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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봄날 아침에 촌놈이 주절거린 세사의 이야기 정치

[섬진강칼럼] 봄날 아침에 촌놈이 주절거린 세사의 이야기 정치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4.0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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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시대의 부끄러운 상징이 돼버린, 내로남불의 후안무치한 정치판처럼, 이른바 나를 위한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은, 유유상종하는 속물들인 동속의 무리들이 따르고 있고

사진 설명 : 마음 설레는 아침 봄볕에 묻힌 신령한 국사봉(國師峯)의 모습이다.
사진 설명 : 마음 설레는 아침 봄볕에 묻힌 신령한 국사봉(國師峯)의 모습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예술을 모르는 사람들은 정치할 자격이 없다. 낭만을 모르는 사람들도 정치를 할 생각을 마라. 특히 가족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사악한 위선자이니, 절대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되고 하게 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정치란 기다림도 있고 그리움도 있고 슬픔도 있고 눈물도 있고 웃음도 있고 행복도 있고 무엇보다도 내가 아닌 상대인 너를 거울로 볼 수가 있는 가장 인간적인 가슴을 가진 사람들만이 느끼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좀 더 알기 쉽게 설명을 하면, 예술인들은 자신인 나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상대인 너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반면, 정치인들은 자신인 나를 통해서만 세상을 보기 때문에, 그 어떤 무엇도 수용하지 않는 저 혼자의 탐욕에만 찌든 똑똑한 외눈박이들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철학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려한 말로 멋지게 강의할 줄은 몰라도, 자기의 삶을 통해서 작든 크든 느끼고 초극하면서, 삶을 통해서 행하는 것, 이게 바로 진짜 철학이고 철학자들인데, 책이나 매체들을 통해서 보고들은 것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이른바 머리에 든 것이 없는 골빈 사람들에게 풀어먹고 사는 머리 좋은 사람들을, 우리 사회는 훌륭한 철학자라고 부르며 환호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 나라의 정신적 기둥인 가치를 볼 때, 후자를 선택하는 국민들은 후손들을 온전하게 기를 수가 없고, 후손들에게 칭송을 받을 수도 없으며, 결국 살아서도 실다운 역사가 없다.

역사는 산 것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여 보존할 것과 배울 가치를 지닌 것을 역사라고 하는 것이고, 따지고 보면 부처와 예수는 자신인 나를 통해서 세상을 본 것이 아니고, 상대인 너를 통해서 세상을 보았기 때문에, 한없는 자비와 사랑하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고, 죽으려야 죽을 수가 없고, 오늘을 살고 있는 사악한 인간들이, 그 흔적을 지워버리고 싶어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보려고 하지 않아도 보이는 하늘의 해처럼,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느껴지는 사랑처럼, 움직임이 없어도 올바름이 보이는 것처럼, 참된 진리는 그런 것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본시 정치라는 게 사람이 사람을 향해서 하는 것이라. 실수하지 않은 정치인이 없고 잘한 것이 하나도 없는 정치인이 없지만, 역사에 기록되는 정치인은 자신이 아닌 상대인 너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정치인이고, 민심 즉 천심을 얻는 정치인은 상대인 너의 가슴으로 세상을 품어 안는, 따뜻하고 넉넉한 가슴을 가진 정치인이기에 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자신인 나를 위해서만 잘하는 정치인은, 역사에 좋은 의미로 기록될 일은 없겠지만, 내가 아닌 상대인 너를 사랑하는 연유로, 너를 통해서 세상의 일을 하다 실수한 정치인은, 역사에 좋은 인물로 기록될 것이고, 이런 정치 지도자가 이른바 성군(聖君)이고, 우리들은 이런 정치 지도자를 칭송을 하면서, 다시 후세들에게 본받으라고 당당하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들이 진저리를 치면서도 어쩌지를 못하고 지켜보고만 있는,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시대의 부끄러운 상징이 돼버린, 내로남불의 후안무치한 정치판처럼, 이른바 나를 위한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은, 유유상종하는 속물들인 동속의 무리들이 따르고 있고, 그 무리들 속에 자신을 숨기며 실수를 해도 무리들 속에서 살아남는데, 진짜 어리석은 건 이런 정치인들을 같은 동속으로 착각하며 따르고 있는 이른바 골빈 사람들 즉 우리들 자신들이다.

한마디로 자연주의에서 자연을 보면, 이 골짝 저 골짝 푸른 산 맑은 숲에서 흘러내린 좋은 물들이 강으로 흘러들어, 오염된 강물을 정화하여 만물을 살리는 생명수가 되지만, 사람이 사는 세상 사람이 하는 정치는 그렇지가 않다.

내가 아닌 상대인 너를 통해서, 너를 사랑하며 세상을 위하는 정치를 하는 정치인은 무리를 만들지도 않을뿐더러, 무리들이 따르지도 않는다는 것,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을 더 좋은 미래로 발전시켜 나가는 정치의 어려움이고, 오늘 우리들의 어리석음이며 부끄러움이라는 것이 촌부의 생각이다.

원인이 무엇이고 누구의 책임이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고 있는 이 봄날을, 죽음의 공포로 내몰고 있는 역병의 창궐을, 자연의 눈으로 보면 물질만능주의에 찌들어버린 인간들의 세상을, 하늘이 벌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들이 당면하고 있는 이 재앙을, 물질로 사는 물질만능의 정치로 보면 천벌이고, 자연주의에서 자연의 마음으로 보면, 한없는 겸손으로 실천하는 자비와 사랑을 배우고 증명하라는 하늘의 경고이며 기회이니, 지혜로운 사람들은 온 나라에 창궐하고 있는 역병의 세상을 통해서, 다만 스스로 겸손을 다시 배우며 깨칠 뿐, 그 처한 상황이 어떠하든 결코 낙담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글을 쓰다 보니, 쥐뿔도 모르는 촌놈이 간밤 기분 좋은 꿈을 꾸고 깬 마음 설레는 아침, 창문을 열고 밖을 보면서 주절거리다, 나도 모르게 세속을 어지럽히고 있는, 개똥철학자들을 흉내 내고 있는 나를 내가 보면서 한바탕 웃는데, 창문 밖 논에서 봄날 아침의 햇볕을 즐기고 있던 장끼 한 마리가 놀라 푸드덕 소리치며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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