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이런저런 마음을 들뜨게 하는 생각 속에서 겨우 잠들었는데, 꿈속에서 어찌 그리 속이 타고 목이 마르던지, 일어나 주방에 가서 물 한 컵을 마시고 돌아오다, 해소되지 않는 답답한 속을 달래려 창문을 열어보니, 저만치 섣달 보름달이 홀로 강을 건너오고 있다.
문득 자다 일어나 드는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가만히 달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보름달이야 일 년 열두 번 뜨는 거지만, 문제는 내가 보고 싶을 때 내 맘대로 볼 수 있는 보름달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 맘대로 뜨는 달이라지만, 내가 보고 싶다한들, 일 년 열두 달을 생각해 보면, 하늘의 구름이 보름달을 가려서, 보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니, 보고 싶다고 기어이 보아야겠다고, 벼르며 날짜를 헤아린들 일 년에 몇 번이나 볼 것인가.
제아무리 하늘이 낸 사람일지라도, 일 년 열두 번 뜨는 보름달을 보는 것은, 고작 몇 번일 것이고, 운수가 사나우면 한두 번이 고작일 것이니, 그런 연유로 일 년에 한 번 그것도 비가 오지 않아야 한다는, 전설이 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사랑의 이야기가 더욱 애틋한 것이다.
겨우 잠들었던 내 꿈속에서 나를 보채며 속을 태우던 것이, 강을 건너오고 있는 섣달 보름달은 아닌데, 자다 깨어 달을 바라보며, 별 생각을 다하고 있는 나를 내가 보고 있으려니, 창문 밖 강변 대숲에서 부서지고 있는 달빛만큼이나 내 마음이 산란하다.
저작권자 © 서울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