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 유적지
-그리스 문학기행
김윤자
세월이 휘몰아 갔어도 다 보입니다.
부와 바꾸지 못한 귀한 언어들이
어느 마디에서 겉돌았는지
왜 사도바울이
이 드넓은 광장에서
푸르게, 푸르게 복음을 외쳤는지
성경에서 보았던 글귀들이
시린 환영으로 일어섭니다.
로마의 태양신이
저 아폴로 신전에서 이글거릴 때
바늘구멍만한 그 어느 길인들 허락했겠습니까
여기가 관공서, 여기가 백화점
여기가 병원, 음악당이었다는
설명마저 호사스러워
그늘조차 외면합니다.
의로운 터에 목숨 걸고 들어갈 자
이 시대에 얼마나 되겠느냐고
노란 열매 어여쁜 마가목 나무가
큰 눈으로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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