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
-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고결한 중간자
사람도 아닌, 동물도 아닌
사자의 용맹을 씌운 육중한 몸과
사람의 지혜를 두른 날카로운 얼굴
왕을 지키라는 지령에
정교한 구도로 앉은 위대한 지킴이
생명을 부여할 때
너는 인간이 될까, 사자가 될까
힘을 부여할 때
너는 무덤을 지킬까, 초원을 지킬까
철저한 중간자
피라미드, 세 왕의 무덤 앞에서
무거운 함묵으로
바람이 어루만져도
사람이 어루만져도
결코 변하지 않는 숭고한 지킴이
저작권자 © 서울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