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가] 김종철 등 끊이지 않는 '권력형 성추행'…무엇을 바꿔야 하나
[무엇이 문제인가] 김종철 등 끊이지 않는 '권력형 성추행'…무엇을 바꿔야 하나
  • 황문권 기자 <hmk0697@msnews.co.kr>
  • 승인 2021.01.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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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의 지도부가 공천권과 인사권을 행사하면 여성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어
25일 정의당의 비공개 대표단 회의에서 관계자들이 김종철 대표 성추행 의혹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성추행 의혹으로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2021.1.25/뉴스1 

[서울시정일보] 우리 정치와 사회에서 끝없이 나타나는 미투 사건사고. 이번에는 김종철 정의당 대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이어 정치권의 성추행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치단체장과 당 대표의 성추행에는 권력형이라는 단어가 앞선다. 이들 권력형 성추행이 여성의 권리와 성인지 감수성을 상대적으로 존중하는 진보 진영에서 연이어 터진 것은 특히 충격적이다. 그 중 김 대표의 성추행은 여성인권과 성평등을 강조한 정의당의 정신을 정면 위배한다는 점에서 할말을 잃게 한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성추행이 남성중심 문화와 시스템 결함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당 대표, 자치단체장 등 권력을 쥔 이들이 정치적 힘을 이용해 저질렀기 때문이다. 제도권에 진입한 진보 성향 여성계 인사들의 쉬쉬하는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비슷한 일의 되풀이를 막으려면 정치권의 구조와 실태를 살펴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 지나친 권력 집중… 불미스러운 일에 침묵할 수밖에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남성 권력이 집중된 어느 곳에서든 성폭력이 나타날 수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권력이 가장 집중된 정치권이 가장 심하다"고 지적했다. 남성 문화가 만연한 만큼 구조적으로 권력형 성추행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남성 중심의 지도부가 공천권과 인사권을 행사하면 여성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실제로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뽑을 때 정당의 힘있는 인사들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젊은 여성의원이나 여성 당직자들은 그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신 대표는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성추행 행위를 저지르면 대항하기 쉽지 않다"며 "젊은 여성의원들을 만나면 옆에 있는 의원들이 만지고 껴안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신 대표는 "여성 비서나 보좌관은 말할 것도 없다"며 "이 문제를 고발하면 당에서 밥줄이 끊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대항하고 말을 꺼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도 "여성 정치인, 여성 후보자, 여성 선거운동원은 당에서 성희롱과 성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고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못한다"며 "정치를 하고 선거에 나서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일로 여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공천 시스템과 관련해 "현재 국회는 남성 집단이 과대 대표화한 상태"라면서 "그들 중 특히 힘있는 정치인들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공천하기 때문에 여성 정치인들도 그들의 의중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된 사실을 알려주어 많은 비판을 받았다. 2020.7.27/뉴스1 

◇ "진보진영 여성계 출신 인사들 반성해야"

진보 진영 내에서 권력형 성추행이 연이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정치권 진입 여성계 인사들의 태도가 꼽힌다. 여성단체에 있을 때는 여성의 인권을 강조하다가도 제도권에만 들어가면 내부의 성추행에 침묵한다는 것이다.

김정희 바른인권여성연합 공동대표는 "여성단체에서 인권운동을 하다가 국회에 진출한 사람이 여럿 있는데 그들이 성추행 연루 인사를 비호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을 맡았던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남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서야 "(성추행 피소사실 유출의혹은) 변명의 여지도 없는 저의 불찰"이라고 SNS에 사과했다.

남 의원은 또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했다가 "정치권이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고 사과했는데 애초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다면 그렇게 고개를 숙일 일도 없었다.

물론 남성 중심 정치 문화에서 여성 인사들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권수현 대표는 "여성 의원들이 생존을 위해 남성 카르텔에 진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모든 여성단체와 여성 의원들의 노력을 쉽게 매도하기에는 현실이 녹녹지 않다"고 했다.

◇ 남녀불균형 구조개선 필요…전수조사 통한 해결책 마련 필요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남녀불균형 개선이 특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 정치인의 비율을 높이고 남녀 평등의 정치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당내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럴 때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가해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 또한 "정치권 남성 권력의 분산이 시급하다"며 국회의원 성별 할당제나 남녀 동수 공천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반복되는 정치권 성추행 사건을 막기 위한 전수조사 형태의 실태 파악도 거론됐다.

신지예 대표는 "유엔이 여성의원, 보좌관, 비서를 포함해 성폭력 전수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성추행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런 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실태조사"라고 말했다.

권 대표도 "가장 폐쇄적이고 가장 남성적인 집단인 정치권에서 성추행 관련 실태조사가 시작돼야 방지책을 모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추행에 섣부른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 대표는 "가령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상에 문재인 대통령이 조화를 보냈는데 이는 성폭력을 해도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 대표는 정치인 대상의 교육이나 윤리강령 채택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캐나다 하원이 2015년 '성적 괴롭힘에 대한 의원들 행동수칙'을 채택했고 유럽의회는 모든 의원들이 '일터에서의 괴롭힘 제로'와 관련한 지도를 받도록 했다"며 "한국도 국회 내 윤리 강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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