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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한 장의 멋진 사진을 보면서

[섬진강칼럼]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한 장의 멋진 사진을 보면서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6.0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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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도원(桃源), 염병할 놈의 질병도 없고 위선자들도 없고, 부정하고 부패한 내로남불의 정치도 없고, 신(神)들을 팔아 혹세무민하는 사악한 사람들도 없는 그런 세상,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이상세계와 같은 느낌이 드는 참 좋은 작품

사진 설명 : 구례 개인택시 1007호 정경조 선생이 6월 1일 아침 7시 30분경 촬영한 경남 하동 악양 평사리 부부송이다. 작은 점으로 보이는 살 길을 찾고 있는 검은 새 한 마리가 안타까운 세월을 살고 있는 우리네 민생들의 마음 같아서 안쓰럽기만 하다.
사진 설명 : 구례 개인택시 1007호 정경조 선생이 6월 1일 아침 7시 30분경 촬영한 경남 하동 악양 평사리 부부송이다. 작은 점으로 보이는 살 길을 찾고 있는 검은 새 한 마리가 안타까운 세월을 살고 있는 우리네 민생들의 마음 같아서 안쓰럽기만 하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촌부인 나는 전문적인 사진작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에 관한 깊은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나름 터득한 사진은 크게 두 가지다.

처음부터 이렇게 저렇게 기획하여 촬영하는 인위적인 사진이 있고, 또 하나는 번갯불보다 빠른 찰나의 느낌을 순간의 마음에 담아내는 사진이 있는데, 촌부가 즐기는 것은 후자로 찰나의 느낌을 그대로 마음에 담아내는 가장 자연적인 자연의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날마다 바라보는 창문 밖 풍경들이 보고 느끼는 순간마다 다르고, 창가에 앉아있거나 길을 걸을 때는 물론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문득문득 보이는 풍경들은 늘 새롭고 다르게 보이고, 나는 그것들을 내 마음으로 담아내며 살고 있다.

부연하면, 그가 누구이고 그것이 무엇이든, 자연의 현상은 말 그대로 자연일 뿐, 거기에 무슨 곡절이 있고 희비가 있을 것인가 마는, 외로울 때나 기쁠 때나 끊임없이 변하는 사람의 마음을 따라 투영되는 것이 자연의 풍경이고, 그래서 누구든 찰나에 느끼고 마음에 담아내는 사진들은 언제나 자신을 만족시키고, 때로는 타인들의 시선을 모으는 멋진 작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다음 게재한 한 장의 멋진 사진은, 저 유명한 경남 하동 악양면 평사리 부부송(夫婦松 부부 소나무)인데, 전남 구례읍에서 개인택시 1007호를 운행하는 정경조 선생이 며칠 전 6월 1일 오전 7시 30분경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구례읍 개인택시 1007호 정경조 선생은, 촌부가 여기 이 강으로 나와 인연을 맺은, 말 그대로 언제든지 믿고 편하게 콜하는 단골인데, 가끔 택시를 타고 오매가매 찰나의 순간을 마음에 담아내는 촌부에게 배웠다면서, 처음 자랑삼아 카톡으로 보내온 한 장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흔히 말하는 2%쯤 조금 아쉽긴 해도, 전문 작가들도 인정할 수준의 깊은 맛이 있는 작품이다.

촌부가 보고 들은 것이 많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나름 그동안 보았던 악양 평사리 들녘의 부부송에 관한 수많은 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남들 따라 하고 흉내를 낸 그렇고 그런 사진들뿐이었는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아마 모르긴 해도 1007호 정경조 선생이 촬영한, 모내기를 위해 물을 잡아 써레질을 마친 논에 비친, 소나무와 운무 낀 산의 모습은, 이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것으로, 앞으로 이 장면은 이른바 정경조 선생만의 고유한 명작이 될 것이다.

모르긴 하여도, 그것이 무엇이든 선생이 마음의 여유 속에서 느끼는, 찰나의 느낌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도 좋지만, 그 한 장의 사진을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나름의 안목을 갖춘다면, 이른바 전문 작가들 못지않은, 곧바로 명작들이 나올 것임을 촌부는 믿는다.

그러나 뭐니 뭐다 하여도, 새벽부터 밤늦도록 개인택시 1007호를 운행하면서, 말 못할 가슴앓이를 안고 사는 이런저런 아픈 속사정들을, 단골인 관계로 알 만큼 아는 촌부의 입장에서는, 선생이 보내온 그림 같은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안도와 기쁨은, 비록 찰나의 순간이지만, 일어나는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며 즐기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끝으로 과문한 촌부의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정선생이 보내온 이 한 컷의 사진을 작품으로 평을 하자면.......

어찌 보면 저 유명한 도연명(陶淵明 365~427년)이 벼슬을 버리고 절절한 가슴으로 쓴 귀거래사(歸去來辭)의 한 대목에 나오는, 나룻배를 저어 강을 건너는 멀리, 흰 구름 무심히 넘나드는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이 바라다 보이고,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던 전원(田園)의 땅이며, 안평대군(安平大君 1418~1453) 이용(李瑢)이 꿈속에서 거닐었다는 무릉도원(武陵桃源)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말년의 늙은 도연명이 지팡이를 짚고 서성이며 어루만지던 외로운 소나무까지, 모든 것들이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보기 드문 좋은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듣도 보도 못한 우한폐렴 코로나19가 만들어 놓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불행한 이 나라의 현실에서 보면,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로 말세적 기도소리만 요란한 어리석은 사람들의 나라, 죽음보다 더 무서운 두려움과 공포에 지친 이 땅의 민생들이 찾아가서,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편안히 살고 싶은 현대판 도원(桃源), 염병할 놈의 질병도 없고 위선자들도 없고, 부정하고 부패한 내로남불의 정치도 없고, 신(神)들을 팔아 혹세무민하는 사악한 사람들도 없는 그런 세상,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이상세계와 같은 느낌이 드는 참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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