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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도시 공간은 어떻게 미술을 변화시켰을까?

[문화] 도시 공간은 어떻게 미술을 변화시켰을까?

  • 기자명 이은진
  • 입력 2016.11.1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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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태평성시도’는 성으로 둘러 싸인 도시의 모습이 담긴 폭 1m의 대형 병풍이다. 번창한 상점과 화려한 건물이 즐비한 거리의 모습에서 새로운 도시에 대한 바람과 태평성대에 대한 염원을 읽을 수 있다.

  [서울시정일보.이은진기자]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인 한양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상업도시로 거듭났다. 도시는 성곽 밖으로 확장돼 나가며 사람들을 빨아들였다.

  시인은 도시를 읊고, 화가는 도시를 칠했다. 도시의 경관과 그 속의 사람들이 시와 그림의 주제가 된 것이다. 

  문인과 화가는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냈으며, 시대의 변화 속에서 건설되는 도시는 미래에 대한 이상을 담았다. 

  서화 애호와 문방고동(文房古董) 취미가 퍼지기 시작했다. 호화로운 사치품, 높은 안목의 완상품(玩賞品) 등 풍부하고 세련된 문물은 화려한 도시의 취향을 만들어나갔다.

김홍도·신윤복 조선 대표 화가 작품 나란히 전시 


같은 시기 일본·독일 국보급 작품도 찾아와


  도시화에 따른 미술과 미술 환경의 변화 양상을 조명하는 미술전이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특별전을 11월 23일까지 개최한다. 18세기 이후 성장한 도시 문화를 배경으로 조선 후기(18세기)에서 근대(1930년대)까지 도시의 경관, 도시의 정서, 도시의 미의식 등을 주제로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미술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또한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미술이 어떻게 변화하면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특별전은 총 4부로 구성됐으며, 총 204건 373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1부 ‘성문을 열다’에서는 조선의 수도이자 대표 도시인 한양이 상업도시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림으로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태평성시도’, 일본의 ‘낙중낙외도(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소장)’ 등에는 당시 백성들이 꿈꾸었던 이상적 도시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태평성시도’는 성으로 둘러 싸인 도시의 모습이 담긴 폭 1m의 대형 병풍이다. 


  번창한 상점과 화려한 건물이 즐비한 거리의 모습에서 새로운 도시에 대한 바람과 태평성대에 대한 염원을 읽을 수 있다. 정조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도시 화성의 모습을 알려주는 ‘화성전도’도 최초로 공개된다.


  도시의 쾌활한 일상을 그린 김홍도의 풍속화 ‘무동’과 신윤복의 ‘주사거배’를 한자리에서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2부 ‘사람들, 도시에 매혹되다’에서는 도시 속 백성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본다. 


  김홍도와 신윤복은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로 손꼽히지만 둘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번 전시에는 두작품이 포함된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과 신윤복의‘혜원전신첩’ 등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민들의 흥겨움과 건실함을 담은 단원과 도시 뒷골목의 유흥을 담은 혜원의 풍속화가 조선 후기 도시 문화를 어떤 모습으로 그렸는지 직접 확인해보자. 이 밖에 19세기 도시 문화의 신진 주도층인 중인 문인(여항 문인)들의 모임을 그린 ‘수계도’도 감상할 수 있다.


  새로운 도시의 취향과 감각을 보여주는 작품은 3부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에서 만날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기산풍속도첩’은 19세기에 미술품이 상품으로서 팔리던 양상을 보여준다. 


  또한 여항 문인 조희룡의 매화 병풍과 책가도(책, 부채, 향로, 도자기 등을 그린 그림), 기타 도자기 작품들에서는 이전 시대와는 다른 화려한 색감과 표현력, 세속미를 통해 과거의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미술가들의 파격적인 감성을 느낄 수있다.


도시의 쾌활한 일상을 그린 김홍도의 ‘무동’과 신윤복의 ‘주사거배’를 한자리에서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문물 받아들이며 파격적 색감·세속미 등 표현 


근대 작품에선 개항기 지식인의 고뇌 읽히기도


  한편 개항과 더불어 신문물과 신매체가 도시에 밀려오며 미술가들은 식민지적 현실과 한국인의 정체성, 전통 등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도시, 근대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마지막 4부에서는 근대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미술가의 변화를 모색해가는 과정을 짚어본다.


   도시 속 지식인으로서의 고뇌를 느낄 수있는 고희동의 ‘자화상(일본 도쿄예술대학 대학미술관 소장)’, 낯익은 과거와 낯선 현재가 뒤섞인 서동진의 ‘뒷골목’ 등에 나타나는 도시 경관은 그러한 근대의 고민을 보여준다.


  전시기간 중에는 매일 네 차례 전시 해설이 진행되고,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전시 기획자가 들려주는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열릴 예정이다. 


  배우 고두심의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해 천천히 전시를 감상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11월 11일에는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강연회도 개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이 도시라는 공간이 미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미술가들은 도시의 문화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흥미로운 과정을 따라가보는 색다른 미술 감상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전했다.


고희동의 ‘자화상’에서는 개항기 식민지의 현실을 고민한 예술가의 고뇌가 느껴진다.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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