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아름다운 이가 찾아와 생과 사를 묻기에,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처음 그대가 사람으로 태어나던 그 때, 자궁 밖으로 나오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어리둥절 하는 이에게, 날마다 쉼 없이 불어대는 바람이, 그대의 코끝을 스쳐가는 찰나의 순간, 그 코끝에서 천변만화를 일으키고, 그대의 코끝에서 일어나는 그 천변만화가, 바람이 꾸는 한바탕 꿈이라는 걸 아느냐고 물었다.
가만히 듣고만 있는 이에게, 생이란 부는 바람이 그대의 코끝을 스치는 찰나의 한순간, 그 코끝에서 한바탕 천변만화의 꿈을 꾸는 일이고, 죽음이란 그 꿈을 깨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 놀라는 이에게, 지금 내가 꿈속에서 만나고 있는, 그대는 아름다운 미인인데, 그대가 꿈속에서 만나고 있는, 내 모습은 어떠하냐고 물었다.
그리고 마지막, 지금 그대와 내가 만나고 있는 이 꿈속의 일들이, 그대와 나 둘 가운데 누구의 꿈속이냐고 물었더니, 말없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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