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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강물이 휩쓸고 간 구례읍의 거리에서

[섬진강칼럼] 강물이 휩쓸고 간 구례읍의 거리에서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8.13 00:08
  • 수정 2020.08.1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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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수마(水魔)에 고개를 떨궈버린 구례읍 봉남리 장미꽃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섬진강이 거꾸로 뒤집히고, 강물이 벌떡 일어서서 미친 듯이 내달리며 세상을 휩쓸던 그날, 집에 물이 들어차 서둘러 몸만 빠져 나왔다고 했는데.......

그 생난리를 어찌 겪었으며, 지금은 어찌하고 있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찾아갔지만, 바라만 보았을 뿐, 위로의 말 한마디를 전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범람하는 강물에 잠겨 다 내다버린 텅 빈 가게에서,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만나서 위로랍시고 건네는 한마디가 사치일 뿐, 홍수로 범람하는 강물 앞에서, 몸 하나 성했으니 됐다는, 그 한마디가 또 다른 상처가 될까 싶어서 차마 하지 못했다.

보는 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한다고 한들, 뭐 하나 챙길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범람하는 강물에 휩쓸려버리고, 잠겨서 악취가 나는 쓰레기가 돼버린, 애지중지하던 살림살이들을 보는 이의 마음에 비하랴 마는.......

그렇다 한들 어쩔 것이냐, 다 사는 일들이고 사는 일들이 이런 거니, 지치지는 말라고 더는 스스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위로의 한마디를 끝내 전하지 못하고, 그저 봉산(鳳山)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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