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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빠르게 늙는 일본에서 ‘죽음 산업’ 번창(약 48조원)

[국제] 빠르게 늙는 일본에서 ‘죽음 산업’ 번창(약 48조원)

  • 기자명 이성규
  • 입력 2015.12.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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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쿄에서 죽음박람회 ‘엔덱스’ 개최

 

(Photo by Paula Bronstein /Getty Images) 2015.12.22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서울시정일보 이성규기자]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 서글프게도 ‘죽음 산업’이 번창하고 있다. 최근 도쿄에서 최초의 죽음 박람회가 성황리에 열렸을 정도다.

  일본에서는 해마다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더 많다.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하기 위한 과정의 기록인 ‘엔딩노트’를 준비하는 일에서부터, 관(棺)을 고르고, 유골을 우주로 쏘아 올려 보내거나 보석으로 만들어 유족이 몸에 지니도록 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번뇌의 고리를 벗고 이승을 뜨는 데 유족이 어떻게 하면 돈을 최대한 많이 쓰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바로 일본의 죽음 산업에 속한 수많은 기업들이 끊임없이 궁리하는 마케팅의 대원칙이다.

  관에 들어가는 다다미 깔개와 베개를 판매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후지타 고이치는 “매년 120만 명이 죽는데 우리는 고작 깔개를 6만개 밖에 팔지 못하고 있어 제품 판촉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그런데 그가 들먹인 통계수치는 약간 오래된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130만 명이 사망했고 1백만 명이 출생했다.

  후지타의 회사는 이달 도쿄에서 성황리에 열린 장례 박람회인 ‘엔덱스(Endex)’에 참가한 220여 기업 가운데 하나다. 이 박람회에는 장례의 기본인 관은 물론 관에 넣을 베개와 다다미 깔개를 비롯해 운구차, 유족이 입을 상복, 유골을 담을 항아리, 비석, 문상객 답례품 등 수백 가지 장례 물품이 출품됐다.

  후지타는 “일본인은 평생을 다다미 위에서 보낸다”면서 “사람들은 다다미 위에서 죽고 싶다고들 말하는 데 이것은 집에서 죽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죽기 때문에 적어도 이승을 떠날 때만은 관 속에 다다미 깔개를 갖고 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인구 고령화 속도가 세계 1위다. 인구의 25% 남짓이 65세 이상이며, 2060년이 되면 이 비율이 40%에 이를 것으로 일본 정부는 예상한다.

  일본인의 생활은 가히 노인 위주로 맞춰져 있다. 드러그스토어(화장품·식품·약품을 함께 파는 일본식 가게)라면 어디든 노인용 기저귀와 젖병 식 컵을 산더미처럼 갖추고 있다. 은행과 우체국에는 노인용 돋보기가 비치돼 있으며, 대형 횡단보도에는 노인이 건너는 시간을 추가로 확보하게 해 주는 녹색 신호등 점등 시간 연장용 단추가 달려 있다.

  파나소닉은 노인 소비자를 겨냥해 세탁기,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등 쓰기 편한 가전제품을 출시했으며, 편의점에는 노인을 위한 소포장 음식을 판다.

  하지만 실제 죽음을 다루는 사업은 차원이 사뭇 다르다. 일본에는 ‘슈카쓰(終活·임종을 준비하는 활동)’라는 용어가 있으며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다이이치생명보험 부설 연구소의 고타니 미도리는 “정부는 2038년 사망자가 16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며 “이토록 많은 사람이 죽다보니 사람들은 거기서 사업 기회를 포착한다”고 말한다.

이번에 도쿄에서 처음 열린 엔덱스에는 220여 관련 기업이 참여했다. 행사 조직위원회 측은 죽음 산업의 규모를 410억 달러(약48조원)로 추산했다.

  이 박람회에는 보통의 관과 묘석, 그리고 최신 모델의 영구차가 출품됐다. 하지만 기제사를 제대로 지내지 않는 세태를 반영해 망자의 명복을 빌어줄 스님들, 그리고 문상객들에게 대접할 커피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선을 보였다.

  애완동물을 화장해 주는 업체들도 박람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업체는 소각로가 달린 밴을 몰고 고객의 집을 방문해 즉석에서 애완동물을 화장해 준다. 10㎏짜리 개 한 마리를 화장하는 비용은 300달러이며 1시간이 걸린다. 햄스터는 훨씬 싸며 시간도 적게 걸린다.

  기발한 제품도 출품됐다. 작은 금속제 유골함을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갤랙시 스테이지의 데구치 히로시는 “어떤 사람들은 우주에 가기를 오래 염원해왔다”면서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유골을 캡슐에 담아 로켓에 실어 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5명이 유골을 우주로 발사되게 유언했으며 다음 달 발사를 기다리는 유골도 5명분이 있다.

  가장 저렴한 ‘우주 추도식’은 유골이 우주로 발사된 다음 지구 궤도로 재진입할 때 소각되는 형태로서 그 비용은 3700달러다. 좀 더 비싼 것으로는 유골을 인공위성에 얹은 다음 유족이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240년간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서 비용은 8000달러다. 가장 비싼 것은 유골함을 달에 보관하는 것으로 비용은 2만1000달러다.

  사후에 우주 대신 지상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망자를 위해 ‘하트 인 다이아몬드’ 회사는 망자의 머리카락이나 유골을 보석으로 만들어 준다. 이 회사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오렌지색, 청색, 녹색을 포함한 색깔 있는 인조 다이아몬드를 다양한 규격으로 제작하는데 그 비용은 3000~2만 달러다. 이 서비스의 고객은 대부분 돌아가신 어머니를 가까이 모시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다.

  일본의 슈카쓰 산업은 지금 일종의 위기다. 왜냐하면 죽는 사람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장례식 등 죽음과 관련해 비용으로 지출하는 돈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슈카쓰 산업 전반이 정체되어 있다는 의미다. 왜 그럴까?

  고타니는 “도쿄의 경우 죽는 사람의 약 30%는 장례도 치르지 않고 곧장 화장장으로 직행한다. 여기에다 장례 한 건 당 사람들이 쓰는 돈도 줄고 있다”고 말한다. 유족이 갈수록 장례에 돈을 아끼고 있으며 망자는 본인 사후 유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다는 유언을 남긴다.

  고타니는 “그러므로 이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죽음 한 건당 지출되는 금액을 최대화할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그래서 업자들은 망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비디오를 본다”고 말했다. 그 속에서 혹시라도 “내 유골을 우주로 쏘아 달라”는 값나가는(?) 유언을 건질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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