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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꼴값들을 떨고 있다

[섬진강칼럼] 꼴값들을 떨고 있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11.27 22:36
  • 수정 2020.11.2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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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험하고 세월도 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잠시 “세상만사는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되는 것으로 이미 다 정해져 있었데, 뜬구름 잡는 인생살이 공연히 혼자서 정신없이 싸돌아다니며 꼴값만 떨었다.”는 방랑시인 김삿갓 김병연이 자각(自覺)한 깨달음의 시를, 지금 문재인 정권이 난장판을 벌이고 있는 정치판으로 던져보니 재밌는 결론

사진 설명 : 거센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섬진강 삼경의 밤하늘에 속없는 달만 저 혼자 떠있다.
사진 설명 : 거센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섬진강 삼경의 밤하늘에 속없는 달만 저 혼자 떠있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유명한 방랑시인 김삿갓 김병연(金炳淵1807~1863)이,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병든 몸을 의탁하던 전남 화순 동복 구암마을에서, 57세의 나이로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하면서, 이승에 남긴 마지막 시 “만사개유정(萬事皆有定) 부생공자망(浮生空自忙)”을, 촌부 나름 김삿갓의 마음을 헤아려 해석하면, “만사(萬事)는 이미 다 정해져 있었는데, 부생(浮生)이 공연히 혼자서 떠돌아다녔다.”는 것으로, 평생의 회한(悔恨)을 풀어내는 자각(自覺)의 깨달음이다.

이걸 좀 더 적극적인 김삿갓다운 철학과 해학으로 풀어보면 “세상만사는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되는 것으로 이미 다 정해져 있었는데, 뜬구름 잡는 인생살이 공연히 혼자서 정신없이 싸돌아다니며 꼴값만 떨었다.”는 뜻이 되는데, 지금 다시 음미하여 보아도, 방랑시인 김삿갓이 젊은 날 아차 한 순간 한 생각의 잘못된 판단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며 평생을 떠돌다, 천리 객지에서 병들어 쓸쓸히 죽어가는 회한을, 해학과 깨달음으로 풀어내버린 멋들어진 명문이다.

물론 여기서 김삿갓이 명심보감(순명편2) 만사분이정(萬事分已定) 부생공자망(浮生空自忙)을 인용한  “만사개유정(萬事皆有定)의 만사(萬事)와 부생공자망(浮生空自忙)의 부생(浮生)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느냐 자연주의로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다르지만, 김삿갓의 일생을 대비하여 보면, 세상을 향해서 조롱하는 것이 아닌 자각의 깨달음이다.

한마디로 김삿갓이 이제 곧 죽어갈 살아있는 김삿갓을 위로하며 주는 선물이며, 동시에 상여와 만가는커녕 울어줄 사람도 하나 없이, 길도 없는 어느 후미진 산기슭에 묻힐, 죽은 김삿갓에게 미리 쓴 만사(輓詞) 만장(輓章)과 같은 것으로, 평생의 회한을 해학과 깨달음으로 풀어내버린 김삿갓다운 철학이며 명문이다.

부연하면 젊은 날 이 시의 해석을 두고, 나름 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과, 콩이다 팥이다 하면서 아는 체를 하던 일들과, 인생 자체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다 정해져 있었다는, 김삿갓의 운명론이 맞다 틀렸다하면서, 이른바 사주풀이로 먹고사는 점쟁이들과 논쟁을 하였던 일들이 엊그제만 같은데, 어느새 김삿갓보다 더 오래 산 늙은이가 되어, 거센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초겨울 밤, 다시 이 시를 음미하고 있으려니, 맘이 좀 그렇다.

사람들은 김삿갓이 마지막 유언처럼 남긴 이 시를, 절대적인 운명론의 교본처럼 받들고 있는데, 촌부의 결론은 김삿갓이 죽기 전 마지막 생을 정리한 이 시를 남겼던 1863년, 그러니까 157년 전 봄날 그때는 맞았지만, 157년 후 2020년 초겨울 지금은 틀렸다는 것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김삿갓이 살았던 1807년(순조 7)~1863년(철종 14년)을 보면, 대규모 민란인 홍경래의 난(1811년)을 비롯하여 도처에서 크고 작은  도적떼가 들끓는 등, 몰락해가는 조선왕조의 말기적 모순과 폐단이 극심하고, 온갖 차별과 부정부패로 망해가는 나라라 하여도,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신분이 정해져있는, 양반과 상민 그리고 노비의 제도와 각종 차별적 문화가 엄존했던 시대를, 온몸으로 뼈저리게 체험하며 살았던 김삿갓이, 세상만사는 이미 다 정해져 있었다 한 것은 맞는 말이지만,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존중되는 문명한 현대사회, 누구나 차별이 없는 평등한 시대 21세기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주풀이로 먹고 사는 점쟁이들은 물론이거니와, 또는 허무맹랑한 사주라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풀어내는 사주풀이를 합리화시키며, 사람들을 홀리는 도구의 하나로, 이 김삿갓의 시를 인용하기도 하는데, 누가 감히 점쟁이가 불쑥 내미는 김삿갓의 이 시를 무엇이라고 해석하며 반론을 할 것인가,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가질 만큼 가졌고, 살만큼 산다는 부자들은 물론, 제아무리 박학다식한 박사들일지라도, 점쟁이들이 이 김삿갓의 시를 읊어주면, 다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이 운명론을 받아들이며, 깜박 속아 넘어가는데 이야말로 착각이다.

재밌는 것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이유다. 부자는 부자대로 유학을 하는 등 나름 많이 배웠다는 교수와 박사들은 그들대로, 또는 인생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 자신을 기준으로 즉 자기 스스로를 이미 정해진 운명, 즉 될 놈이 된 것이라고, 안 될 놈이 안 된 것이라고,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고 규정함으로, 스스로 속을 수밖에 없는 재밌는 현상이다. 간단히 말하면 지가 지 스스로 속고 있는 밥통들이다.

더욱 재밌는 것은 이러한 연유로, 즉 이미 될 놈으로 정해졌다고 생각하는 부자들이나 또는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물론, 처음부터 안 될 놈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 그래서 더욱 맹신하며 용하다는 무당들과 족집게 점쟁이들을 찾아가고 명당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부처가 처음부터 종자(種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아무나 깨닫는 사람이 곧 부처라는 불가(佛家)의 말이 아니더라도, 세상만사는 자기 할 나름이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인데, 이 우주에서 가장 어리석은 것이 우리네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초겨울 밤이 이미 깊어 이른바 삼경인데, 초저녁부터 몰아치는 폭풍이 거세다. 강변에 나지막이 엎드린 촌부의 낡은 집이 흔들릴 정도로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세상이 험하고 세월도 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잠시 “세상만사는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되는 것으로 이미 다 정해져 있었데, 뜬구름 잡는 인생살이 공연히 혼자서 정신없이 싸돌아다니며 꼴값만 떨었다.”는 방랑시인 김삿갓 김병연이 자각(自覺)한 깨달음의 시를, 지금 문재인 정권이 난장판을 벌이고 있는 정치판으로 던져보니 재밌는 결론이 나온다.

“세상만사는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되는 것으로 이미 다 정해져 있는 것인데, 뜬구름 잡는 덧없는 인생들이 자기들끼리 정신없이 싸지르고 다니며 꼴값들을 떨고 있다.”는 재미있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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