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바울 심판대
-그리스 문학기행
김윤자
커다란 교황이, 아니 커다란 바울이
작은 교황이, 아니 작은 바울이
고린도 유적지, 백성들이 모여든 이 광장에서
높은 단과 돌의자를 오르내리며
말씀을 저울질 했던가
부친에게서 배운 천막 치는 기술로
고린도 도시에 초대 교회를 세우고
말씀을 전할 때
화려하고 철저한 타락 앞에
하얀 진리가 얼마나 눈물겨운 투쟁이었겠는가
어느 하나 그를 것 없는 복음에
교황마저도 던져버린 저울대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고, 완전히 외우지도 못하는
고린도 전서 사랑절 찬송을
사도바울의 입술로, 기막힌 목청으로
꺼이꺼이 구슬프게 부르며
떼어지지 않는 걸음을 달래어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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