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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칼럼] 미생물과의 공생이 건강이다

[의학 칼럼] 미생물과의 공생이 건강이다

  • 기자명 편집국
  • 입력 2016.12.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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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의학 박사 김상록 -

[서울시정일보 김상록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약값이 저렴하다? 소비자는 항상 저렴한 것을 찾고 반대로 공급자는 비싸게 팔고 싶은 욕구가 절충점을 찾아 가격이 되기 때문에 나라마다 지역마다 가격은 다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험급여 약가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에서 권한을 가지고 있기에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보험증진법 등의 법률에 의해 최소한의 마진만을 유지 한 채 공급하므로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약을 구입할 수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행위별 수가제의 취지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의료기관에게 건강보험료를 심사하여 지급하는 체계이므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수익을 위해서 더 많은 행위(약처방)를 해야 하므로 과잉으로 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이것은 오랜 기간 관례에 의해 형성된 제약회사-의료기관의 이해관계를 정부와 국민(의료 소비자)이 묵인한 결과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오남용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빠른 증상완화를 원하는 환자의 요구, 저렴한 약값, 행위별 수가제에서 비롯된 관행, 제약회사 리베이트 및 영업 등이 우리나라의 약에 대한 남용을 양산했을지 모른다. 약 중에 진통소염제의 간이나 신장, 소화기관에 미치는 치명적인 부작용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항생제가 어떤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오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인터넷 검색을 보면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하는 문제 정도로만 찾아진다. 이에 필자는 우리 몸은 체세포뿐만 아니라 수많은 세균, 바이러스 등과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상태가 건강한 상태라는 관점에서 항생제의 오남용을 경계하고자 한다.

 

치과의사는 세균성 질환을 주로 치료한다. 왜냐면 충치와 잇몸질환은 우리 몸과 세균과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 해로운 세균이 과도하게 증식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착한 세균도 있을까? 답은 예스이다. 예방치의학과 치주과 책에 언급된 세균의 종류는 어마어마하다. 그중에 정상세균총이라는 개념이 있다. 피부에도 이러한 세균총이 우리 피부를 다른 종류의 균으로부터 침입을 막고 있으며 특히 장내 세균은 요즘 건강의 문제에서 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면 오랫동안 완성되어 안정되어 있던 정상세균총이 어떤 경우에 무너지거나 바뀌게 되는 것일까? 세균도 먹고 살아야한다. 특히 입안의 세균은 숙주(사람)가 무슨 음식을 먹느냐이고 이것은 위, 소장, 대장, 직장까지 이어진다. 소위 좋은 식품재료는 다양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고 인공적이 첨가물이 없어 그리고 특히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결국 건강한 장내세균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

 

반면에 나쁜 가공식품은 여러 화학물질과 더불어 식이섬유가 부족하므로 다량의 식이섬유가 필요한 장내세균은 질 낮은 음식에 적응하기 힘들어 서서히 사멸하고 결국 다른 세균총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피부는 알카리성 비누로 과도하게 씻다보면 각질이 얇아지고 건조증이 오게 되는데 결국 피지와 각질을 먹고 살아가는 피부 정상세균들은 서서히 사멸하고 피부에 해로운 다른 균이나 바이러스가 자리잡게 된다. 물론 입안도 마찬가지이다.

 

생식(生喰)을 예로 들어보면 가공이 안 된 신선한 음식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기에 씹는 작용에 의한 자정작용이 충분히 발생하고 더불어 소량의 세균들만이 입안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유지시키지만 가공식품은 점도가 높고 농축 탄수화물의 경우가 많아 충치나 잇몸병 균의 증식을 과도하게 한다.

 

위에서 말한 식품에 의한 정상세균총의 변화는 서서히 이루어지고 그래서 다시 식생활이 개선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강력한 항생제가 투여된다면 어떻게 될까? 정상세균총의 세균들은 항생제에 연약하다. 그래서 장기간 항생제를 투여하면 몸속도 아닌 입안이나 소화기관 안의 세균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광범위 항생제에도 살아남는 균은 내성을 가졌거나 독종 세균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필자는 치아를 빼는 수술의 경우에도 수술 전 한 두시간전에 예방적인 항생제 투여를 위주로 할뿐 장기간 복용은 환자의 요구가 있더라도 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이미 세균감염의 증상이 심하고 대증요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는 강한 항생제를 장기간 투여해야 된다.

 

그러나 장기간 강한 항생제를 투여하고 나면 우리 몸의 파수꾼으로 평가받고 있는 장내세균은 파괴되고 그로인해 다양한 몸의 불균형이 올 가능성이 높게 된다. 그래서 다시 정상 세균총을 키우기 위한 지루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잉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 여러 이해관계의 과대광고의 정보홍수에서 판단기준을 잃을 수 있다. 빠른 효과의 광고에 속아 부작용을 확인해보지 않을 수도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때 우리는 건강을 잃기 쉽다. 바쁜 현대생활에서 먹거리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 입안의 그리고 장내 정상세균총이 엉망이 되고, 쇠약해진 몸에 항생제라도 들어오게 되면 그나마 남아있는 아군 세균들은 설 땅을 잃게 된다.

 

항생제로 아군을 전멸시키는 것은 속전속결이지만 다시 아군을 모집하고 양성시키기에는 많이 시간이 걸린다. 식생활을 고치고 발효음식과 장내세균 보충제를 먹고 면역기능을 정상화하기엔 요양이 필요할 지경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린다.

이제는 뭔가를 먹거나 치료하거나 하는 등의 새로운 것을 하기 전에 나쁜 것을 줄이는 훈련이 필요하겠다. 아침식사 챙기기, 식이섬유는 충분히, 물의 보충, 가공식품의 섭취 제한, 양질의 식자재 확보 등은 엄밀히 말하면 소화기관의 정상 세균총을 키우는 과정이다. 이 세균총은 구석기 시대의 조상 때부터 인류와 공생하며 검증된 착한 세균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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