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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섣달 그믐밤에 꾸는 꿈

[섬진강칼럼] 섣달 그믐밤에 꾸는 꿈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02.12 00:01
  • 수정 2021.02.1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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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섣달 그믐밤 잠들면 도깨비가 와서 눈썹을 하얗게 만들어버린다며 아이들을 겁주던 이야기들은, 설날 아침에 선물로 받을 설빔으로 설레는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차례음식 준비로 밤을 샐 부모님을 도우라는 뜻이었는데

사진 설명 : 낮에 구례구역 앞 구례대교에서 바라본 옛 역사를 간직한 잔수진(潺水津)과 약사여래가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구할 성군(聖君)을 기다리고 있는 오산(鰲山)의 모습이다.
사진 설명 : 낮에 구례구역 앞 구례대교에서 바라본 옛 역사를 간직한 잔수진(潺水津)과 약사여래가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구할 성군(聖君)을 기다리고 있는 오산(鰲山)의 모습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여기저기서 전해오는 설 연휴 인사를 받으며 문득 드는 생각 속에서 깨닫는 것은, 지난 1년이 잠깐 사이에 지나고, 어느새 오늘이 또 섣달그믐이고, 내일이 새해 새달 정월 초하루 설이라는 사실이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언제나 그렇듯, 오후에 바닥난 먹거리를 구할 겸 구례읍에 나갔다가, 오거리 청자다방에서 커피 두 잔을 사들고 온 것뿐, 섣달그믐이라 하여 지지고 볶을 일도 없고 특별난 일도 없는 일상인데, 섣달 그믐밤 혼자서 뭐하냐는 안부 전화를 받고 보니, 갑자기 그믐밤이 낯설고 쓸쓸해지는 느낌이다.

어릴 적 그믐밤을 보내던 일들이 생각난다. 방마다 호롱불을 밝히고 마루에는 등불을 켜놓고, 잠들지 않으려고 애를 쓰던 생각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섣달 그믐밤 잠들면 도깨비가 와서 눈썹을 하얗게 만들어버린다며 아이들을 겁주던 이야기들은, 설날 아침에 선물로 받을 설빔으로 설레는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차례음식 준비로 밤을 샐 부모님을 도우라는 뜻이었는데, 그걸 모르고 따뜻한 아랫목 이불속에서 잠들지 않으려고 애를 쓰던 일들이 떠올라 혼자서 슬며시 웃어본다.

산기슭에 자리한 고향마을의 섣달 그믐밤을 회상하여 보면,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한 대로, 잘 사는 사람들은 잘 사는 대로, 집집마다 마루와 부엌에 등불을 환희 밝히고, 내일 아침 차례 상에 올릴 떡과 음식을 마련하느라, 굴뚝에는 밤새 연기가 그치지 않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내일 아침에 맞을 설날을 기다리며,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들로 밤을 보내고 있을 시간인데.......

나이 들어 드는 생각이지만, 설은 부모님으로부터 새 옷과 신발 등을 선물 받고, 마을 어른들께 세뱃돈을 받던 어린 시절의 설이 좋았다는 것이다.

부연하면, 당시 화폐개혁으로 종이 돈 1원 5원 10원이 주류였었는데 세뱃돈 10원이면 최고였다. 지금도 또렷이 생각나는 것은, 1원짜리 동전이 나온 60년대 중반(1966년) 이후에는 ,마을을 한 바퀴 도는 세배가 끝나는 오후부터는, 마을 양지바른 골목에서 마을 아이들이 모여 서로 세뱃돈을 자랑하며, 이른바 돈 놓고 돈 따먹기 하는 돈치기 놀이가 유행이었는데, 왁자지껄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1967년 2월 8일 그믐밤으로부터 꼭 54년이 지난 2021년 2월 11일 그믐밤을 늙은이가 되어 혼자서 보내고 있는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조금 후 방영 될 TV조선 미스트롯2 경연이니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물론 어린 내가 생각지도 못했을 섣달 그믐밤이지만, 그 어린애가 자라 70을 바라보는 늙은이가 되어 보내고 있는 섣달 그믐밤은 TV가 없었다면 어쩔 뻔 했냐는 것이다.

그것도 코로나 역병으로 사랑하는 가족들마저 서로 오가는 일들이 막혀버린 섣달 그믐밤, 유일하게 즐겨보며 기다리고 있는 트롯경연 프로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오늘 섣달 그믐밤, 촌부는 그동안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는, 홍지윤 은가은 김의영 이들 셋이 실수하지 않고, 마음껏 실력을 펼쳐 결승에 진출하는 것으로, 새해 재수 점을 치면서 신축년 새해의 꿈을 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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