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낮에 찾아온 이를 눈 쌓인 길을 걸어 배웅하는데, 저 유명한 깨달음의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덧없고 무상한 인생을 설명한, 인생이란 기러기가 눈 내린 땅위에 내려 선 것과 같다는, 설니홍조(雪泥鴻爪)를 이야기하면서 실감이 난다하기에, 농을 삼아 한마디 하였다.
눈 쌓인 들녘에 내려 선 기러기의 발자국을 보고 그런 멋진 깨달음의 시를 지을 정도면, 소동파가 사물을 보는 눈은 꽤나 밝았는지 모르겠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제집 뜰에 내린 눈 위에 남긴 자신의 발자국은 보지 못한 것 같다며 웃었다.
우리네 사람이 한평생을 산다는 것 그것 별것 아니다. 잘난 놈이나 못난 놈이나 저마다 용을 쓰며 아등바등 그래봤자, 눈 내린 제집 뜰에 남기는 자신의 발자국과 같은 것이다.
그냥 재미삼아 농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촌부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누구든 눈 내린 날 자기 집 뜰을 걸으며 발자국을 남겨보라. 그리고 그 발자국이 삼동의 볕에 얼마나 가는지 지켜보라. 그러면 알 것이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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