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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어떻게든 세월은 제 할 일은 하고 간다

[섬진강칼럼] 어떻게든 세월은 제 할 일은 하고 간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2.1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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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날 태초에 이브를 유혹한 뱀의 혓바닥으로, 다시 또 세상을 혹세무민하며 씻지 못 할 원죄를 국민들에게 짓고 있는, 우리네 썩어빠진 정치인들

창문 밖 신령한 국사봉(國師峯)에 봄눈이 쌓인 풍경이다.
창문 밖 신령한 국사봉(國師峯)에 봄눈이 쌓인 풍경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지난해 11월 8일 입동의 그날부터 지금까지, 해를 보내고 설을 보내고, 입춘도 지나고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가 내일인데, 말 그대로 하얀 눈이 내렸다.

지난 삼동의 겨울 내내 단 한 번도 구경하지 못했던 풍경, 하얀 눈이 내려 쌓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허망하기 짝이 없는 봄눈이지만, 그러든 저러든 어떻게든 세월은 제 할 일은 하고 간다는 생각이다.

엊그제부터 적설량이 얼마라는 둥 호남에 많은 눈이 내릴 거라고 방송국 미모의 기상캐스터들은 호들갑을 떨었지만, 남도의 강 섬진강에 이틀 밤낮을 내려 쌓인 눈이라고 해봤자 별것도 아니었다.

창 너머 보이는 것은 온 산천을 하얗게 덮은 그럴싸한 풍경이었지만, 그래봤자 한나절 봄볕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허망한 봄눈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참으로 허망한 것이 봄날에 내리는 봄눈, 춘설이라며 한탄하던 옛 사람들의 탄식이다.

옛 사람들이 허망한 봄눈을 핑계로 탄식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진 않지만, 어떻게든 제 할 일은 하고 가는 세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체면치레는 하고 가는 세월처럼, 우리네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 봄날 태초에 이브를 유혹한 뱀의 혓바닥으로, 다시 또 세상을 혹세무민하며 씻지 못 할 원죄를 국민들에게 짓고 있는, 우리네 썩어빠진 정치인들이, 제 할 일은 하면서 사는 나라, 뭐 대충이라도 쪽팔림을 알고 체면치레는 하면서 사는 나라, 뜨겁지는 않아도 따뜻한 온기가 있는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그런 나라가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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