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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누구나 죽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섬진강칼럼]누구나 죽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1.0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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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이미 꽃으로 생을 다해버린 분홍 장미꽃이 종일 내리는 겨울비에 젖고 있는데, 꿋꿋하게 아름다운 자태와 기품을 잃지 않고 있는 그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사진설명 : 이미 꽃으로 생을 다해버린 분홍 장미꽃이 종일 내리는 겨울비에 젖고 있는데, 꿋꿋하게 아름다운 자태와 기품을 잃지 않고 있는 그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누구나 사는 동안 내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고 두려운 까닭에, 가슴속에 묻어두고 예감만하고 있었던 일 죽음, 왕후장상(王侯將相)이라 할지라도 도망칠 수 없고, 태어난 사람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 죽음에 대하여 수많은 종교인들과 철학자들이 생과 죽음이 어떻다고 마치 이승과 저승을 훤히 아는 것처럼 그럴싸한 말들을 쏟아내지만, 누구나 죽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죽어야 하는 죽는 일을 두고 생각하면 나 역시 두렵고 무서운 일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작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어가는 과정이지 죽음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죽어가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 즉 형언할 수 없이 아픈 몸과 어찌할 바를 모르는 혼미한 마음의 공포가 일으키는 생각들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끔찍하고 참혹한 지옥이, 두렵고 무서울 뿐이다.

하여 생사를 초월했다는 도인들은, 그러한 때를 당하면 어떠한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어디에도 머무르는 바 없는 마음을 내라고 하였지만, 자궁 밖 사람의 자식들에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극심한 육신의 고통과 상상할 수 없는 마음의 공포에 빠져서, 살기위해 발버둥을 치다 지쳐 기진맥진한 끝에, 스스로 자신의 앞에 당도한 죽음에 감사하며 기쁘게 순응하는 것이, 우리네 일반적인 사람들이 겪는 죽음의 과정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이, 인생의 마지막인 죽음에 대하여 걱정하며, 잘 죽는 일을 사람이 누리는 오복(五福) 가운데 하나라 하였고, 사람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 죽음의 때가 되면 저녁을 잘 먹고 잠자는 꿈속에서 꿈을 꾸듯, 그렇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 뜻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기실 따지고 보면, 살아온 어제가 그렇고 살고 있는 오늘과 살아갈 내일이 또한 그렇고,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는 일들이 죽음을 향하여 다가가는 일들이고, 살면 사는 그만큼 죽을 날에 다가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니, 역설적으로 삶의 마지막 희망을, 잠을 자는 꿈속에서 꿈을 꾸듯 그렇게 죽고 싶다는, 어려서 마을 당산나무 밑에서 들었던 노인들의 말이 결코 빈 말이 아니다.

흔히 사람들이 질병과 사고로 죽음에 이르면, 신불(神佛)에 매달리며 살려 달라고 빌다, 정작 스스로 사는 때를 놓치고 하늘이 준 기회를 허비하고 마는데,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이 순간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이 있다면, 하여 교회나 명산대찰을 찾아 간절히 기도하는 이들이 있다면, 알기 쉽게 설명하면, 이 우주에서 모든 병을 치료하고 구원한다는 약사여래(藥師如來)에게 엎드리며 매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촌부가 해주고 싶은 한마디는, 그렇게 백날을 빌어본들 약사여래에게서 얻을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진실로 바라는 바를 성취하여 이루고 싶다면, 그것이 사업의 성공이든, 사랑하는 자녀들의 행복이든, 또는 질병으로 인한 죽음의 고통과 공포로부터 벗어나 영생을 얻기를 바라는 일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스스로 구하는 바를 얻고 싶다면........

약사여래에게 엎드리며 살려 달라고 보챌 일이 아니고, 지금 당장 일어나 뒤 돌아서서, 약사여래가 바라보고 있는 법당 밖 세상을 보고, 스스로 여래가 되어 여래가 바라보는 법당 밖 세상으로 나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래가 되라는 것이다.

불경(佛經)에 대한 해석은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촌부가 보는 이른바 죽음에 임박한 부처가 유훈으로 설한 자등명(自燈明)은, 스스로 아(我)라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의지하며 지키라는 집착이 아니고, 스스로 빛나는 불멸인 본성(本性)의 빛을 깨달아 진리의 세계로 돌아가라는 가르침이기에 하는 말이다.(촌부의 사견이니 특별한 오해가 없기를 바람.) 

바라건대 지금 이 순간 병고에 시달리고 있는 모든 이들이 자등명(自燈明)으로 병고에서 벗어나, 밝은 빛으로 빛나는 자재하시는 여래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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