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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지금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가슴으로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때다

[섬진강칼럼] 지금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가슴으로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때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3.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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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것이 누구나 갖는 사람의 마음이고, 사람이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당장 구하는 것이 올바른 도리인데,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사진 설명 : 깊은 산중인 동리산 태안사의 스님이나 세속의 아리따운 미인이나, 아름다운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 같다
사진 설명 : 깊은 산중인 동리산 태안사의 스님이나 세속의 아리따운 미인이나, 아름다운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 같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정확한 것은 당시의 기록을 찾아봐야겠지만, 대충 생각하면 얼추 10년은 됐을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개인의 신상에 관한 일이라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불행한 전복사고의 후유증으로 시달리던 고통스러운 세월을 헤매다, 촌놈이 생전 처음 말로만 듣고 살던, 저 유명한 서울 아산병원까지 찾아가게 되었다.

아산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담당 박사를 만나 시술을 결정하고 시술을 받고 사후 관리를 받은 과정을 한마디로 비유하면, 호남 최고라는 병원이 여관이라면, 환자를 대하는 아산병원의 모든 시스템은 최고급 특급 호텔의 수준이었다.

당시 박사님은 기존의 시술 방법이 있는데, 자신들이 연구한 최신의 시술법을 내게 최초로 시도하여 보고 싶다면서 의향을 물었다.

그 권유를 받은 즉시 내 답변은 뭐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있겠느냐며, 목숨을 거는 일도 아니고, 대한민국 최고의 의술 팀이 연구한 것이고, 혹 실패한다 하여도 기존의 방법이 담보되어 있으니, 내가 행운이고 복이라며, 흔쾌히 승낙하고 시술을 받았다.

최초의 시술 후 대략 2년을 지켜본 결과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그 최초의 시술이 실패한 탓에, 그 원인을 분석하고 보강한 연구가 성공되어 오늘에 이르렀으니, 결론적으로 내가 최초로 시술받은 실패한 그 시술은 지금의 나를 살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부터 행방시키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시작이었으니,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병 온 세계 인류를 죽음의 공포로 떨게 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참상들을 실시간으로 방영하고 있는 뉴스를 보면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은, 오늘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다행이라지만, 그게 어디 장담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장담할 수 없는 내일의 감염과 준비되지 않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촌부에게도 있다.

그러나 예방 백신은 물론 치료약 자체가 없는 이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의 창궐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촌부가 느끼는 것은, 어차피 치료약이 없어 죽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모두는 가장 인간다운 것이 무엇이고,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를, 가장 인간다운 가슴으로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중증환자들을 상대로, 본인과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서, 비록 그것이 극단적인 것일지라도 쓸 약은 써봐야 한다는 것이, 보다 더 인명을 존중하는 인간다운 의술이며, 하루속히 역병을 극복하고 미구에 죽어갈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차원에서, 법과 제도를 뛰어넘어 시도해야 할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약에 대하여, 지금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가슴으로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것이 누구나 갖는 사람의 마음이고, 사람이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당장 구하는 것이 올바른 도리인데,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물에 빠져 익사 직전에 있는 사람들을 두고, 구비하여 두었거나 준비하고 있는 각종 구명도구들이 안전한 규격품인지, 또는 던졌을 때 구명줄은 튼튼한 제품인지 등등을, 테스트하고 있는 격이라 답답하기만 하다.

부연하면 아주 오래전 지금은 꿈도 꾸지 못할 옛날의 이야기지만, 어린애만한 잉어가 종종 나오는 유명한 섬진강 잉어 포인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고등학생이 만용을 부리며 전날 쏟아진 폭우로 물살이 거칠어진 섬진강에서 수영을 하다 휩쓸려 익사 직전의 상태로 떠내려가는 것을, 때마침 어린애만한 잉어를 낚을 욕심에, 이른바 사람이 목을 매도 끊어지지 않는다는, 튼튼한 낚싯줄로 낚시를 하던 낚시꾼이, 떠내려가는 그 학생을 낚싯바늘로 걸어서 구조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의 상상을 벗어난 구조 장면을 보면서, 정작 사람들이 놀란 것은, 낚싯줄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사실이었다.

촌부의 모자라는 소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 정부와 의학계에서 이른바 피터지게 노력하고 있겠지만, 임상시험의 과정을 멀쩡한 사람들을 상대로 실험 테스트하라는 것이 아니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절박한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를, 마치 낚시꾼이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낚싯줄로 강물에 휩쓸려가는 사람을 구하듯, 보다 더 적극적이고 열린 사고를 가져주면 어떨까 싶은 것이 촌부의 마음이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스스로 안락사를 소원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고, 죽어서 장기기증을 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보면, 코로나19라는 신종 역병에 감염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 실험실의 약제들을 투약하는 것이, 합리적인 인간 생명의 존중이고, 사람이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사람을 위한 헌신이며, 의학발전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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