뿐더러, 그 선물들은 별 쓸모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간땡이가 크지 못한 내 소심한 성격과 좋아하는 취향을 배려해서, 부담 없이 받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소박한 선물이나 음식 정도라면, 나는 그것을 진심으로 정성을 다한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할 것이다.

정리를 하면, 예로부터 전하는 세시풍속과 관혼상제의 예법(禮法)을 보면, 허례허식에 치우치며 듣도 보도 못한 음식들을 잔뜩 차려내는 일은 과례(過禮)라 삼가며, 바른 의례가 아니라 하였다.

한마디로 이 과례(過禮)는, 사람이 자신을 과시하고 생색내기 위한 것일 뿐, 결코 모시는 어른을 위해서도 아니고, 고인을 위해서도 아니라는 의미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이가 부실하여 나물조차 꼭꼭 씹으며 음미할 수 없는 노인에게, 맛있는 소갈비가  이치와 예법에 맞느냐는 말이다.

그래서 촌부가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권해오고 있는 것은, 예를 들어 생전에 고인이 라면을 좋아했다면, 또는 풋고추 안주에 막걸리를 좋아했다면, 그것을 생전에 즐겼던 그대로 차려내는 것이, 고인을 향해 진심을 다한 정성의 마음이고, 복 받는 일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일러둘 말은 고향을 떠나버린 사람들이, 기억마저 희미해진 먼 고향 뒷산, 어느 골짜기에 있는 선조들의 묘를 찾는 일은 쉽지가 않고, 그러다보면 자신도 성묘 가는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도시화돼버린 후손들은 선산을 가꾸거나 성묘하는 일이 남의 일이 되고 마는데, 촌부가 권하는 것은 현대과학인 스마트폰으로 GPS 좌표를 찍어 관리를 하라는 것이다.

특히 구글어스가 보편화된 이후 타국으로 이민을 간 사람들은 물론 오래전 고향을 떠난 탓에, 뒷산 선영을 찾아갈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촌부가 권하는 것은, 구글어스나 국토지리원에서 관리하는 브이월드 3D지도를 열고 클릭하면, 갈 수 없는 고향 뒷산 선영을 훤히 볼 수가 있으니, 그것을 보면서 아쉬운 성묘를 대신하면 된다는 조언을 하고 있는데.....

이런 촌부를 향해서 조상을 섬기는 예법도 모르는 촌놈이라고 혀를 차는 이들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뭐 꼭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세월 따라 변하는 게 인심이고 풍속이라, 미래 세계에서는 보편화가 될 것이니, 지금이라도 필요한 이들은 참고하여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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