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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섬진강 강물이 삼켜버린 구례의 이야기

[섬진강칼럼] 섬진강 강물이 삼켜버린 구례의 이야기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8.1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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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8일 대낮에 구례를 삼켜버린
섬진강이 범람한 물난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아픈 만큼
오래도록 전설로 남을 것이다.

사진 설명 : 8월 8일 오후 강물에 잠겨버린 구례읍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지금 너나없이 많이 아플 것이다.
강물이 할퀴고 간 깊은 상처가 너무 아파서
꽉 막힌 가슴속을 뒤트는 한숨을 토할 기운도 없고 눈물을 훔치며 울 틈도 없이
한동안은 많은 사람들이 많이 아파서 고통스러울 것이다.

누군가는 살아내야 하는 일들이 너무 아파서
더는 살아낼 방도가 없어
정나미 떨어졌다며 구례를 떠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주저앉아
어떻게든 구례에서 다시 살아낼 방도를 찾겠지만 구례를 삼켜버린 섬진강 물난리는 세월이 가도 쉽게는 아물지 않는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이다.

다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 수는 없지만
세월이라는 망각의 약을 먹다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또 사는 일들로 옥신각신하며
그렇게들 살아가겠지만
아픈 기억을 잊고 산다는 것이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아마도 지금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는
2020년 8월 8일 대낮에 구례를 삼켜버린
섬진강이 범람한 물난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아픈 만큼
오래도록 전설로 남을 것이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작 당사자인 섬진강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가만히 지켜본 봉산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지만 인간사는 보고 들은 대로 말하고 기억하는 것이니 그것이 사람들의 일이니
섬진강 물난리는 구례의 사람들이 전하는 전설이 될 것이다.

닥치는 대로 모든 것들을 삼키며 달려드는 강물 앞에서
내 자식이 어찌 될까
잔뜩 겁에 질린 엄마의 손에 붙들려
정신없이 대피한 어린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그들과 함께 나이를 묵어가며
아빠와 엄마가 되어 그들 자녀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손자손녀들에게 들려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섬진강 물난리는 구례 사람들이 대를 이어가는 이야기로
백년 후에도 입에 오르내리는 전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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