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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새해 '경자년'은 제 앞가림에만 바쁠 뿐이다

[섬진강칼럼] 새해 '경자년'은 제 앞가림에만 바쁠 뿐이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1.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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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들이 느끼는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위기가 역대 정부 가운데 최악이라는 사실

사진설명 : 2016년 8월 30일 오후 섬진강 비룡대(飛龍臺) 쉼 없는 하늘마당에서, 천상의 신령들이 무상한 구름으로 세상에 드러내 보인 아름다운 불보살(佛菩薩)의 모습이다.
사진설명 : 2016년 8월 30일 오후 섬진강 비룡대(飛龍臺) 쉼 없는 하늘마당에서, 천상의 신령들이 무상한 구름으로 세상에 드러내 보인 아름다운 불보살(佛菩薩)의 모습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거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그거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며 헤어지는 것
그거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잊는다는 것
그거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안다는 것
그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평생을 이른바 도선국사가 전했다는 비결(秘訣)인 도참(圖讖 앞날의 길흉을 예언하는 술법)을 연구해온 관계로, 이따금 나를 찾아와 앞날의 일들을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오직 당사자로 하여금 스스로 쉼 없이 변화하는 무상(無常)한 실상을 보고, 즉 자신 앞에 당면한 현실인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상한 실상을 보고 판단하여, 최상의 상수로 살게 할 뿐이다.

굳이 사주관상을 보지 않아도 아는 일들이지만, 간혹 촌부의 말을 믿지 못하는 이들에게, 즉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답답해하는 이들에게, 신뢰를 하도록 하는 방편으로 이른바 사주를 물어서, 다시 말해서 실상을 사주로 풀어서 당면한 현실인 기미(幾微) 낌새를 이야기하여 줄 뿐, 기본적으로 사주와 관상은 보지도 않고 믿지도 않는다.

다만 촌부 나름 세워놓은 기준인, 세상을 구해야 할 사람에게는 세상을 구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자신을 구하는 일이 급한 사람은, 스스로를 구하는 방편의 차원에서 상담을 해주는 것뿐이기에, 나는 살아오면서 나를 찾아온 이들에게, 이른바 사주와 관상을 보아주고 작명을 해주기도 하지만, 그것을 미끼로 금전을 받지는 않는다.

오후 늦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인사 겸 강변을 찾았다는 이들이, 저마다 답답한 속내들을 풀어 놓으며 묻는데, 그들의 상담을 통해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 하나는, 가졌다는 사람들이나, 가진 것이 없다는 사람들이나, 민생들이 느끼는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위기가 역대 정부 가운데 최악이라는 사실이다.

찾아온 이의 고민인 자신의 재혼에 관하여, 또 한 사람 일행의 고민인 부부의 이혼에 관한 이야기 끝에, 살아보니 사랑이라는 거, 또는 이별이라는 거, 그런 것들은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 별것도 아니라는 결론에 다들 맞는 말이라며 웃었다.

부연하면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들이 강변의 촌부를 찾아온 이유는, 지리산 어느 골짜기에서 사주를 보는 어떤 점쟁이가 경자년(庚子年)에 지금 사귀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혼사 길이 열리고, 또 한 사람에게는 부부의 이혼 수가 있다는 말에, 그게 정말인지 나에게 확인할 겸, 지나는 길에 인사차 겸해서 온 것이었다.

재혼이든 이혼이든 또는 제3의 무엇이든, 우리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 관계된 공간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과정과 결과이기에, 서로 마음으로 배려하고 소통하며 확인하는 사랑과, 서로의 마음이 단절된 불통으로 인한 오해와 짜증이 증폭되고 만들어낸 미움이 있을 뿐, 재혼이든 이혼이든 당사자들이 결정할 일이지, 내가 결정할 일도 아닐뿐더러, 제 앞가림에 바쁠 경자년도 절대로 모를 거라고 말해 주었다.

사주를 보는 점쟁이가 예언했다는 사귀고 있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혼사와, 함께 간 일행의 부부 이혼에 관한 운을, 궁금해 하고 걱정하는 당사자들에게, 그걸 왜 나에게 묻는 거냐고 되물으며, 집에 가서 스스로 자신들의 마음에 물어보라며, 사람 마음대로 안 되는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경자년의 운세에 그것들이 있느냐 없느냐 만을 궁금해 하고 걱정을 할 뿐,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그랬다. 그 사주를 본다는 점쟁이가 정말로 용하다고, 정신 말짱한 두 사람을 이렇게 단단히 홀려 놨으니, 참말로 용한 사람이라고 웃으며, 아무리 생각해도 경자년 새해에는 두 사람 다 손재수가 있어 재물을 허비하며 잃을 것 같고, 사주를 본다는 점쟁이는 돈 꽤나 벌 것이라고, 이게 내가 보는 두 사람의 경자년 운세라고 했더니, 그제야 알아채고 “저희가 속없는 년들이었습니다.”며 웃어댔다.

예로부터 은밀히 전하는 도참의 비결을 보면, 세상이 어지럽고 어지러운 만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민생들의 마음이고, 민생들이 혼란에 빠질수록 혹세무민하며 득세를 하는 것이 사악한 정치이고, 그것을 빙자하여 저잣거리 점쟁이들이 떠들어대는 말이 위력을 갖는 사회가 곧 난세가 닥치는 전조 증상이라, 솔직히 말하면 나 또한 살아야 하는 경자년의 일들이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런 대책이 없고 만 가지 비방이 소용없는, 경자년 새해에는 스스로 지혜롭게 소통하는 이가 살아남을 뿐이니, 바라건대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혹세무민하는 사악한 정치와 점쟁이들에게 휘둘리며, 패가망신하는 일들이 없기를, 하늘에 빌고 땅에 바랄 뿐이다.

섬진강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2019년 12월 31일 박혜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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