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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정나미 떨어지는 4,15 선거판을 보면서

[섬진강칼럼] 정나미 떨어지는 4,15 선거판을 보면서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4.1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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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으로 멋지게 되받아친 “그럼 마누라를 버리라는 말입니까?”고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던진 한마디라고 나는 생각하며, 이는 정치인 노무현이 스스로 연출 주인공인 된 것으로 열세를 뒤집고 대권을 움켜쥔

사진 설명 : 보리 이삭이 패기 시작한 구례읍 들과 봄이 한창인 강 건너 오산의 풍경
사진 설명 : 보리 이삭이 패기 시작한 구례읍 들과 봄이 한창인 강 건너 오산의 풍경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젊어 한때 탐닉했던 무림의 고수열전에서 보았던,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검술을 익힌 검객이 칼 한 자루를 차고 강호를 떠도는 낭인처럼, 그렇게 여의도 정치판을 떠돌던 정치인 노무현이 대권을 움켜쥔 결정적인 비책이 무엇일까?

말하기를 좋아하는 평론가들 저마다 이런저런 평들이 많지만 촌부가 생각하는 정치인 노무현이 대권을 움켜쥔 결정적인 비책은, 누구나 아는 흔한 일상의 평범함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비범한 정치력으로 만들어낸, 사람의 가슴을 가진 노무현 자신이라는 것이 촌부의 판단이다.

좋게 말하면 골수 좌파, 나쁘게 말하면 골수 빨갱이 딸과 부부 연을 맺은 노무현이 상대 후보(이회창)측이 제기한 골수 빨갱이 딸을 마누라로 둔 빨갱이 사위라는 공격을 받고, 가뜩이나 열세인 대선을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자신만의 방식대로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멋지게 되받아친 “그럼 마누라를 버리라는 말입니까?”고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던진 한마디라고 나는 생각하며, 이는 정치인 노무현이 스스로 연출 주인공인 된 것으로 열세를 뒤집고 대권을 움켜쥔 최고의 반전드라마였다.

부연하면 이회창은 사실상 약속된 청와대행 대권가도에서 그냥 내버려 두어도 좋을 상대 후보인 노무현을 주저앉히는 치명타로 생각하고, 노무현에게 던진 돌에 자신이 맞아서, 제 발로 걷지를 못하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해, 청와대 정문 앞에서 주저앉아버린 격이라 할 것이다.

비록 열세인 대선 후보가 자신을 변명하는 연설 도중에 나온 짧은 한마디였지만, 지금도 귀에 쟁쟁한 “그럼 마누라를 버리라는 말입니까?”라는 이 짧은 한마디는, 노무현 생애 최고의 연설이었을 뿐만이 아니고,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역사에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최고의 명문이었다고, 나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며, 당시 여야 후보에게 실망하여, 사실상 투표하는 걸 포기하려했던 촌부를 투표장으로 끌어내, 노무현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게 하였던 결정적인 말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별것도 아닌 그냥 우리네 주변에서 흔하게 듣는 통속적인 “그럼 마누라를 버리라는 말이냐?”라는 평범한 한마디를, 비범한 정치력으로 끌어내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킴과 동시에, 국민들의 가슴을 흔들어 사실상 패색이 짙었던 대선판도를 뒤집어 엎어버리고, 홀로 우뚝 선 빛나는 존재가 돼버린 정치인 노무현의 능력을 믿었고,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만들어내는 그런 정치력이라면, 대한민국의 체질과 의식을 동시에 개혁하여, 새로운 시대로 열어나갈 것으로, 그런 기대를 가지고 노무현에게 투표하였던 것이다. 물론 결과는 실패한 정권이 돼버렸지만 그때 내 마음은 그랬었다.

총선이 내일 몇 시간 후로 다가왔는데, 여야는 물론 후보들마다 쏟아내고 있는 말폭탄들을 듣고 있으려니, 굳이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아니더라도, 비록 실패한 정권이 돼버렸지만, 열세를 반전시키며 스스로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우뚝 세운 정치인 노무현의 인간미 넘치는 한마디의 말이 새삼 생각나는 오후다.

특히 병든 자식은 물론 병든 마누라까지 버리고 나와서, 어떻게든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이나, 그런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노무현이 살아서 보고 있다면 무엇이라고 할까? 아마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며, 정나미 떨어지는 일이라고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려버렸을 것이다.

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한걸음이라도 진일보하여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권력을 감시하고 정치판을 비판하는 글들을 끊임없이 쓰고 있는 촌부이지만, 모르긴 해도 이번 4,15총선은 가장 비인간적인 인간들이 판을 치는, 가장 지저분하고 타락한 최악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일찍이 보다 더 강력한 인적청산을 통한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선거란 “식탁위에 잘 차려진 썩은 사과들 중에, 가장 덜 썩은 사과를 선별하는 작업이다”라며,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일깨운, 지금은 정계를 은퇴한 정치판의 신사 홍사덕 전 의원의 지혜로운 가르침이 절실한 봄날이다.

바라건대 언젠가 강연에서 들었던 “우리 국민은 귀신과도 같다. 모르는 듯 모든 것을 다 꿰고 있다.”고 한 홍사덕 전 의원의 연설처럼, 내일 4,15 총선에서는 여야의 지지를 떠나, 각자의 지역에서 가장 덜 썩은 사과인 보다 신선한 새로운 인물을 고르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가슴에 온기가 있는 사람의 가슴을 가진 사람을, 지역의 대표로 선출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왜냐 하면 내일 새롭게 선출되는 이들의 감투는 우리들이 뽑고 만들어 준 것이기에, 촌부를 비롯하여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인데, 늘 그렇듯 자신들이 뽑은 정치인에게 잘못 뽑았다고 손가락질을 하며, 자기 탓이 아니라고 회피하는 것은, 즉 정치인 탓으로 하는 것은, 이들 정치인들하고 전혀 다를 바 없는 동류 동속의 부류이기에, 내일 4,15 총선에서는 책임질 수 있는 투표를 하자는 것이다.

이것만이 우리들이 그토록 간구하는 정치개혁의 시작이고 세상을 바르게 바꾸어 나가는 유일한 길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때그때 바람 따라 인맥 따라 또는 안다는 체면으로, 사정이 딱하다는 동정으로, 무책임하게 투표를 했을 때,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지금 우리 자신들은 통감하고 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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