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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나는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의 설렘이 더 좋다

[섬진강칼럼] 나는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의 설렘이 더 좋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19.12.08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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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해 저문 초저녁 그녀를 기다리는 구례읍 봉남리에서 바라본 달이다.
사진설명 : 해 저문 초저녁 그녀를 기다리는 구례읍 봉남리에서 바라본 달이다.

 

 [서울시정일보] 허참! 간밤 선잠을 깬 뒤 꼬박 날을 샜는데,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이리도 좋은가! 아침 햇살이 창문에 쏟아지는 오전 7시 45분, 강 건너 봉산 밑에 사는 그녀로부터 초저녁 달빛이 아름다운 구례읍에서 만날 수 있느냐는 전화가 왔다.

섭섭하게 무슨 말이냐며, 아리따운 미인이 만나자는데 뭘 망설이겠느냐며, 만사를 제치고 무조건 가겠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가겠다고 약속하였다.

달빛이 아름다운 초저녁 봉남리 거리에서 그녀로부터 전해 받은 것은, 종일 애써 담은 김장김치 몇 포기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붉은 토종 갓김치와 함께 빨간 상표가 선명한 진로 소주 한 병이었다.

아무리 금주를 했다 해도, 오늘은 한 잔 하기를 바란다는, 그녀가 전해준 꽁꽁 싸맨 커다란 박스를 들고 집에 와서 풀어보니, 그녀가 말한 그대로였다.

정리를 끝내고 그녀가 전해준 선물로 저녁을 먹기 전, 진로(眞露)소주 첫 잔을 따라, 창문을 열고 신령한 국사봉(國師峯)을 향하여, 그녀의 마음에 감사하는 인사를 드린 후, 나머지를 반주로 홀랑 마셨는데, 솔직히 말하면 모처럼 마신 술에 취한 것이 아니고, 그녀를 향한 설렘에 취해버렸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무릇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며 어떠해야 하고, 사람다운 것이 무엇이어야 한다고, 세상의 철학자들이 말하지만, 다 쓸데없는 이야기들일 뿐, 나는 이따금 내가 가슴을 가진 사람임을 깨달게 하는,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설렘이 더 좋다는 것이다. 

밤이 깊은 지금 모처럼 마신 소주 한 병에 취한 취기를 핑계로, 옛사람의 호기를 빌어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는, 나는 천하를 얻는 기쁨보다,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의 설렘이 더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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