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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우리가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일

[섬진강칼럼] 우리가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일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1.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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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구례읍 봉서리 산정마을에서 바라본 오산의 모습이다.
사진 설명 : 구례읍 봉서리 산정마을에서 바라본 오산의 모습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우리네 인간이 한 끼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 소모 시키는 시간과 쏟는 노력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어제 초저녁 강 건너 생과부가 보내준 정성으로 하루 세 끼를 먹다 문득 드는 생각이, 밥을 짓고 음식을 마련하는 사람의 마음은 접어두고서라도, 한 끼를 먹기 위해서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결코 예삿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다만 날마다 살아야 하는 하루의 때에 맞추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끼니를 때울 뿐, 하루 세 끼를 먹는 일에 무딘 촌부가 대충 헤아려 봐도, 다듬고, 씻고, 썰고, 찧고, 갈고, 끓이고, 찌고, 굽고, 데치고, 무치고, 지지고, 볶고, 등등, 가지 수를 세보다 잊어버릴 정도로 많고 복잡하다.

일찍이 쌀 한 톨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사람의 입에 들어오는지, 그 수많은 과정과 사람들의 노력을 익히 알고 있는 까닭에, 한 숟갈 뜰 때마다 한 젓가락 집을 때마다, 그 무게를 실감하며 살아왔지만, 오늘 다시 나도 모르게 다시 느껴지는 그 무게가 천 근이다.

여기에다 귀한 정성을 보내준 강 건너 생과부의 마음을 생각하니, 감히 국물 한 방울 나물 한 가닥 흘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서 먹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생각해보니 사람이 살면서 감사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진심으로 가장 많이 감사해야 할 일이, 그가 누구든 아내든 어머니든 날마다 때맞추어 세 끼를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바로 그 사람, 밥을 짓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어릴 적 밥상머리에서 선친으로부터 엄하게 배운 것 하나가, 그것이 무엇이든 다만 감사히 먹을 뿐 사내놈이 밥상을 앞에 놓고 음식 타박을 하면 안 된다고 하셨던 말씀이었고,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탓에, 어디 가든 다만 감사히 먹을 뿐이었는데, 우리가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가정에서 또는 누군가 자신에게 한 끼의 음식을 베푸는 사람의 공덕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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