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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섬진강칼럼]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5.0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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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헌신”이라는 꽃말을 가진 씀바귀 꽃이다.
사진 설명 : “헌신”이라는 꽃말을 가진 씀바귀 꽃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본시 사람의 말이란,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라, 상황에 따라서는 말을 하는 사람도 신중해야 하지만, 듣는 사람도 깊은 이해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말을 하는 사람과 그 말을 이해해야 하는 사람의 관계를, 크게 분류하여 보면 2개의 유형이 있는데,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관계”와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는 관계”가 있다.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전자는, 본능적으로 분별력이 뛰어난 센스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면을 보면 서로 이심전심으로 소통하고 있는 편한 관계임을 알 수가 있다.

반면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는 후자는, 직감이 둔하고 분별력이 없는 아둔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면을 보면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불통으로 불편한 관계임을 알 수가 있다.

물론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람이 있는 반면, 찰떡같이 말해도 콩떡같이 알아듣는 사람이 있으니,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콕 집어서 이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말을 하는 사람과 그 말을 이해해야 하는 사람의 관계를, 강자인 갑과 약자인 을이라 한다면, 특히 뭔가를 주고받는 득실의 관계라면 상황은 천양지차로 달라져버린다.

무엇보다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누구든, 상대의 말을 잘 알아듣고 이해해야 하는 사람을 향하여, 새겨들어야 한다고 그렇게들 생각하고 책임을 전가하지만, 기실 실상을 따지고 보면, 언어의 선택에 정말 신중해야 할 사람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사람,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왜냐 하면, 어차피 상대적인 입장에서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는 사람은, 이해를 못했다 해도 잃을 것이 별로 없고, 혹 뭔가를 잃는다 해도 아주 작은 조금이지만, 상대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언어의 전달이 잘못 전달되어 사실이 왜곡되었을 때, 입게 될 유형무형의 손실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인 이 “아” 다르고 “어” 다른 상황을, 특정한 사람과 회사는 물론 국가 정책을 놓고 대비 적용하면, 권위와 신뢰의 상실로 인하여 벌어지는 오해와 그로인한 손실은, 회사가 망하고 국가의 정책이 불신으로 뒤집히며, 민심이 흔들리는 크나큰 사고가 되고, 걷잡을 수 없는 불신의 화근이 돼버린다는 사실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뉴스에 등장한 김정은을 두고, “건강하게 돌아와 기쁘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한 의미가 뭘까?

첫째는 정보의 근원이 누설되는 연유로, 알고 있는 뭔가를 시원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김정은의 신상에 이상이 있었음을, 트럼프는 알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둘째는 죽었느니 살았느니 설만 무성했던 김정은의 신상에 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소문을 불식시키며 건강하게 돌아와서 기쁘다는 정치적인 언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던진 말의 행간을 살펴보면, 미국의 정보력이 그만큼 정밀하고 최고라는 것인지, 또는 그 정도로 무능하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는 없지만, 재밌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3일(7시41분경) 비무장지대 내 우리군 감시초소(GP)에 날아든 북한군의 총탄에 대한 국방부의 발표를 보면 애매하기가 짝이 없다.

이에 대한 정치적 견해는 정부가 언급하고, 국방부는 군사적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것만 설명하면 되는 것인데, 국방부 대변인의 발표를 보면, 마치 인민군 대변인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촌부만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촌부를 향하여, 찰떡같이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콩떡으로 알아듣는 편견을 가진 촌놈, 또는 센스가 없는 우매한 사람이라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모든 것들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일들, 그것도 날마다 시시각각 변수가 가장 많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보니, 이것이 “무엇이다.”라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총을 쏴댄 북한 당국은 한마디 해명도 없는 상황에서, 자국민들을 향해 친절한 어투로 세세히 설명을 하고 있는 국방부 대변인의 발표를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데, 아마도 나는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센스가 없는 촌부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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