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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지리산 천은사 심원암(深源庵) 상량기문(上梁記文)

[섬진강칼럼] 지리산 천은사 심원암(深源庵) 상량기문(上梁記文)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4.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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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릴 수 없이 많은 크고 작은 수많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들이 모여들어, 잠시 머물며 숨을 돌리고 있는, 지리산 천은사 깊고 깊은 물가에 앉아서, 깊고 오묘한 마음의 심원(深源)을 화두로 들고, 여생을 즐길 단하스님을 생각하면 즐거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사진 설명 : 심원암(深源庵) 상량식 장면
사진 설명 : 심원암(深源庵) 상량식 장면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평생을 산천을 벗 삼아 자유롭게 살아온 40년 지기 단하(丹霞) 스님께서, 지리산 깊은 골짜기를 숨 가쁘게 내달아온 계곡물이 잠시 멈추어 숨을 진정시키고 있는, 천은사(泉隱寺) 깊고 맑은 물가에 조그마한 터를 닦고, 이름을 심원암(深源庵)이라 지어, 오늘 2020년 4월 12일 오전 11시 마룻대를 올려 상량(上樑)을 하였다.

천은사 주지 종효(宗曉) 큰스님의 축원으로 상량을 마치고, 이제 어엿한 심원암(深源庵)으로 깊고 오묘한 근원인 심원(深源)이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옛 사람들이 말한 말로써 설명을 할 수가 없고, 법으로 전할 수도 없는, 시작도 끝도 없는 마음의 근원이라 할 것이다.

심원암(深源庵)의 주인인 단하스님께서 추구하는 깊고 오묘한 근원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 속가의 촌부로서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찰나의 촌각도 쉼 없이 변화하고 있는 무상한 이 우주 삼라만상을 보면 즉 자연을 보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변화의 과정만 있을 뿐이니, 암자의 이름을 심원암(深源庵)이라 정한 것은, 거처하는 단하스님의 마음이 곧 깊고 오묘한 심원(深源)이라는 뜻이니, 이거야말로 암자가 스님이고 스님이 암자가 돼버린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른바 단하스님이 몸을 의탁하는 암자가 심원(深源)이고, 심원(深源)은 단하스님이 찾은 깊고 오묘한 마음의 근원이니, 옛 사람들이 이것을 일러 스님의 몸과 암자가 서로에게 의탁하고, 암자의 이름인 심원(深源)이 곧 단하스님이 찾은 마음의 심원(深源)과 서로 상통한 것으로, 즉 암자와 스님의 몸과 암자의 이름과 스님의 마음이 각각이지만, 이로써 둘이 하나가 되었으니, 여기 심원암(深源庵)이야말로 천하를 주유하는 선객(禪客)들이 찾아 헤매는 근본인 심원(深源)이고 수행도량이라는 말이다.

비록 산 밖 강가에서 날마다 헤매고 있는 아둔한 촌부이지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크고 작은 수많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들이 모여들어, 잠시 머물며 숨을 돌리고 있는, 지리산 천은사 깊고 깊은 물가에 앉아서, 깊고 오묘한 마음의 심원(深源)을 화두로 들고, 여생을 즐길 단하스님을 생각하면 즐거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하여 오늘 40년 지기 단하스님의 심원암(深源庵) 상량식(上梁式)에 다녀와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졸필이지만 스님을 위하여 감히 “지리산 천은사 심원암(深源庵) 상량기문(上梁記文)으로, 촌부의 마음을 여기에 전한다.

끝으로 머잖아 암자가 완공되고, 차가운 방바닥에 따뜻한 온기가 들면, 선정(禪定)에 들어 깊고 오묘한 삼매를 즐기며, 여생을 보내실 단하스님을 위하여, 오늘 촌부가 심원암(深源庵)의 상량이 있었음을 세상에 알리노니, 원컨대 지리산 산신령은 명심 또 명심하여 들으라. 혹 산이 무너지고 깊은 계곡이 평지가 될지언정, 여기 심원암(深源庵)은 주춧돌 하나 흔들림이 없이 보호하고, 날마다 해와 달을 등불로 걸어 선정 삼매에 든 스님의 마음을 편안케 하여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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