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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알바노동자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남 얘기"

[사회] 알바노동자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남 얘기"

  • 기자명 최봉호
  • 입력 2016.06.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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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후 화두로 떠오른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서울시정일보-최봉호기자] '최저임금 1만원'. 2013년 알바노조가 처음 내세운 이 구호는 3년이 지난 현재 최저임금 협상의 최대 목표치로 인식된다. 

최저임금을 심의·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들 다수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오는 28일 발표된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1만원이 언급되고 있지만 노동현장에서는 올해 시급인 6030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은 노동자는 14.7%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포커스뉴스>는 시급 6030원 기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현장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그 대책과 대안은 무엇인지 점검한다.  

1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생이 계산을 하고 있다. 기사에 나오는 편의점과는 무관하다.

시급 5500원. 지난해 10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유모(22·여)씨에게 적용된 임금이다. 이 시급은 유씨가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지난 4월까지 조정되지 않았다. 올해 시급인 6030원에 못 미칠뿐 아니라 지난해 법정 최저시급인 5580원에서도 80원이 모자란다. 

유씨는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른 알바를 구한다고 할까봐 따질 수 없었다. 원하는 시간과 위치가 딱 맞아 떨어져서 법에 정해진 최저임금을 모르는 척 참고 일했다"고 털어놨다. 

알바 면접에서 유씨의 떨떠름한 표정을 의식한 편의점 주인은 처음 세 달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게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명했다. 유씨가 편의점 알바 경험이 없어 따로 교육 시켜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 

시급 5500원을 받고 주35시간 일하면 실질적으로 유씨 손에 쥐어지는 돈은 15만원 남짓. 편의점까지 오고가는 교통비 4만8천원, 식비 35만원, 통신비 7만원, '미래를 위한 유일한 투자'인 영어학원비로 15만원을 지출한 결과다. 
 
유씨는 알바비를 모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겠다는 꿈이 하루하루 멀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오전 8시에 출근하는 유씨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창고에서 진열을 기다리고 있는 샌드위치 등 조리식품들을 정리하는 일이다. 유씨와 교대하는 새벽 알바생이 1차로 그날 들어온 조리식품을 진열대에 배치한다. 
 
아침시간에 손님들이 진열대를 휩쓸고 지나가면 유씨는 빈 자리에 제품들을 채워넣는다. 제품 진열이 어느정도 끝나면 유씨는 창고 안에 모아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에서 그날 아침식사로 때울 수 있는걸 고른다. 
 
대개 즉석 조리식품의 유통기한은 다음날 자정 또는 오전 8시까지인 경우가 많다. 인기좋은 5첩 반찬이 딸린 도시락은 재고도 거의 없을 뿐더러 있더라도 새벽 알바에게 순서를 뺏긴다. 

지난 2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본사 앞에서 알바노조 조합원이 '45초 햄버거, 17분 30초 배달제 폐지' 등 10대 안건을 들고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2.29

유씨는 처음 알바 공고에서 본 '식대제공'의 문구가 이것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식사비를 준다는 말로 이해했지, 폐기될 남은 제품으로 식사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당초 따로 받게 될 식비를 아껴 저축해야겠다고 다짐은, 알바 첫 날 허상이 됐다. 

편의점 알바는 대게 편의점에서 팔다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로 끼니를 때운다. 주인은 "유통기한은 음식이 가장 맛이 좋을 때를 표시한 최적의 기한 같은거다. 몇 시간 지난거 먹는다고 안 죽는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한 끼라도 제대로 먹고 싶을 때는 편의점 안에 있는 음식을 사먹으면 된다. 요즘 인기있는 컵라면 1개, 소시지 핫바 1개, 탄산음료 1개를 고르면 벌써 유씨의 시급을 조여온다. 
 
편의점 밖은 더 위험하다. 웬만한 식사값이 6000원을 훌쩍 넘어 5500원이라는 유씨의 시급은 금세 궁색해지고 만다. 

좋아하는 햄버거를 콜라와 짭쪼롬한 감자튀김으로 구성된 '세트'로 먹으려면 67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유씨가 받는 시급보다 1200원이 비싸다. 햄버거 세트 한 번 먹으면 유씨는 약 1시간 12분을 일해야 한다. 감자튀김 가루까지 탈탈 털어 입에 넣기까지는 30분이면 족하다. 

유씨가 특별히 몰상식한 점주를 만났기 때문에 이런 일을 겪은 건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가 실시한 근로인식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 비율이 편의점(6%), 분식점(5%)순으로 높았다. 

유씨는 지난 4월 일을 그만뒀다. 워킹홀리데이 비용을 마련해 비자를 받게 된 것이다. 혼자 힘으로 해보려했지만 결국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그가 일을 그만 둔 날은 '최저임금 1만원'이 화두로 떠올랐던 4·13총선을 이틀 앞둔 4월 11일이었다. 

유씨는 "솔직히 최저임금 1만원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올해 시급인 6030원 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이 나를 포함해 주변에 많다. 1만원으로 인상되더라도 우리 시급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안든다"고 말했다. 유씨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회의적이다.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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