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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촌부가 평하는 바보 노무현의 정치와 정신

[섬진강칼럼] 촌부가 평하는 바보 노무현의 정치와 정신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7.2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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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는 이낙연과 김부겸에게, 노무현과 문재인을 빼고, 자신들이 세상에 보이고 싶은 정치철학이 있느냐고, 국민들이 무슨 희망으로 지지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답이 될 것이다.

작품 설명 : 우리 시대의 작가 백걸 김만근 선생의 작품 “바보들의 행진”이다.
작품 설명 : 우리 시대의 작가 백걸 김만근 선생의 작품 “바보들의 행진”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너나 나나 싫든 좋든, 이 땅의 민생들이 살아오면서 지겹게 들어왔고, 지금도 지겹게 듣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겹게 들으며 살아야 하는 소리, 노무현의 정치와 정신은 무엇일까? 무엇이 노무현의 정치이고 정신일까?

더불어 민주당 당권 경쟁에 나선 후보들이 들먹이고 있는, 이미 오래전에 죽고 없는 노무현의 정치와 정신에 대하여, 하는 소리들을 듣고 있다 보면, 노무현의 정치와 정신이 무엇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들인지 심히 의문이다.

강 건너 주막집 반반한 주모를, 삼경의 촛불 아래서 사랑하는 정인(情人)의 눈으로 보느냐, 벌건 대낮에 취한 취객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일어나는 취흥이 다르고 마음의 감흥이 다르듯, 정치인 노무현을 판단하는 기준이 사람들마다 다르고, 정치적 편향에 따라서는 그 차이가 극과 극이지만, 촌부가 평가하는 노무현의 정치와 정신은, 끊임없이 도전하여 나가는 정신, 자기 정치의 실현이다.

문제는 무엇이 노무현의 정신이고 정치냐는 것인데, 흔히 사람들이 바보 노무현으로 기억하고 있는,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른바 맨땅에 헤딩하는 정치적 행위를 노무현의 정신이라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노무현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부연하면 김해 봉화산 기슭의 과부는, 수렴청정의 조대비(趙大妃)가 아니고, 툭하면 과부를 찾아가 엎드리는 정치판의 건달들 또한, 흥선군(興宣君) 이하응(李昰應)이 아님에도, 개나 소나 때때로 자신을 찾아오는 정치판의 건달들을 상대로, 대비마마처럼 즐기고 있는 과부를 보거나, 그런 과부를 찾아가 엎드리는 정치판의 건달들을 보고 있노라면, 진실로 노무현의 정치와 정신을 알고 실천하는 이는 이 땅에 없다는 생각이다.

다음은 촌부가 노무현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인데, 첫째는 서슬 퍼런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을 향하여, 지역주의를 조장하며 기생하는 망국의 정치꾼들이라고 질타하면서 세대교체를 주장한 일이다. 특히 김대중의 면전에서 하루속히 청산되어야 할 시대의 퇴물이라고 일갈하면서, 국민들에게 자신의 정치를 확실하게 각인시켜나간 기세다.

둘째는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의 정치적 경쟁력을 배양시킴과 동시에, 쉼 없이 시대와 민심에 부응하여 나가면서, 자기 정치를 실현시켜나갔을 뿐,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 김대중에게 비굴하게 엎드려 밥을 구걸하지 않은 깡다구다.

셋째는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적 고비마다에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승부해버린 결단력이다. 한마디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쪽팔리고 부질없는 구질구질한 시비로부터 떠나버림으로, 자신을 구한 결단력이다.

위 세 가지가 촌부가 평가하는 노무현이며, 모름지기 평생 노무현을 팔아먹으며 살고 있는 정치판의 건달들에게 본받는 시늉이라도 하기를 바라는 노무현의 정치이며 정신이다.

이것을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면, 무엇인가 생각 속에서 집착하며 고착되어 있는 자신은 물론, 낡고 썩어빠진 모든 과거로부터 벗어나, 현실마저 타파하여 나가는 것으로, 이른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는 살불살조(殺佛殺祖)의 철학이고, 마침내는 존재의 증명으로 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자신의 존재마저 완벽하게 죽여 없애버린 것이, 인간 노무현의 정치이며 정신이다.

이렇듯 굳이 노무현의 정치와 정신을 찾고 세워 본다면, 낡고 부패한 기성의 가치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부딪혀오는 것들을 타파하여 나가는 행동이 있을 뿐, 즉 언제 어디서든 머무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 스스로 주인이 되는 것이 전부였고, 그것이 노무현의 정치이며 정신이다.

그런데 지금 당권 도전을 통해서 차기 대권으로 나가는 경쟁을 시작한 김부겸과 이낙연, 이 둘이 말하는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맹세의 소리들을 들어보면, 안타깝게도 이들은 노무현의 정치와 정신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것이 촌부의 판단이다.

앵무새처럼, 입만 열만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말을 넋두리처럼 뱉고 있는, 이낙연과 김부겸 이 둘에게는, 지난 시절 사람들이 환호했고 자신들이 본받겠다는, 노무현의 정치가 없다. 그냥 맹물 맹탕이다.

촌부의 혹평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는 이낙연과 김부겸에게, 노무현과 문재인을 빼고, 자신들이 세상에 보이고 싶은 정치철학이 있느냐고, 국민들이 무슨 희망으로 지지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답이 될 것이다.

섬진강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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