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황문권기자] 최근 영화소비자들이 관람료 꼼수 인상, 팝콘 고가 판매, 영화 상영 전 광고 남발 등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의 영화 관련 통계와 조사 자료 항목에는 이들 내용이 담겨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6가지 조사 통계에서 분석하고 있는 세부 항목을 최근 연도 발간물에 실린 도표와 그림으로 살펴본 결과 도표 266개, 그림 361개 등 총 627개로 분석되었다. 가장 세밀한 분석이 이루어진 조사는 <2015년 영화 소비자 조사>로 ‘극장 영화 관람 경험’ ‘주 관람 영화 장르’ ‘관람 영화 선정 시 고려요인’ 등 66개 소주제에 걸쳐 그림 222개 도표 18개 등 240개 세부 항목을 분석하였다.
하지만 이들 6가지 통계와 조사 자료 어디에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차등 좌석요금제, 팝콘과 탄산음료 등 매점 고가 판매, 영화 상영 전 광고 남발 등에 대한 조사는 찾아볼 수 없다.
올해 3월부터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한 두 달 간격으로 도입한 좌석별 시간대별 차등요금제의 꼼수 요금 인상 논란은 현재 소비자들이 불만이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이슈이다. 지난 8월25일에는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멀티플렉스 3사가 담합을 통해 영화 티켓 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상영관 1위 사업자인 CGV가 지난 3월3일부터 도입한 좌석별 차등요금제는 점유좌석당 430원의 인상 효과가 있고, 5개 상영관 2개 영화 기준으로 1주일간 1천만원의 추가수익을 상영관에 안겨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영진위의 영화관람료 조사는 매년 조사하는 한국 영화산업 결산과 월별로 조사하는 영화산업 결산 조사에서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매출액에서 관람객수를 나눈 값을 평균 관람료로 계산하여 제시하는 게 전부이다. 이를 근거로 영진위는 ‘올해 1~8월 평균 관람료는 8천2원으로 작년 평균 관람료 7천895원에 비해 107원, 1.4% 증가했다’며 ‘2016년 관람료 인상률은 비교적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 러나 구체적인 현장 조사나 모니터링에 입각하지 않은 영진위의 관람료 분석은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관람료 수준에 대한 소비자의 체감도를 알 수 있는 항목이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도 문제이다.
3대 멀티플렉스가 팝콘, 탄산음료 등을 지나치게 비싼 값에 판매하는 것도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이다. 실제로 3대 상영관의 팝콘 가격은 기본 기준으로 똑같이 4,500원~5,000원을 받고 있는데,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분석에 따르면 원재료 가격이 613원에 불과하여 임대료나 인건비 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이 SNS에서 홍수를 이룬다.
영진위의 <한국 영화산업 실태조사>에서도 3대 멀티플랙스의 매출액 중 매점수입은 2010년 12.0%에서 2014년 20.0%로, 같은 기간 극장 광고 수입도 5.0%에서 9.3%로 그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 불만의 근거가 간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2015 영화 소비자 조사>에서는 영화 관람자의 극장 내 매점 이용 경험률이 94.3%에 이르며, 평균 지출 비용이 7,522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406원 감소했다는 내용이 전부이다. 극장 밖 상점과의 가격 비교나 원가 분석, 소비자의 체감도 등에 대한 조사가 없어 논란의 핵심에서 비켜가 있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영화 상연 전 광고가 지나치게 많다는 소비자 불만도 크지만 광고상영 편수와 시간, 상영예고 시간과 실제 영화시작 시각의 차이, 광고 상영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등에 대한 조사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진위는 <2016년 영화 소비자 조사>에서 영화 상영 전 광고에 대한 소비자 인식 관련 항목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김병욱 의원은 “영화진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관을 찾는 소비자들이며, 영화진흥의 최종 목표도 영화를 보며 느끼는 소비자의 행복감”이라며 “영화관련 조사와 통계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