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칼럼] 아름다운 봄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하여
[섬진강칼럼] 아름다운 봄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하여
  • 박혜범 논설위원 <hmk0697@hanmail.net>
  • 승인 2020.03.18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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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인 박사님을 비롯하여 간호사분들 전부가 단순한 수술용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걸 본 순간, 처음엔 아무리 마스크가 부족하다 해도 “저게 말이 되느냐?”는 의구심이 들었고, 방역에 가장 중요한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지급할 마스크 하나 공급하지 못하는 나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문재인의 나라를 향하여, 나도 모르게 속으로 육두문자를 몇 번이고 지껄여댔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몇 번의 글을 통해서 밝혔듯이, 나는 오래전 전복사고로 인하여, 지금까지 21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통증과 그닥 어려울 것 없는 간단하지만 수시로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연유로, 이제껏 그러려니 하고, 나름 달통했다는 심법(心法)으로 버티며 살아오고 있다.

그러나 이따금 견딜 수 없는 육신의 통증은 마음의 고통이 되어 나를 괴롭게 하는데, 으레 그럴 때면 육신의 통증과 마음의 고통 자체를 평상심으로 감내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라, 그럴 때면 언제고 찾아가는 것이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이다.

오늘도 화순전대병원을 갔었는데, 이런 젠장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 섬진강을 돌아오는 첫차를 놓치는 바람에, 택시를 불러 8시 50분 구례터미널을 출발하는 광주행 버스를 탈 수가 있었다.

11시 10분 쯤 화순병원에 도착, 21년 동안 나를 지금 이만큼 사람 노릇을 하는 흉내라도 내며 살게 하여 주고 있는, 담당 주치의 교수님을 뵙고, 오후에 3층 중앙수술실에서 간단한 시술을 하고 돌아왔는데,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속으로 웅얼거리고 집에 와서도 듣고 있는 노래는, 아름다운 봄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로하는 가객 박인수의 봄비다.

부연하면 일반 환자들과 달리 내가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고, 21년을 앓으며 수시로 반복하다 보니, 내 스스로 응급사태를 체크하여 무시로 찾는 것으로 정해져 있고, 그렇게 응급처치를 받는 것뿐이니, 이 글을 읽는 이들은 특별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목적은 뜻밖에 상상외로 일찍 발생해버린 응급사태를 해결하려고 갔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21년 동안 끝도 없이 반복되는 고통에 짜증은 나지만, 그렇다고 짜증을 내본들 특별할 것도 없고, 으레 하는 것이니 별 걱정은 없었지만, 내 관심은 지금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듣도 보도 못한 우한의 폐렴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화순전대병원의 방역이었다.

처음 본 느낌은 현관 입구에서부터 철벽이라는 것과, 사람들마다 얼굴 가득 드러나고 있는 짙은 두려움을 숨길 수는 없었지만, 너나없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각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식과 역량으로 역병에 대응하고 있는 차분한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정작 내가 놀라고 나를 부끄럽게 만들어버린 것은, 주치의 박사님을 비롯한 많은 간호사분들이었다.

나는 지난 금요일 구례읍 약국에서 1시간을 기다렸다가 구입한 KF94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주치의인 박사님을 비롯하여 간호사분들 전부가 단순한 수술용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걸 본 순간, 처음엔 아무리 마스크가 부족하다 해도 “저게 말이 되느냐?”는 의구심이 들었고, 방역에 가장 중요한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지급할 마스크 하나 공급하지 못하는 나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문재인의 나라를 향하여, 나도 모르게 속으로 육두문자를 몇 번이고 지껄여댔다.

전문가들이 실내 밀집지역에서는 의료용인 수술용 마스크는 코로나19를 차단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염병 즉 창궐하는 역병을 막는 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는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없으면, 민생들 자체가 살길이 없는 것인데, 감염병 차단에 별 효과도 없다는 저런 수술용 마스크를 의료진들이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코로나19보다 무섭고 두려운 것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말재주가 비상한 문재인이 말로 만든 내로남불의 나라라는 것이다.

그렇게 뒤틀려버린 심사로, 여기저기 다른 과들을 둘러보아도 마찬가지였는데, 명색이 최첨단 의학이 집약된 화순전남대병원의 모든 종사자들이 코로나19 방역에 효과도 없다는 수술용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드는 “왜”라는 의문을 던져보니, 코로나19가 그렇게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고, 동시에 행여 어쩔까 싶어 KF94 마스크 위에 다시 천마스크로 칭칭 싸매고 간 내가 이른바 쪽팔리는 꼴이 돼버렸다.

의료진들 모두가 수술용 마스크를 쓰고 있는 원인은, KF94 마스크와 같은 고품질의 마스크가 부족한 것이 이유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병원의 모든 종사자들이, 끝없이 밀려드는 수많은 불특정 환자들 방문객들을 상대로, 면전에서 종일 쉼 없이 설명하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는 것은, 그만큼 병원 자체가 안전하다는 증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학적 판단으로 코로나19가 생각만큼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점심을 먹고 대기하는 잠시 갈증을 해소하려 로비에서 파는 1,400원 짜리 발효 유산균을 한 병 사서 마시다, 이 난리통속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갖은 고생들을 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보니, 가보지는 못했지만, 대구와 경북은 지옥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눈앞의 의료진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여, 내 마음속 응원과 감사의 표시로, 유산균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내가 직접 가져다드리면 청탁이 돼버리니, 어떻게 생긴 놈이라고 말하지 말고 수고하시는 의료진들 모두 목이나 축이시도록 한 병씩 가져다 드리라며 계산을 했었는데........

아쉬운 것은 이 아주머니가 고지식하기는 나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장사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니, 척하면 호박이 굴러 떨어지는 것쯤은 알아서, 아 지금 이 사람이 저 수고하시는 의료진들을 위해 선물을 하려는가 보다 하고, 더 좋은 것 그 중에서 제일 비싸다는 더 좋은 제품 2,000원짜리를 추천했어야 함에도, 행여 뭐가 어쩔까 싶었는지, 내가 마신 달지 않은 1,400원짜리를 냅다 계산을 해버렸으니 하는 말이다.

우리들이 정말 두려운 건 코로나19가 아니다. 너나 나나 정말 두려운 건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일들인데, 오늘 촌부가 화순전남대병원에서 목격한 화순전대병원의 모든 의료진들과 그들을 통해서 본 대구와 경북에서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들, 이들이야말로 언놈들처럼 주댕이로 하는 나라다운 나라가 아닌, 진실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 아름다운 세상의 봄을 지키기 위해서, 봄이 봄인 줄도 모르고 아름다운 봄을 잃어버린 사람들, 천사들이라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섬진강으로 돌아오는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생각하며, 스마트폰을 켜고 대구의 상황이 어떤지 뉴스를 검색하면서 드는 생각은, 오늘 내가 직접 목격하고 뉴스로 검색해본 의료진들의 모습은, 개인적인 감상이고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지만, 마치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봄을 선물하여 주었지만, 정작 자신은 이 아름다운 봄을 영원히 잃어버린 봄의 가객 박인수와 같다는 생각에 봄비를 웅얼거리며 왔다.

이 봄날 염병할 놈의 역병인 우한 폐렴, 코로나19 방역으로 아름다운 봄을 잃어버린 대구 경북은 물론 전국의 모든 의료진들이 지치고 고단한 잠시 봄이 봄임을 느껴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췌장암과 기억상실로 투병하고 있는 봄의 가객 박인수가 인생의 마지막 봄을 못다 부르고 영원히 잃어버린 봄의 노래, 봄비를 섬진강 밤 강에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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