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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처음 산이 생기고 강이 생긴 뜻을 묻기에

[섬진강칼럼] 처음 산이 생기고 강이 생긴 뜻을 묻기에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02.1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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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뜰에서 바라본 섬진강 국사봉(國師峯)의 모습이다
사진 설명 : 뜰에서 바라본 섬진강 국사봉(國師峯)의 모습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멀리서 찾아온 이가, 처음 온 천지에 수많은 산이 생기고 강이 생긴 뜻을 묻기에, 크고 작은 골짜기들은 산이 울어서 흘린 눈물자국이고, 흘러내리는 강물은 수많은 산이 흘리는 눈물이라고 하였더니 피식 웃는다.

내 얘기가 실없는 농담인 줄 뻔히 알면서, 그럼 골짜기에 물이 흐르지 않는 메마른 산은, 울지 않는 거냐고 죽은 거냐고, 강 건너 우뚝 솟은 산을 가리키며 묻기에, 하도 울어서 목이 잠겨 소리가 나지 않고, 눈물마저 메말라버린 가슴을 아느냐고 되물었더니, 짧은 헛기침 같은 신음소리를 내며 묵묵부답이다.

산 밖의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지만, 저 산에 올라보고 골짜기를 들어가 보면, 날마다 산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깊은 골짜기에는 산이 울어 흘리는 눈물이 강으로 흘러들고 있을 거라고 하였더니, 정색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당장 가서 확인해보자 하기에, 나는 싫으니 다음에 혼자서 가보라 했다.

무신 날 아무 때고 맘 켕기면 혼자서 가보라고, 같이 가주고는 싶지만 저 산에 오르면 산보다 내가 더 많이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 그래서 싫다고, 내 눈물을 더하면 아마도 틀림없이 산사태가 일어나고 강물이 넘쳐 홍수가 날 거라며, 강 건너 산을 바라보고 있는데, 강을 거슬러온 바람이 흔들고 간 숲에, 무명 새 한 마리가 날아들어 산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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